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1일 토요일

원양 낚시를 다녀와서

작년에도 그랬지만 바다 낚시의 초 절정 고수인 친구를 따라 먼 길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원래 저의 낚시 전문 분야는 강낚시입니다.) 5월 22일에 밴쿠버를 떠나 LA에서 맡겨논 원양 낚시 장비를 찾고 보충하여 출항지인 샌디에고에 도착했습니다.
큰 고기와 씨름해야 하는 중장비이기에 13벌의 낚시대와 릴, 그리고 루어 등을 합하면 부피와 무게도 상당합니다. 모든 장비는 미리 정비를 하고 새 낚시줄을 감아놓은 상태로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승선을 기다리며 샌디에고에서 첫 밤을 보냅니다.

타고 갈 원양 낚시 선박은 인디펜던스 호이고 길이가 112피트에 폭이 32피트입니다. 염수를 담수로 바꾸는 시설, 최신식 어탐기, 전자 항해 장비, 통신장비, 고기를 영하 1-2도 이내로 얼기 직전의 상태로 보관하는 2기의 어창 등 최신 설비를 갖춘 낚시 전용 보트입니다. 이번에는 낚시꾼 32명, 선원 8명 등 모두 40명이 여정을 함께했습니다. 8박 8일의 총 경비는 미화 1650불 정도인데 숙식과 미끼, 멕시코 영해 입어료는 물론 선원들이 떠맡는 모든 서비스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중에 약 15% 정도의 팁을 주면 좋겠다고 하는데, 아시다시피 팁은 개인 재량입니다. 음식은 하루 3끼의 정식과 2회의 간식이 제공되고
음료수와 스넥은 항시 준비되어 있습니다. 음식의 질과 내용은 일류 호텔 수준으로, 양식을 싫어하는 제 입맛도 잘 달래주었습니다. 이층 침대로 2-3인이 쓰는 객실은 좀 좁은편이나 식당 겸 휴게실은 불편이 없을 정도로 넓고 편안합니다.

샌디에고에서 8시 30분에 승선하려고 일찍 일어나 산타나라는 멕시칸식 간이 음식점에서 브리또를 먹었습니다. 나름 꽤 명성이 있다는데, 맛도 좋고 저렴합니다. 식당 앞 자카란다 나무의 보라색 꽃과 파란 차의 색상이 마음에 들어서 찰칵했습니다.




승선 신고를 하면 주는 이름표를 가슴에 달고, 장비와 짐을 수레에 싣고 기다리며 서로 자기 소개를 하고 잡담을 나눕니다. 절반 이상은 일년에도 여러차례 이런 낚시를 나오는 골수 낚시광들입니다. 이 중에는 신부님도 있었습니다.




출항 후 첫걸음이 미끼를 옮겨 담는 일입니다. 많은 양의 정어리를 살림 미끼 칸에 옮겨 담습니다.




각자 짐을 선실에 풀고 장비를 선복에 정돈합니다. 장비는 첨단 소재와 공법을 도입한 최신 고가 장비가 주류인데, 알루미늄을 통째로 절삭 가공한 몸체에 스텐레스 재료의 기어와 부품을 쓴 2단 기어의 엄청 강한 릴을 주로 씁니다. 여기에 낚시줄은 15-50 킬로그램의 파괴 장력의 것을 다양하게 감아 준비합니다.




낚시터는 샌디에고 항에서 470해리, 10노트의 속도로 지루하게 항해하는 동안 낚시꾼들은 서로의 관심과 지난날의 뻥을 교환하며 조바심나는 마음을 달랩니다. 그 동안 철모르는 정어리들은 닥쳐올 운명도 모르고 살림 미끼 칸에서 평화로운 한때를 보냅니다.




올해 69세의 노익장인 모디 영감은 아픈 허리에 복대를 두르고까지 낚시할 만큼 열심입니다. 부인과 함께 왔는데, 부인의 최대어 기록이 더 높습니다. 이번 여행 동안 저에게 낚시에 관한 많은 경험과 생각을 전수해주었습니다. 무덤에 억지로 밀려 들어가기 전까지는
계속하겠다고 합니다.




두 밤이 지난 25일 오전 11시경, 드디어 목적한 알리호스 암초에 당도했습니다. 이 암초 외에는 물과 하늘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도착하자 마자 드리운 낚시에 노랑 지느러미 참치와 부시리가 쉬지 않고 물어주어 항해의 고단함을 잊게 해줍니다. 한번 씨름에 5분에서 20분 정도 승강이를 벌이는데, 온 몸으로 벌이는 싸움 뒤에는 피로와 흥분으로 범벅이되어 떨리는 사지와 흥건한 땀, 거친 맥박이 온몸을 흔듭니다.




그런 흥분의 순간 뒤에는 승리와 수확의 기쁨이 담긴 웃음이 입이 찢어져라 터져나옵니다. 평균 크기는 참치가 23킬로, 부시리가 12킬로 정도 되었습니다.





이렇게 잘 잡히는 경우는 지난 15년간의 낚시 중 처음이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드문 호황이었습니다. 미처 고기를 어창에 넣을 틈이 없어서 고기와 피로 범벅이 된 광경이 살벌한 느낌마저 줍니다.




낚시 첫날의 호황은 621마리라는 조과가 말해줍니다.




