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31일 금요일

낚싯대 자작

별 하는 일 없이 지냈는데, 그저 한가지 한 것이 있었다면 낚시대 만들거나 고칠 때 쓰는 선반을 만들었습니다.



그냥 사면 되는 것이 낚싯대 아니냐구요? 그렇습니다. 사면 되지요. 그러나 낚시도 계속 하다 보면 남다른 취향과 요구가 생기는데, 모든 것이 다 시장에 있지는 않다는 것이 하나의 이유이고, 이미 좋아하는 낚싯대의 일부분만 개량하거나 고쳐서 계속 쓰고 싶다는 것이 다른 이유입니다.


예컨데, 위 사진 오른쪽의 가이드는 탄화 실리콘 고리에 타이태니움 몸체인데 왼쪽의 구형 싸구려보다고리 소재의 열 전도율이 5-7배나 높아서 낚싯줄과의 마찰열이 빠르게 분산됩니다. 그래서 고기가 강하고 빠르게 도망갈 때 낚싯줄이 열에 의해 끊어지는 확률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고리를 싸고 있는 금속의 마무리도 낚싯줄에 흠집을 내지 않도록 고리 안으로 말려들어가 있습니다. 무게도 가벼워서 낚싯대를 조금이라도 더 예민하고 신속히 반응하도록 합니다. 이미 좋아하는 낚싯대에 더욱 좋은 부품을 더해 개량하면, 새로 사는 것보다 훨씬 큰 만족감과 애착을 느끼며 계속 쓸 수 있습니다.

이 선반으로 이번에 고친 낚싯대는 제 주문에 따라 몇 년 전 친구가 만들어 준 것인데, 낚시가 스치는 강 바닥의 자갈 크기와 미끼를 따라오는 고기의 입 모습까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예민하고, 고기를 건 다음에는 고기의 달아나려는 몸짓을 생생히 알게 해주며, 필요할 때 고기를 마음놓고 당길 수 있을 정도로 섬세하면서도 질긴 낚시대 입니다. 다른 것은 다 좋은데, 제작시 채용한 릴 부착용 고리가 마음에 들지않아서 다른 것으로 교환하고 싶었는데 그 작업엔 선반이 꼭 필요했습니다.





회전의 감속과 동시 토크를 올리려고 풀리를 깎아 끼우고 벨트로 구동합니다. 낚싯대 고정용 척은 드릴에서 떼어낸 척을 이용했고, 척을 돌리는 축은 나무 속의 보이지 않는 베어링으로 지지했습니다. 베어링을 지지하는 나무 기둥은 비틀림이나 변형을 방지하려고 같은 결의 나무 두장을 마주 접합해서 썼습니다. 선반은 손잡이 등을 깎아내거나 가이드에 실을 감아 부착할 때 유용하게 쓸 수 있습니다.

이 선반으로 작업하기 전의 낚싯대 모습입니다. 손잡이의 모습과 금속제 고리를 보십시요.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 낚싯대를 선반에 붙여 앞 부분의 손잡이를 일자로 갈아내고 금속 링을 빼냈습니다. 그 다음 새로운 카본 플라스틱 링을 끼우고, 링이 빠지지 않도록 코르크를 위의 끝 부분에 더 붙이고 다시 모양을 다듬었습니다.


떼어내었던 가이드를 다시 붙이려면 실로 잘 감고 에폭시 접착제를 골고루 발라주어야 합니다. 이때, 접착제가 굳을 때까지 낚시대를 돌려주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접착제가 한쪽으로 쏠리게 됩니다.

그렇게 돌리는 기구를 "드라이어"라고 부르는데, 아마도 에폭시 이전의 건조형 수지를 접착제로 쓰던 시절에 굳어진 이름일 것입니다. 드라이어 헤드도 만들었습니다. 분당 7회전의 감속 모터에 낚시대를 고정할 고무 바퀴 나사에 마추어서 이어줄 금속 축을 깎아 붙이고, MDF와 알미늄 판으로 위치를 잡아 세웠습니다.


선반의 구동 헤드, 드라이어 헤드 낚싯대 거치대 등 모든 부분의 바닥 판은 V자 모양의 홈이 건축용 알루미늄 자를 따라 정열되며 위치가 조절되도록 했습니다.


낚싯대는 에폭시가 굳을 때까지 이런 모습으로 돌고 있어야 합니다.


에폭시가 골고루 퍼져 굳은 모습입니다.


생소하고 관심이 별로 없는 분야이리라 생각합니다만, 일견 단순해 보이는 낚시만 해도 수없이 즐기고 생각할 요소가 있으며, 그 바탕은 과학이나 예술 분야와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잠시 생각하는 계기가 될 듯하여 글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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