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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신 - 종교적·과학적 관점에서 헛된 것으로 여기는 믿음 |
1. 미신이 왜 창궐한가?
오디오 같이 미신과 맹종이 난무하는 곳도 없다. 오디오 하면 얼핏 과학과 기술이 결집된 기기를 사용하니까 과학적이며 이성적인 분야 같건만, 왜 그런 일이 벌어지는가?
첫째, 소리에 대한 평가와 판정이 주관적이며, 그 좋고 나쁨을 평가할 수 있는 개개인의 지표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저마다의 다른 주관에 자리잡은 오만가지의 평가와 판정은 통합된 원리로 현상을 밝히는데 장애가 된다.
둘째, 귀로 듣는 소리 이전에 작용하는 요소가 많아서 문제의 원인을 찾아야 할 범위가 넓을 뿐아니라, 눈에 보이지도 않아서 찾기가 어렵다. 특히 아날로그의 경우 소리의 문제가 음반, 바늘, 카트리지, 헤드셀, 톤암, 턴테이블, 헤드 앰프, 프리 앰프, 파워 앰프, 스피커, 음향실 상태, 옥내 배선, 주변 전기 잡음 등 어디에서도 올 수 있어서 한번에 알아내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모래밭에 보석을 떨어뜨린 사람은 미신에라도 매달려서 찾아내고자 할 것이다.
셋째, 소리에 대한 평가는 주관적일 뿐 아니라, 상황과 기분에 따라서도 몹시 바뀐다. 어제까지 좋게 느꼈던 소리가 오늘은 갑자기 싫어지는 경우를 흔히 경험하는데. 왜 그런가 하는 답을 떠올리기 쉽지 않다. 미혹한 마음이 있을 때 미신은 판친다.
넷째, 오디오를 취미로 하는 사람들은 조그만 차이의 원인도 밝히고 싶어 하는데. 실제로 그 원인을 정확히 규명할 통합적 지식과 추론을 갖룬 사람은 매우 드물다. 즉 오디오를 제대로 이해하는데 필요한 지식의 심도와 범위에 비해 대부분 사람들의 지식은 거의 무지 수준이다. 미신은 무지를 먹고 산다.
다섯째, 오디오는 자기만족이 강한 취미이다. 추론이 잘못된 결론이라도 스스로 만족스러우면 옳다고 고집하며, 종종 만병통치 처방처럼 쓴다. (어디에 은 도금 선을 썻더니 소리가 좋아졌다며 모든 선을 은 도금 선으로 도배하는 등.) 이러한 오류와 자기만족이 동일 유형으로 여러 사람들에게서 발생할 때, 부분적이거나 잘못된 결론이 정설로 둔갑하고 미신으로 자리잡는다.
여섯째, 오디오 세계엔 미신으로 돈버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미신을 바탕으로 남다른 기기를 설계하고 만드는 사람, 자신이 만든 기기에 있지도 않은 원리와 이름을 꾸며 붙여 무지몽매한 믿음을 얻으려는 사람, 미신 가득한 설명으로 홀려서 판매 이윤을 남기는 사람, 미신을 설파하여 그 미신에 감복하거나 그 덕으로 한몫 챙긴 사람들이 주는 찬사나 적선으로 생활의 도움을 받는 사람 등등.
2. 미신의 폐해는 무엇인가?
첫째, 문제의 종합적 해결을 방해한다. 미신의 덕을 보았다고 해서 그 처방을 다른 병에 적용하여 나을 리 없으며, 더욱 혼란스런 원점으로 돌아갈 뿐이다. 발견과 학습의 진전이 없을 뿐아니라 생각의 혼동만 더해지니 근본적 해결이 점점 어려워진다.
둘째, 잘못된 처방이나 해결책을 이것저것 바꾸어 들이는 동안 시간과 금전이 헛되이 쓰인다. 지출의 즐거움은 잠시일 뿐, 곧 원점으로 돌아가서 문제와 불만을 늘 껴안고 산다.
셋째, 가정 불화를 일으킨다. 소리에 대한 문제와 불만을 껴안고 사는 것은 물론, 남의 집 소리를 부러워하며, 오디오 구입 자금의 사용에 대해 툭하면 거짓으로 둘러대니 부부 관계는 하락 곡선으로 들어간다.
넷째, 정신이 피폐해진다. 이것 저것 다 믿어보다가 해보지 못한 것이라곤 비싼 미신만 남는다. 비싼 미신에 쓸 돈이 없으니 금전이 원망되고, 생업과 처지가 한스럽다. 비싼 장비가 있는 집에 귀 동냥이라도 갔으면 하는 비굴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원하는 것에 대한 조바심과 패배감이 지배하여 매사에 소심하고 확신이 없어진다. 계속 헛손질하며 속다 보니 의심만 깊어지고 즐거움이 없다. 결국, 오디오고 무엇이고 다 집어치우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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