이렇게 분주하고 흥분된 하루를 마감하며 맞는 저녁은 더욱 신비하면서도 평화롭게 느껴집니다.




알리호스 암초에서 이틀을 낚시하자 일 인당 30마리의 참치와 부시리 포획 한도가 꽉 찼습니다. 그래서 세드로스 섬으로 15시간을 항해해서 자리를 옮겨 다른 고기들을 낚고자 했습니다. 가운데 미끼 살림 칸 위에 서있는 선원은 고기가 흩어지지 않도록 하는 밑밥으로 산 정어리를 흩뿌려줍니다.

세드로스 섬에서 잡은 붉은 우럭, 아감막에는 각자의 번호표를 붙여서 나중에 분류할 수 있게 합니다. 다른 모든 고기에도 각자의 표식이 같은 방법으로 붙여집니다. 귀항 후에는 번호 별로 일괄 분류해서 각자의 수확물을 챙깁니다.




저는 운 좋게 광어를 올렸습니다.





제 친구는 실력이 무색하지 않게도 가장 큰 다금바리를 잡았습니다. 가격으로 따지는 것은 고상한 방법이 아니지만, 30킬로가 넘었으니 킬로당 15만원하는 한국 시세 대로 평가한다면 450만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 보물을 건진 셈입니다.




이 즈음의 풍경입니다. 이번 낚시로 총 20여 톤의 고기가 잡혔으니 일 인당 약 700킬로의 고기를 잡은 셈입니다. 저는 그리 많은 고기를 해치기 싫어서 조금만 잡고 경치 감상과 명상을 하거나 친구들을 돕는데 더 많은 시간을 썼습니다.





귀항 후 분류한 고기는 저희가 계약한 화이브 스타 고기 처리장으로 갔습니다. 두 미녀가 운영하는 이곳에서 고기는 살이 발려지고 진공 포장되어 아이스박스에 넣어집니다. 훨씬 많은 잔량은 냉동 후 항공편으로 부쳐집니다.




집에 돌아와서 지금껏 회와 초밥의 맛으로 낚시의 맛을 매일 연장하고 있습니다. 직접 잡고 철저히 피를 뺀 고기를 얼리지 않고 가져와 먹는 맛은 음식점에서 맛보는 회의 맛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두껍게 썰었는데도 투명히 비치는 광어 초밥입니다.




쫄깃함과 씹을수록 입안에 감도는 고소한 풍미에서 다금바리를 당할 것은 없을 듯합니다. 그야말로 명불허전입니다.




피가 쪽 빠지고 얼리지 않았던 노랑 지느러미 참치는 부드러운 입 느낌과 고소히 퍼지는 맛으로 언제 먹어도 살살 녹습니다.




소식을 전하려는 것이 주 목적이었는데, 본의 아니게 종국엔 극심한 염장질로 넘어간 점 정말로 정말로 죄송하게 느끼며, 언젠가는 여러분과 이 맛을 직접 나눌 날이 있기를 바랍니다.

애청 음반 목록

최근 2년간 손이 자주 간 LP들입니다. 뮤지션쉽이나 레코딩에서 마음에 들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정리하는 김에 여기에도 올려 놓으면, 뭔가 유익한 점이 생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막연히 들어서 올려봅니다. 한 두 곡만 뽑아서 듣는 LP는 제외했습니다.

Rock/P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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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ep Purple - Deepest Purple - Warner / 1980
Dire Straits - On Every Street - PolyGram / 1991
Doors - Hard Rock Cafe - Elecktra / 1970
Elton John - Tumbleweed Connection - Uni Records / 1970
Golden Earring - Moontan - MCA-2352 / 1973
Jefferson Airplane - The Worst - RCA LSP-4459
Neil Young and Crazy Horse - Everybody Knows This Is Nowhere - Reprise 6349
Neil Young - Decade - Warner / 1976
Rolling Stones - Some-Girls - Warner / 1978
Ry Cooder - Bob Till You Drop - Warner / 1979
Seals & Crofts - Summer Breeze - Warner / 1972
Steely Dan - Pretzel Logic - EMI SPBA 6282
Steely Dan - Can't Buy You A Thrill - MCA - 37040 / 1972
T. Rex - Electric Warrior - Reprise 6466
Joni Mitchell - Blue - Reprise MS 2038
Chet Atkins - For The Good Times - RCA LSP-4464
Jose Feliciano - The Voice and Guitar of H. F. - RCA LSP-3358
Z. Z. Top - Fandango - London / 1975

Ja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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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ll Evans - Portrait in Jazz - Riverside / 1959
Chick Corea - Touchstone
Chet Baker - My Favorite Songs - Enja / 1988
Chet Baker - Chet - Fantasy / 1987
Basie/Peterson - Night Rider - Pablo / 1980
Billy Holiday - Lady in Satin - CBS / 1958
Gary Burton Trio - Passengers - ECM / 1977
J. J. Johnson - Vivian - Concord / 1992
John Coltrane - Soultrane
Dave Brubeck - Back Home - Concord / 1979
Jim Hall - Concierto - CTI 6060
Weather Report - Heavy Weather - CBS / 1977
Pat Metheny - Watercolors - ECM / 1977
Mixed - Celebration of Duke - Pablo / 1980

