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31일 금요일

촌놈 재즈 페스티발에 가다 - 3


친한 기타리스트가 무대에 있는 걸 보고 데니스에게 한껏 자랑하고, 기분난 김에 음악에 맞취 덩실덩실 몸을 흔들고 있으려니 옆에서 왠 여인이 말을 겁니다.

돌아보니 필요한 용무가 있는 것 같지는 않고, 마음가는 스타일도 아닙니다. 어색해서 잠시 멍하니 있다가 나 할 바만 하고 있으니 자리를 슬쩍 옮깁니다. 자세히 주위를 둘러보니 각 연령층의 남녀가 총총한데, 쌍쌍이 온 사람도 많지만 뽕도 따고 님도 만나러 온 사람들도 꽤 있는 눈치입니다. 저야 초지일관성 인물이니 잡생각 없이 흘러가는 음악에 몸과 마음을 맏깁니다.


한바탕 음악에 맞춘 율동으로 기를 순환시키고, 영국 출신의 피아니스트 Neil Cowley가 이끄는 트리오의 공연을 보려 실내 연주장으로 발을 총총이 옮깁니다. 이번엔 공연 시작보다 조금 앞서서 좌석을 확보하려는 겁니다.



전통 재즈의 냄새보다는 클래식 풍의 주법에 팝 리듬도 가미되고 조지 윈스턴 냄새도 나는 연주이지만, 피아노가 부숴질까 염려될 정도로 정열적으로 두드리는 통에 가상하게 여긴 관객의 기립 박수를 두번이나 받고 앙코르에도 응합니다.

"열심히 하는 자에게 무한한 갈채가 있으라!"

열심히 한 것도 점수를 땄지만, 아무래도 영국계 캐나디안들의 성원도 작용한 듯합니다.

앙코르 곡이 끝나자 바로 옆의 다른 공연장으로 얼른 자리를 옮깁니다. "주노 어워드"를 두번 수상한 바 있는 밴쿠버 출신의 여류 베이시스트 Joni Proznick의 공연이 곧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자리를 잡고 잠시 주변을 둘러보는 동안, Joni와 그 밴드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는데, 피아노를 연주하는 Tilden Webb은 Joni의 남편이랍니다. 잠시후 밴드가 등장하는데, 상상과 다른 Joni의 모습에 놀랍니다.


여류 베이시스트가 원래가 드물기도 하지만 베이스 연주자 치고는 너무 체격이 아담사이즈, 아니 난장이 급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유명 연주자인 Ron Carter, Ray Brown, Stanley Clark, Jako Pastorius 등등은 한결같이 악기 만큼이나 키가 크고 손도 보통 사람의 두 배는 되는 듯이 보이는데, 반토막 정도의 예쁜 여자가 휘하의 연주자들을 끌고 나타나서 자기 몸보다 큰 악기 뒤에 매달리니 깜놀 풍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연주 목록은 Joni의 고양이에서 영감을 얻은 자작곡과 비교적 잘 알려진 스탠더드 목록이었는데. 연주가 시작되자 체격에서 나온 선입견은 바로 사라졌습니다.

고목나무에 붙은 매미의 모습으로 연주를 하는데도 악기를 다루는 솜씨가 어찌나 민첩하고 당찬지, "주노 어워드" 수상 기록은 동정표가 전혀 개입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어느 명 연주자와 겨뤄도 손색없는 연주였습니다. 정확하면서도 힘과 감정이 제대로 실린 연주! 연주를 하면서도 동료 연주자를 독려하여 응답을 이끌어내고 전체의
조율을 살피는 리더로서의 카리스마도 여성미를 지키는 가운데 발휘하니, 처음에 가졌던 선입견으로부터의 미안함을 훨씬 넘는 존경심이 우러나는 것이었습니다.

Joni의 공연이 끝나고 시계를 보니 대략 8시가 넘었는데, 데니스는 그냥 집에 가기가 영 애석한 눈치입니다. 그래서 야외 무대의 마지막 프로그램인 "Five Alarm Funk"라는 10인조 밴드의 공연을 보려 발을 옮깁니다.

해는 기울어가는데, 저물어가는 하루가 아쉬워하며 마지막 순간을 장식하려는 사람들이 잔디밭과 공원을 메우고 있습니다. 즐겁고 환한 표정에 잘 보낸 하루가 담겨 있습니다. 모르던 사이라도 짤막한 이야기를 나누고 금새 친해져서 분위기를 나눕니다. 뜻밖에도 오십 세 이상 되어 보이는 탱급 인사들도 많은데, 저무는 청춘을 불나방 같이 불사르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남의 일 같지만은 않습니다.^^




시간으로 보아 피곤할 때도 되었으나, 재미를 만끽하며 보낸 하루라 그런지 하루가 마냥 짧다는 아쉬움만 더 생깁니다.

집에 들어오는 길 내내, 이런 기회를 만들어 준 데니스에게 고마운 마음이 가득했습니다. 내년의 밴쿠버 재즈 페스티발 기간 중엔 더욱 부지런하게 꼽사리껴서 청춘의 시계을 거꾸로 확 돌려보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페리에서 창밖을 향해 한장 찍어봅니다. 내년에 더욱 자주 볼 야경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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