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재즈 페스티발은 올해로 25주년인 역사를 갖고 있는데, 밴쿠버 시, 밴쿠버 예술 협의회, 캐나다 유물청이 지원하고 TD 은행과 여러 사업체가 재정 협찬을 하여 행사가 진행됩니다.
이번 기간만 해도 160회가 넘는 무료 공연이 여기저기에서 나누어 열렸다는 것을 알고 나니, 이렇게 좋은 기회를 잘 활용하지 못하고 지낸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이제, 전편 이야기에 이어서-
Chet Doxas Quartet의 연주를 듣고 나서 시장기를 느꼈는지 데니스가 점심을 먹지 않겠느냐 묻습니다. 연주장 앞 광장의 한 귀퉁이 임시 판매점에서 도그와 커피로 간단히 요기하며 잡담을 하고는 옆의 공연실에서 "Gratkowsky, Babin, van der Schyff" 3인조의 즉흥 free jazz 연주를 기다립니다.
연주회장에서 연주자를 기다리는 베이스 클라리넷이 인상적입니다. 연주 장면은 촬영을 허락하지 않아서 없습니다.
클라리넷, 콘트라베이스, 드럼 및 타악기로서 삼중주인 이들의 연주는 무질서해 보이는 온갖 소리로 즉흥 표현을 하고 각각의 소리를 통해 난해해 보이는 대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음악적 질서와 규칙이 없어 보여서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이러한 무질서의 총화는 겉에 드러나지 않는 새로운 질서의 울타리를 만들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음악과 함께 호흡하며 여러가지 감정과 느낌의 롤러코스터에서 흥분감을 즐기고 있는 자신을 보고는 문득 놀랐습니다.
"자연의 하나하나 요소는 정해진 규칙이 없고 제각각 움직이는 듯 보이지만, 그 모든 총화는 자연의 질서 속에서 하나가 되어 빛나고 있지 않은가."
문득 그러한 생각이 들면서, 이들의 음악이 음악으로서 생소하기는 해도 어떤 의미로는 더욱 자연적이라는 이해가 생겼습니다. 그러한 이해는 새로운 발견의 기쁨이기도 했는데, 오늘의 가장 의미있는 부분으로서 뿌듯하게 번져옵니다.
아쉬운 여운을 가라앉히며 아까의 공연장으로 돌아가 보니 "The Michael Zible Group"이 한창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 공연 전에 느낀 즉흥 연주에서의 강한 인상에 비하면 느낌이 평이하고 모두가 익숙한 곡들이어서 연주 끝까지 기다리지 않고 새로운 분위기를 맞으려 야외 공연장으로 발길을 옮깁니다.
"Robert Wilson and Blackbird P.A."라는 다소 긴 이름을 가진 펑크 록 그룹인데 낯익은 얼굴이 있었습니다. 왼편의 기타리스트는 "Jon Roper"라는 10년 지기 단골 고객이자 말동무인데, 예기치 않게 무대에서 공연하는 모습을 보니 신나는 것은 물론 어깨가 으쓱해져서 데니스에게 자랑을 마구 늘어 놓습니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후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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