Clas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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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ethoven - op.24 Spring Sonata / Kempf/Menuhin - DG 2530205
Beethoven - op.97 Archiduke / Kempf / Szeryng / Fournier - DG 2530147
Beethoven - Triple Concerto - Anda / Fournier / Schneiderhan - DG 136236
Schubert - Trout / Emil Gilels / Amadeus Quartet - DG 2530646
Dvorak - Dumky / Suk Trio - DG 138996
Schumann - The Horowitz Concerts 1975,1976 - RCA / 1976
Richard Strauss - Four Last Songs / Schwarzkopf - EMI 36347
Bach - Glodberg Variations / Gould - CBS 1982
Tschaikowsky - Der Schwanensee / Andre Previn - EMI 063-02997
Smetana - Aus Meinem Leben / Amadeus Quartet - DG 2530994
Wagner - Wagner - Toscanini - Victor / 1967
Pierre Fournier - Rendezvous Musical Avec P. F. - DG 1530132
Izhak Perlman - Violin Recital - EMI 1974
The Baroque Chamber Orchestra - RCA AGL 1-4218
The Piano Classics - DG 2545003
Stockholm Guitar Quartet - Transkriptioner - OPUS3 / 1978

O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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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orges Moustaki - G. M. - Polydor / 1973
Los Romeros - the Kings of the Spanish Gitar - Philips 6780-252
Andalucian Folk Songs of Spain - Olympic Records 6105
Ravi Shankar - Ragas Hameer & Gara - DG 2531216
The Mormon Tabernacle Choirs - Greatest Hits vol.2 - Columbia MS 7086
Rohs Male Voice Choir - Music From Welsh Mines - Delyse / 1957
Charlie Byrd - The Stroke of Genius - Columbia C 30380
Charlie Byrd Trio - the Bossa Nova Years - Concord / 1991
Stan Getz / Joao Gilberto - Getz/Gilberto - MGM / 1964
Stan Getz / Charlie Byrd - Jazz Samba - Verve 1962

오늘 선택한 음반


현재 영국의 북부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를 포함하는 지역 원주민인 켈트족의 민속 음악을 프랑스의 사 인조 "An Trikell"이 편곡하여 켈트 어로 노래하거나 연주한다. 1967년 출판. 회고적이고 순수한 느낌으로 마음을 정화해주는 힘이 있다. 고된 하루를 보낸 상태라면 불편한 마음을 부드럽고 차분하게 달래는데 이 음악이면 될 것 같다. 우리 정서의 "한"에 해당하는 듯한 느낌도 있어서 매우 드물게 접하는 음악인데도 느낌은 그리 멀지 않다.



유씨 비욜링이 작고하기 1년 전인 1959년에 출판된 판이다. 수많은 잡음이 있음에도, 한번 듣기 시작하면 중간에 그만둘 수 없다. 선천적으로 아름다운 음성에다 절묘한 감정 표현과 통제가 더해진다. 다른 사람의 같은 노래보다 훨씬 많은 느낌을 경험하게 해준다. 마음에 일어나는 감정의 변화가 시시각각 섬세하고, 그 섬세한 변화가 팽팽하고 질긴 줄을 따라 소리에 연결된 것 같다. 청취자로서 전율을 느끼는 정도를 넘어서 노래에 실린 감정의 주체인 듯 숨이 멈추거나 울컥하고 치밀어오름을 느낀다. 그가 표현하는 감정의 세밀함을 따라가다 보면, 파바로티나 델 모나코의 표현은 너무 즉각적이고 촌스럽거나 공연한 허세가 있는 듯 느껴진다.



이 판을 듣기 전에는 소리의 배치와 지휘에서 앙드레 프레빈 지휘의 런던 심포니 연주 음반을 좋아했는데, 이 음반의 녹음과 효과가 압도적으로 좋다 보니 프레빈의 녹음이 밀려났다. 입체적이고 세밀하고 규모 있으면서도 각 악기의 개성과 표현이 살아난다. 상대적으로 1972년 카라얀과 베를린 필하모닉의 연주는 총화를 이루는 오케스트레이션에 치중한 나머지, 주제와 연결된 악기의 개성이 살아나지 못하고 러시아 특유의 과장된 맛과 무대와의 시각적 연결이 함께 떨어진다.



얼마 전에 이 음반에 있는 "너저리 튠의 변주곡"을 듣고 새로운 경험을 했다. 마치 수십 곡을 한 곡에 모아놓은 듯한 수많은 느낌과 장면이 변화무쌍하게 흘러가며 몰아닥쳤기 때문이다. 오늘 그 경험을 다시 살려보고자 선택했다. 바그너로 시작해서 모차르트, 차이콥스키, 브람스로 헷갈리게 느낌이 바뀌어 나가는데다, 영화를 보듯 시각적인 효과도 무쌍하게 바뀌고 순간순간 어리벙벙해진다. 상당히 특이한 작품인데, 소리의 순도와 다이내믹함을 보면 1959년에도 이미 상당한 녹음 기술이 있었음을 알게 한다.

작은 횡재

어제는 월요일이라 가게를 닫는 날이었다. 바람도 불고 주치의와의 약속도 있는데다 일하는 데 필요한 물건도 좀 사야겠어서 낚시가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시내를 다니며 일을 보았다. 그런 날이면 종종 구세군 자선 중고품 점에 들러 새로 흘러나온 중고 판이 있나 확인한다. 두 곳의 매장에 들러 17장의 판을 구해서 열심히 닦고 흥분된 마음으로 들어보았다.

