오랜 단골인 "짐"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은퇴해서 먼 데로 이사가는데, 쿼드 스피커는 네게 주고 싶다. - 댓가는 어떻게 해줄까? 그냥 가져라... 혹시 조그만 스피커 아무거나 한 조 있으면 다고... 없으면 말고.
짐이 며칠 전 스피커를 가지고 왔습니다. 마침 아담한 영국제 리크 스피커 한 조가 있어서 답례로 주고 즐거운 은퇴 생활을 기원하며 작별합니다.
쿼드 ESL 57 스피커의 앞과 뒤 모습입니다.
보통 스피커와는 달리 납작한 평면이죠?
정전형 스피커 또는 컨덴서 스피커라고도 불리는데, 고압으로 대전된 철망 형태의 두 대전판 사이에서 얇은 마일라 재질의 진동판이 고압이 가해진 음향 신호의 정전기 흡인량에 따라 앞뒤로 진동해서 소리가 납니다. 좌우에 저음용 진동판이, 중앙에 고음용 진동판이 있습니다. 고음용 진동판은 3부위의 구획이 있는데, 가운데 줄이 가장 높은 음을 담당합니다. 그러니 실상은 3웨이 스피커인 셈입니다.
고압으로 진동판과 전극판을 대전해야 하므로 저음 용으로 6000볼트와 고음 용으로 1500볼트의 전압 발생 장치가 필요합니다. 뿐만아니라 앰프에서 나온 출력 전압도 백 몇십 배로 높여서 진동 효율을 높이도록 승압 트랜스도 필요합니다.
아주 얇고 가벼워서 관성이 적은 진동판 전체가 동시에 진동하므로 진동판의 움직임이 빠르고 정지 동작도 빨라서 일반 스피커에 비할 수 없이 응답성이 높고 오버슈트도 작습니다. 이런 물리적 특성은 정전형 스피커 특유의 음질을 보여주는데, 일반적으로 말하는 중고역의 자연스러움과 투명함, 그리고 전체적으로 거부감이 없는 음이 바로 그것입니다. 반대로 충격있고 에너지가 가득한 저음의 재생에는 불리함을 안고 있습니다.
물리적으로는 앞 뒤 면 대부분에 해당하는 면적의 얇은 진동판이 있어서 잘못 다룰 경우 파손 가능성이 높고, 정전기에 의한 먼지 흡착이 빠르며, 먼지 흡착에 의한 음질 변화 가능성이 높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무리하게 구동하면 진동판과 전극 사이에서 방전이 일어나서 진동판이 파손되는데, 그 경우 수리가 곤란하고 수리비가 많이 드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조한 지 수십 년이 지난 요즘은 상태가 확실한 물건을 발견하기가 하늘에 별따깁니다.
저 스피커를 검사하기 위해서 뜯어보았습니다.
이미 예상한 일이지만 보시는 바와 같이 먼지가 가득합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먼지를 제거하고 진동판을 먼지로부터 차단하는 보호막을 정성스레 닦았습니다.
닦아낸 보호막 안으로 보이는 구멍난 판이 전극이고 그 뒤에 진동판이 있습니다. 전극과 진동판을 샅샅이 검사했는데, 아무데도 과입력에 의한 방전 흔적이 없습니다. 겉모습과는 달리 진동판은 거의 새 것과 같은 상태입니다.
"""""땡잡았다"""" ^@@^
이번엔 고압 발생 장치를 점검합니다. 일반 테스터로는 정확한 전압 측정이 불가능하지만, 측정후 논리적으로 유추해 본 고압은 두 스피커 모두 현저히 낮아 보입니다.
스피커 뒤에는 고 전압 발생 장치의 일부인 트랜스가 있고 그 위에 정류 및 전압을 여러 배 곱해주는 고압 유닛이 부착되어 있었습니다. 고압 유닛은 방전을 방지하려고 플라스틱 케이스에 넣어 파라핀으로 함침했는데, 사진의 고압 유닛은 파라핀을 녹여서 빼낸 장면입니다.
고압 유닛의 부품을 검사해 보니 다이오드 몇 개가 불량입니다. 모든 다이오드를 더욱 우수한 신형으로 모두 바꾸고 다시 원 상태 대로 파라핀을 함침합니다.
성능을 크게 좌우하는 두 요소인 '진동판 패널'과 '고압 장치' 중 진동판 패널은 새것과 진배없고, 고압 장치는 정성을 다해 새 것 보다도 더 좋게 만들었으니 이제 조립해서 들어보는 일만 남았습니다.
조립하고 옮겨서 음악실에 세팅한 모습입니다. 가슴이 두근두근합니다.
감상과 평은 후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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