베토벤 전원 교향곡 - 브루노 발터 지휘 콜럼비아 심포니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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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상태도 좋고 소위 "여섯 눈" 콜럼비아 판이라 집었다. 음반에 붙은 둥근 레이블에 사람 눈 모습의 콜럼비아 로고 여섯 개가 인쇄되어 있어서 "SIX EYE COLUMBIA"라고 불린다. 유명한 마일즈 데이비스의 "Kind Of Blue"도 같은 "여섯 눈"이다. "콜럼비아의 HiFi 음반은 모노라도 스테레오 기기로 재생하면 더 충실한 소리가 나게 하였으므로 시대 변화에 대한 걱정 없이 구입해도 된다."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이 종류 음반의 충실도 높은 소리를 듣고 보면 그 말이 단순한 상업적 치장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스테레오와는 달리 모든 음이 스피커 사이 공간의 중심에서 나오므로 무대의 옆에서 듣거나
동굴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듣는 느낌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음반의 가치를 높이는 것은 헥터 베를리오즈의 해설이 인쇄되어 있어서 음악의 장면을 시각적으로 떠올리고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2 악장 해설을 예로 든다.

"베토벤의 명상에 바쳐진 악장이다. 말할 나위도 없이 베토벤은 시냇물 가의 풀밭에 기대 누워,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천지 만물의 오묘한 광채과 음향에 눈과 귀를 영민하게 열고 이 악장을 지어냈다.......중략........ 이 얼마나 맛있는 음악인가!"

베를리오즈의 이러한 해설을 읽으며 듣노라니 베토벤이 보고 느꼈을 법한 유럽 농촌의 풍경과 자연의 변화가 눈 앞에 떠오르는 것이었다.

데이브 브루벡 - 1958 뉴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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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음반과 같은 "여섯 눈 콜럼비아"이다. 이렇게 상태 좋은 음반은 이베이 가격으로 $25-$30 정도이니 75전에 구입한 것은 그야말로 작은 횡재이다. 이 음반은 듀크 엘링턴을 기리려고 색소포니스트인 폴 데스몬드 등과 뉴포트에 모여 연주한 녹음이다. 그래서인지 시종일관 겸손하고 최선을 다하는 자세로 몰입하는 것이 보이는 연주이고, 화려함과 감정의 과장이 절제된 아름답고 치밀한 연주를 보인다.

스티비 레이 본 - 텍사스 플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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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손에 넣고 싶던 판인데 눈앞에 나타났다. 요즘 복 받을 만한 일을 한 것도 없는데...
텍사스인의 긍지와 텍사스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 자의식 강렬한 곡이다. 그의 이름난 기타 솜씨와 보컬이 텍사스의 정서를 발휘하기 위해 한껏 바쳐졌다는 느낌이 와 닿는다. 락 음반 중에서는 보기 드물게 처음부터 끝까지 감탄하며 들을 수 있는 판이다. 자신의 것을 깊이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여기는 마음에서 나온 예술은 모두 훌륭하다.

줄리안 브림 - 보케리니 기타 오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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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 초반에 현대곡이라고 느낄 만큼 기타의 다양한 표현이 살아있는 곡이다. 크레모나 현악 사중주단과의 협연으로 녹음되었는데, 이 음악을 듣던 중, 슈베르트 송어 삼 악장의 동심원으로 번지는 물결과 송어의 약동하는 모습을 기타로 표현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푼돈으로 건지는 행운이 매일 찾아오지는 않겠지만, 이런 행복감만큼은 음악을 들을 때마다 다시 찾아올 것이다.

All "Kind of Blue"



원래 소장하고 있던 Miles Davis의 "Kind of Blue" 1959년 판 "여섯 눈" 콜럼비아 음반은 표면 잡음이 심해서 좋은 값을 받고 팔았다. 그래도 계속 들어야 할 음악이기에 마땅한 것을 찾고 있었는데, 도무지 여러 시기에 나온 것 중에서 어느 것을 사야 할지 몰라서 마냥 미루고 있었다.

며칠 전 닥터 스미스께서 방문하셨기에 추천을 부탁했더니, 소장한 것들을 모두 빌려줄 테니 직접 듣고 판단하라신다. 그래서 오늘 빌려온 것이 위 사진의 다섯 장. 모두 "Kind of Blue"이다.

왼쪽 위는 1993년 프레스의 200그램 음반으로서, 원래의 속도가 일 점 몇 퍼센트가 빠르다나 하여 원래 속도의 1, 2면 녹음과 교정 속도의 1면, 45회전 녹음의 2면을 포함한 2장의 LP가 들은 것이고, 왼쪽 아래 석 장은 2001년 프레스인 200그램 음반이다. 음반을 꺼내 자세히 보니 2001년 판 석 장은 모두 같은 몰드로 제작한 것인데, 같은 판을 왜 3장씩이나 샀는지는 나중에 물어볼 작정이다. 마지막으로 오른쪽은 프레싱 년도 미상의 120그램의 일반 판이다. 모양새로 보아 1970년대에 SONY CBS에서 나온 듯 음반에 붉은 딱지가 붙어 있다.

하나씩 들어보니 같은 "Kind of Blue"임에도 많은 차이가 보인다. 아마도 그래서 직접 들어보라고 한 듯하다.

1993년의 것이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다. 우선 2장 세트이니 값도 가장 비싸겠지만, 1면 "So What"의 시작 부분의 소리가 많이 흔들리고, 트럼펫과 베이스가 모두 중앙의 같은 깊이에서 소리가 겹쳐 나오니 부자연스럽다. 트럼펫과 베이스가 강조된 느낌이 있지만, 피아노와 드럼은 시중들듯 나오고 박력도 떨어진다. 2면의 "All Blues"도 전반적으로 칙칙하고 탁한 느낌이다.

연대 미상의 120그램 음반은 고역이 활달하고 각 악기가 크게 묘사되고 박력이 있게 들린다. 특히 드럼의 표현이 일품이다. 그러나 약간 어수선한 듯한 느낌이 있고, 1면 왼쪽 채널에 핑크노이즈와 흡사한 잡음이 깔렸다. 오늘 듣는 3가지의 판 중에선 정보량이 가장 많고 다이나믹하므로 어수선한 단점은 있더라도 중량 반과의 가격 차이를 고려하면 사들일만한 음반이다.

2001년 200그램 중량 반이 가장 좋게 들렸다. 120그램 음반의 확장된 열기가 군데군데에서 아쉽기는 했어도, 전체적으로 녹음 상태가 좋고 균형감이 좋아서 듣기에 편하다. 또한, 각 악기의 위치와 음색이 자연스럽고 단정하면서도 박력까지 잃지는 않아서 끌고 들어가는 맛이 좋다. 계속 반복해서 듣기에 가장 좋은 선택일 듯한데, 120그램 음반과 시장 가격이 얼마나 차이가 날지 따져보아서 결정해야겠다.

듣기만으로 평가하면 2001년 9점, 년도 미상 8점, 1993년 6점 주겠다. 2001년 중량 반과 120그램 반 모두 구하고 싶기도 하다.

장고 라인하르트

전설적인 집시 재즈 기타리스트 장고 라인하르트가 불현듯 생각납니다.

처음으로 녹음을 낸 18살때 유랑의 포장마차에 불이나서 왼쪽 손을 심하게 데는 중화상을 입었습니다. 병원에서 손을 잘라야 된다고 하자 몰래 병원에서 빠져나와 손이 잘리는 것은 피했지만 왼손 네째와 새끼 손가락을 쓰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검지와 중지의 운지에만 주로 의존해야하는 치명적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으로 추앙 받는 기타리스트로서 후세의 수없는 음악가들에게 영감을 주었으며, 지금도 그를 기리는 많은 추모곡이 연주되고 있습니다.

음악 뿐 아니라 역경을 당당히 물리친 인생 자체가 뭉클한 감동입니다.

비슷한 역경을 이긴 트럼페터로서는 폭행을 당해 앞 치아를 몽창 잃어 연주가 불가능하다고 믿어지는 상태에서도 불멸의 명 연주를 남긴 쳇 베이커를 들 수 있습니다.
단 한번의 리허설 후 엮어진 쳇 베이커의 마지막 공연을 들으면, 생소한 단원들이 쳇의 예술적 마력에 이끌려 점차 혼연 일체의 감동을 연출하는 것을 생생히 느낄 수 있습니다. 공연 2주 후 쳇은 호텔 이층의 방으로부터 떨어져 자살로 단정된 의문의 죽음을 맞습니다.

이 1988년 쳇의 'The Last Great Concert' 녹음에도 장고 라인하르트의 추모곡인 'Django'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도구 날 세우기

여러분께서 칼 갈기에 관심이 있으신 듯하여 제 요령 중 일부를 소개합니다.

8살때 할아버지께서 칼 갈기를 가르쳐주신 후, 주변의 모든 날붙이는 직접 갈아왔습니다. 가능한 한 남의 도움 없이 자급자족하고,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직접하다보니 항상 많은 종류의 날붙이 연장을 씁니다.

날 세우기는 쉬운 듯 해도 직접 해 보면 그리 쉽지도 않고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하는 실수에 관련한 중요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많이 갈아내기 보다는 날을 세우는 것이 목적이므로, 날을 세우기 위해 유효한 부분만을 효과적으로 갈아낼 생각과 계획을 할 것. 칼을 간다는 생각보다는 날을 세운다는 생각으로 작업.

2. 너무 세게 누르며 갈면 칼과 숫돌의 각도가 밀거나 당길 때 쉽게 흔들리고 조절하기가 힘들게 됨. 또한, 날끌이 과도한 힘을 받게되어 풋날(거스러미)이 많이 발생하게 되어 불필요한 갈아내기와 마무리 작업이 생김. 풋날이 생기는 순간이나 직전에 칼을 뒤집어 갈을 것. 풋날이 크게 된 후에 없애면 날 끝까지 잡고 부스러져나감.

3. 칼날 끝의 단면각을 일반 부엌칼은 40-50도(회나 스시용 칼은 25도까지 내려감) 정도가 되도록 할 것. 무른 쇠는 각을 크게 해야 날이 쉽사리 무디어지지 않으며, 강한 쇠는 각이 작아도 견딘다. 날을 자주 세우고 싶지 않으면 각을 크게 택한다. 단면각이 너무 작으면 날 끝이 쉬 부스러지거나 무디어진다. 좋은 쇠에 정확히 세워진 날이라면 45도에서도 충분히 면도가 되는 날이 나온다.

4. 마무리 작업은 풋날을 없애고 칼 끝 단면에 예리한 각이 생기게 한다. 칼을 매번 뒤집으며 날 방향으로만 이동하며 누르지 말고 가볍게 간다. 이 최종 각이 40-50도 정도이어야 되므로 그 전의 준비 갈이는 이 각도 보다 다소 작아야 마무리가 쉽게
된다.

5. 숫돌은 충분히 물을 먹이고, 가는 중에도 물을 자주 끼얹어서 연마된 찌꺼기가 남아있지 않도록 할 것.

6. 칼은 갈기 전에 기름기를 깨끗이 닦아내어 숫돌의 연마면에 때가 끼지 않게 할 것.

7. 연마면이 닳아 굴곡이 있는 숫돌은 사용 전에 시멘트 블록이나 바닥에 갈아서 숫돌 연마 면이 완전히 편평하도록 교정해서 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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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숫돌의 사진, 금강사 2가지, 천연석 2가지, 초자석 1가지. 숫돌 받침은 물이 고여서 숫돌이 물기를 머금기 쉽도록 함.



절삭 공구나 초경금속 마무리에 쓰는 기름 숫돌. 금속 표면에 다이몬드 코팅한 것 하나, 수정 결정이 퇴적되어 만든 천연 아칸사스 숫돌 4가지, 삼각 금강사 두가지.




각종 용도의 칼, 위에서 두번째 도축용 칼과 오른쪽 물고기 피 빼는 칼 등 찌르기 용도의 칼 2개를 빼고는 모두 면도가 되는 상태.



목공용 날붙이, 일하다 말고 날가는 수고를 피하려고 여러개 준비하고 씀.



톱과 대패, 요즘은 원반 톱과 직소를 주로 씀. 그러나 서양 대패는 쓸만한 것이 없음.



직소와 원반 톱. 잘만 쓰면 몸 안 피곤하고 매우 정확함.

추수

태평양 연어는 스프링이라고도 불리는 가장 큰 치눅, 은연어라고도 불리는 빠르고 번쩍이는 코호, 한국에도 올라오는 첨, 통조림에 흔한 핑크, 핑크보다는 크지만 다른 연어보다는 작고 가장 기름지며 맛있는 사카이 다섯 가지가 있습니다. 가장 상류에서 산란하므로 일찍 여름에 소상하는 사카이를 빼고 모든 연어가 이맘때 가장 잘 잡힙니다.

농업에서 작물을 수확하듯 인디언들은 연어를 수확하여 여러가지 방법으로 갈무리해서 겨울 식량으로 저장합니다. 그 중 전통적인 방법이 훈제인데, 연기를 쏘여 말려서 그대로 또는 다시 병조림하는 방법으로 저장해 두었다 겨울내내 먹습니다. 소금과 당분에 향신료를 더한 간을 먹인 연어에 차게 식힌 연기를 이틀정도 쏘이고 얼려두었다 회처럼 먹는 것이 냉 훈제, 80도 정도의 보다 높은 온도의 연기를 5-20시간 쏘이는 동시에 어느 정도 건조도 되게 하는 훈제가 고온 훈제입니다.

고온 훈제는 짧은 시간에 전기 훈제기로 가능하고, 훈제 후 보관도 쉬워 낚시꾼들이 흔히 선택하는 갈무리 방법입니다. 저도 그전에는 많은 양을 만들어 나누어 주기도 하고 간식으로도 많이 먹었으나 어느덧 질린 나머지 몇 년간은 만들기를 그만두었습니다. 불현듯 다시 해보려는 생각이 들어서 지난 월요일 잡은 치눅 작은 놈 두 마리로 훈제해 보았습니다.

오랜만에 해서 먹으니 입맛이 다시 살아나는데, 역시 맥주 안주로는 최고입니다. 살짝 말라서 결대로 떨어져나오는 조각을 조금씩 차근차근 씹을 때, 겉에 뿌린 굵은 후추 및 훈제에 쓰인 사과 나무 연기와 아우러져 향긋하고 고소하게 입안에 퍼지는 맛은 뒷맛조차 아련하니 다른 안주와 비교할 생각조차 불허합니다.


결대로 뜯어지니 먹기도 간편합니다.



맥주 몇 병은 순식간에 날라갑니다. 이른바 "술 도둑"입니다.
"술 도둑"은 죽어서도 가죽과 가시를 남깁니다.

왠지 친근한 돌궐계 음악

고대에 우리와 많은 접촉이 있었던 돌궐족의 후예인 현존 집단으로서는 알타이, 투바, 위그르, 카자흐, 우즈벡 등이 있는데, 그들 음악 중 우리 정서에 쉽게 와닿는 음악이 많습니다. 가끔 듣는 그들의 음악을 소개합니다. 제목 해석을 못해서 나름대로 별명을 붙입니다.

사랑하는 할머니 (아실 아젬) - 카자흐


My precious grandmother, my graceful grandmother, I miss you;
My yearning for you is as great as a mighty forest.
In spite of me being a parent myself;
Until this day I long you to caress me like a child.

I am as your colt that jumps around happily in the valley;
I am as your lamb that plays in the paddock.
I can freely laugh in your presence;
I am not ashamed to cry in front of you.

I have learned from you how to love;
I have learned from you what conscience is.
Your soul is wrapped in my heart;
My soul is pinned on your head scarf.

희나리 (구창모 노래 느낌) - 위그르


고향 가는 길 - 알타이


발길 닿는대로 - 투바

청나라 왕실의 조상은 한반도로부터

이전 글 어디선가 만주 및 청나라의 지배 세력의 한반도 기원 설이
확인된 정설은 아니라는 내용이 있었는데, 청나라 건륭 황제 명으로
저작된 "만주원류고"는 물론 중국 정사서로 인정된 24서 중 하나인
"금사"에 그들의 기원이 한반도에서 왔음이 명시되어 있음을 증거와
함께 보여주는 유튜브 내용이 있어 소개합니다.

이 내용 중 "Jin Dynasty"는 한국에서 칭하는 "금"과 "후금"을 말하므로
"晉 왕조" 또는 "秦 왕조"와 혼동하시면 안됩니다. 청나라 왕실 성
애신각라(愛新覺羅)는 원래 여진 식 발음인 "아이신줘러"의 한자
표기인데, 여진말 "아이신"은 금을 뜻하고 "줘러"는 종족 또는 겨레의
뜻으로서 "김씨족"의 여진식 표시이면서 "신라를 사랑하고 기억하라"
라는 두 의미를 동시에 품고 있습니다. 현재의 이들 후예는 거의
김씨 성을 씁니다.

삼국 통일 때 고구려가 당에 넘어가면서 우리 종족의 영역이
줄어들기도 했지만, 그 이후 다시 회복할 기회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유교와 중화 사대에 찌든 조선 왕조는 고조선 이래
민족 역사의 계승자이기보다는 자신을 유교의 계승자인 "소 중화"로
깊게 착각하고 근친 민족들을 이질적인 오랑캐로서 격하하여
기회를 지금껏 놓치게 되었다고 보는 것이 저의 역사관입니다.

같은 원리로, 현재의 우리가 역사의식을 망각하고 북한 마저 도외시
한다면 우리의 존재는 또 한번 크게 작아질 것입니다.




"아이신 줘러"라는 여진 발음을 나타내는 한자를 갖다 붙일 때, 같은 음과
좋은 뜻을 갖는 한자는 상당히 많은데 왜 굳이 愛新覺羅라는 네 글자를
선택했겠는가 하는 것은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물며 아들의 이름을 짓는데도 많은 생각을 하는데, 주변 집단과 관련해서
의미가 생길 수 있는 글자를 함부로 선택할 리 없으며, 그리 선택한 데는
분명한 의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족들이 자신의 기원으로 보는 황하 문명의 황제와 전혀 다른 동북방 부족이
일군 요하문명의 비교에서 요하 문명이 천 년 이상이나 앞섰다는 사실이나
동북아 지역의 국가 변천 과정을 음미하면, 한족에 의한 문명 주도론이
허망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만주 말살은 중국의 만주국 점령 후 조직적이고 강압적인 문화 말살 정책에
이루어졌으며, 중국의 문화에 만주 문화가 자발적으로 흡수되어 그런 것이
아닙니다. 중국이 현재 강제로 점령한 다양한 모든 문화의 총합이 모두 원래부터
자기네들 것이라 우기니 개별적인 다른 종족의 문화가 작다 할 수 있는 것일
뿐입니다.
그러나 어느 종족도 모든 문화를 통합하여 지니고 있지 않으니, 중국 문명
우위론에 의한 흡수론은 다수인 한족이 의도하는 제국주의적 허구일 뿐입니다.

현재의 모택동 중국은 겉으로는 복합 민족 국가관을, 속셈으로는 주변의
국가나 민족을 격하 또는 부속시 하고 한족 중심의 제국관으로 침략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경계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티베트와 위구르 등 지역에서 일어나는 민족 차별과 한족 유입에 의한 물타기
및 민족 말살 정책은 중국식 제국주의의 실상을 보여주기에 모자람이 없습니다.

역사관은 현상의 올바른 파악에 불가결한 것이며, 올바른 역사관이 없으면
국가관도 온전하기 어렵고, 국가관이 제대로 서 있지 않으면 자주 국가의
국민 자격이 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세 곡의 나폴리 연가

늙음은 슬픈 것.

새로운 모든 것을 뒤지던 반짝이는 눈은 어디로 갔는가?
샘솟는 피로 부풀어 오르던 밝은 피부는 어디로 갔는가?

오직 남은 것은 꺼질 줄 모르고 불타는 가슴.

늙음은 슬픈 것.

젊은 날의 광택이 사그러진 육신으로 덮어진 가슴은 주기도 미안하다.
윤기 없는 거죽 속 남은 몸부림에 연민이라도 받으면 다행이리라.

그래도 삶의 기쁨은, 아직도 꺼지지 않은 이 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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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nesta che lucive


한때는 빛났으나 지금은 불 꺼진 창 뒤, 병든 내 연인이 있네.

그녀의 누이가 창문 너머로 말해주네. 그대의 작은 연인은 이미 죽어서 묻혔다네.

혼자 잠드는 외로움에 흐느끼던 그녀, 이젠 죽은 영혼들과 함께 잠들었네.


잘있거라 불 꺼진 창아, 영원히 잠겨있으라. 창문에 기댄 내 연인을 더이상 불 수 없으리.

다시는 이 골목길을 걷지 않으리.

결코 무덤을 찾지 않으리, 무정한 죽음이 나를 그녀의 곁에 데려갈 때까지.

한때는 빛나던 창, 이제는 불 꺼진 어둠만 남았네.


Ciove


그대는 아픈데도 노래하네. 그대는 죽어가는 중에도 노래하네.

아흐레나 비는 계속 내려서,

바람은 차고 하늘은 어두워지기만 하네.

그리고 그대, 이 추위에, 홀로 노래하며 삶에서 멀어져 가네.


그대는 누구인가? 그대는 노래하는 새라네.

그내는 누구인가? 그대는 죽음을 맞아서도 노래를 읊는 새로 태어난 사랑이라네.

무정한 하늘이여, 어찌 비 마저 내리시는가!


그대는 마돈나처럼, 십자가 위에서 마중하는 천사를 위한 자장가를 부르네.

밤에 들리는 고독한 음결.

그리고 그대, 성자 같이, 죽는 그날까지 외롭디 외롭네.


그대는 누구인가? 바로 노래하는 새라네.


Dicitencello vuie


그대 친구에게 말해다오. 잠을 이룰 수 없으며 마음을 가라앉힐 수 없다고.

난 그녀만을 생각하고 있다네. 그녀는 바로 내 생명이네.

그녀에게 직접 말하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모른다네!


그녀를 사랑하네. 너무도 사랑하네.

그녀에게 말해다오. 결코 떨칠 수 없다고.

쇠사슬보다 질긴 열정은 이 영혼을 괴롭혀서 죽여가고 있다네.


그녀에게 말해다오. 그녀는 화창한 날보다 더 아름다운 오월의 장미라고.

바이올렛보다 더 싱그러운 그녀의 입으로부터,

나와 사랑에 빠졌다는 말을 듣고 싶다네.

하워드와 함께 한 ESL-57 감상


"쿼드 ESL 57" 스피커가 집에 들어온 지 두 주가 넘었다.

처음엔 대충 듣다가 처분하려는 생각이었는데, 듣다 보니 점점 좋아져서 시집보내기가
싫어진다.

어제는 푸얼차와 음악을 함께 즐기는 친구인 "Howard Able"(
http://www.howardabel.com/html/about.html )이 집에 들렀다. 작업장에 수리 대기 중이던 스피커를 보고 관심을 보이기에 함께 듣자고 청한 이유도 있지만, 한국식으로 생간을 먹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한 까닭도 있다.

하워드는 이 도시에서 잘 알려진 기타리스트로서 다양한 종류의 음악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전업 연주가와 기타 선생으로 활동하고 있다.

참기름과 소금, 그리고 농장에서 특별 주문한 방목 암소의 간을 한 봉지 들고 나타난 하워드에게 간을 손질하고 썰어 접시에 올리는 것을 보여주고 깨소금을 넉넉히 뿌린 다음, 참기름 소금과 함께 밥상에 올렸다. 물론 소주 한 잔도 곁들여서.

상상했던 맛과는 비교할 수 없이 좋다며, 함께 차린 마당에서 갓 딴 상추에 밥과 집된장으로 쌈을 싸먹으며 간 한 접시를 뚝딱 해치운 하워드는 한국 음식의 다양함, 현명함 그리고 그 오묘한 맛을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며 매우 흡족하다고, 그리고 앞으로 생간을 즐겨 먹겠다 했다.

장소를 옮겨 음악을 들었다.

Kenny Drew - Paul's Pal
Clark Terry and Joe Pass - Main Stem, I Can't Sleep Tonight
Herb Ellis and Joe Pass - Seven Come Eleven
Bud Shak, Laurindo Almeida and Ray Brown - Dindi
Billy Holiday - But Beautiful
Wagner / Glen Gould - Meister Zinger Prelude
Wagner / Solti / Vienna State Philharmony - Meister Zinger Prelude

첫 마디의 평은, 마치 현장에서 듣는 느낌이라는 것이다. 거의 매일 현장에서 연주하거나 듣는 연주가의 말이니, 보통 사람의 평가보다는 무게가 실린다.

그다음은 중고역의 표현이 아주 섬세하고 다채롭다는 것이다.

관악기에서 마우스피스나 리드의 조절에서 오는 변화라든지, 트라이앵글의 모듈레이션에 의한 음 변화, 드럼 채의 움직임과 치는 위치의 변화에 따른 표현의 차이 등등에서 지금껏 볼 수 없었던 부분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서 아주 재미있고 즐겁다는 것이다.

들으면서 점점 좋아진 나의 이유와 같은 평가인데, 막귀의 생각에 음악가의 평이 더해지니, 이제 쿼드 스피커의 자리를 영구히 마련해 주어야 하게 생겼다.

자신 있는 표현과 도도함이 있는 "사바", "모든 면에서 내가 표준이야."라고 당당히 외치는 "다인 오디오", 현장감과 표현력의 남다름에서 확실한 자리를 찍은 "쿼드", 이 삼총사에게 골고루 자리를 줄 만한 공간의 여유가 없다는 나는 "아, 어쩌란 말이냐."하는 고민이 절로 나오지만, 이것이야말로 행복한 고민의 극치가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

이런 상황에 이르니 "Chet Baker"의 "I Fall in Love Too Easily (난 너무 쉽게
뿅 가나봐^^)"라는 노래가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