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5일 수요일

최근 주운 음반들








"Aphrodite's Child"의 멤버로 잘 알려진 데미스 루소스의 노래는 뱃속 깊은 곳에서 울려나오는 절묘한 비브라토가 번져나가는 환상적인 느낌이 일품이다. 그러나, 그것 보다는 그리스 전통 음악의 감성, 선율, 박자가 뼈에 사무치도록 박혀있다는 것에 큰 점수를 주고 싶다. 나로서 한국의 대중 음악가 중 김수철을 높이 사는 이유에는 그가 전통 창법과 가락을 심지에 두고 노래를 시도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리스의 뿌리를 노래 깊이 간직한 음악가는 데미스 루소스 말고도 무스꾸리와 무스타키를 예로 들 수 있다. 비록 무스타키는 후에 모로코를 경유해 프랑스에 귀화한 유대인이기는 해도. 우리나라에도 우리 전통 음악의 정서와 음악적 느낌을 전 세계에 공감시킬 수 있는 음악가가 많이 나왔으면 한다.



오스카 피터슨은 캐나다의 대표적인 재즈 피아니스트이다. 그의 자서전을 요즘 읽고 있는데, 미국에서 캐나다로 이주하여 국철 객실 승무원이었던 그의 아버지는 약 보름씩 집을 비워야 했음에도, 집에 돌아올 때마다 자식들에게 맡긴 음악 과제와 학업 진도를 세세하고 엄격히 검사하였으며 사려깊은 가장의 본보기를 지킨 분으로 묘사되어 있다. 교육이 얼마나 중요하며, 거기에 부모의 실천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고 반성한다. 연주에서 보이는 속도, 소절과 소절에서 화음의 이해와 창의적 구사, 정교함 등으로서 당할 연주가가 없는 명인이지만, 소울이 부족하다든지, 블루스는 잘 연주하지 않는다든지, 흔한 곡을 너무 많이 연주했다든지 하는 비평을 들었다. 그러한 비평에도 불구하고 그의 매끄럽고 화음과 기지 넘치는 연주를 듣는 즐거움은 비할 데 없으며, 두 장이 들어간 그의 판을 1불에 산 것은 행운이 아닐 수 없다.



Aqualung이 "Jethro Tull"의 독자적 개성이 듬뿍 담긴 성공작이라면 "This Was"는 그들의 역량과 실험 정신을 만끽할 수 있는 음반이다. 블루스와 재즈를 락에 접목하여 다양한 시도를 했는데, 결과적으로 그들의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음악을 듣는 동안 거부감 없이 여러 장르를 오가며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며, 소리와 느낌의 제시가 환상적이고 화려하여 환각적 동반 상태를 느낀다. Aqualung 보다 좋은 녹음이라고 나름 평한다.



크로이처와 봄의 두 소나타가 모두 들어가 있는데다, 헨릭 쉐링이 연주한 판이라 무조건 집었다. 감정과 균형의 질서를 잃지 않는 쉐링의 연주가 일품인 반면, 루빈시타인의 감정적이고 기교파적인 해석이 그와 조화가 잘 되지 않는다. 바이올린과 피아노 서로의 대화와 싱코페이션이 끈적끈적,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는 아름다움은 메뉴힌과 켐프의 DG 녹음을 따를 수 없다. 베토벤의 피아노 만큼은 유대인 연주가의 것을 그리 좋아한 적이 없다. 유대인의 연주에서 종종 보이는 달콤하고 다소 감정적이며 기교가 돋보이는 연주는 베토벤의 단단한 구성과 고상한 심상 표현에는 적합치 않다고 느낀 경험이 많다. 일종의 선입관일까?



나는 쇼팽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쇼팽에게 여성 팬이 많은 것에 대한 반작용과 남성적인 것을 숭상하고 과시하는 스스로의 아집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의 폴로네에즈와 마주르카는 너무나 좋다. 그런 경험을 실제 해 본 적은 없으나, 폴란드의 시골에서 비가 막 그친 뒤 창문을 열고 밖의 전원을 보는 느낌이랄지, 아름답고 사색적이며 몽환적이기도 하고 풋풋하고 달콤한 향내가 관능적으로 번진다.





"하늘의 소리가 무엇이냐?" 고 묻는다면 "혼의 소리다."라고 말함으로써 혼의 소리가 주는 느낌을 정의하련다. 자주 듣지는 않아도, 소리만으로도 좋아하는 것이 혼 소리다. 그 중에서도 데니스 브레인의 혼 소리는 그의 순수함밖에 없는 연주에 더욱 힘입어, 비할 데 없이 정결하고 고아하다. 대를 이어 혼을 연주한 집안 출신의 천재 연주가가 요절하여 녹음이 매우 귀하게 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법

세상의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원래 특별한 것 없이도 즐겁고 행복하게 되어 있다.
숫한 세월동안 대를 이어 살아온 모든 산 것들을 보라.

인간은 그들이 만들어 낸 문제로 고난과 불행을 불러들이며, 그러한 문제를 없애면
특별한 조건 없이도 원래 있어야 할 즐거움과 행복이 찾아온다.


문제없는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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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대물림한 문제의 청산

나의 불행은 어린 날 내게 새겨진 아버지의 폭력과 이기심으로부터의 상처에서
비롯되었다. 이 상처는 40여년이 흘러서 아버지의 사과를 듣고서야 서서히 치료되었다.
정말 바보같은 일이었다. 아버지의 사과를 들으려 40년을 넘게 상처를 간직하다니!
진작에 용서를 해드렸어야 했다.

이제는 보인다, 아버지의 문제 역시 세월과 환경으로부터의 상처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아버지는 이러한 문제와 불행의 윤회에 대한 각성을 하지 못하셨기 때문에 해결을 하지
못하시고 대물림을 하셨다. 나는 그러한 아버지에게 몹시 측은한 마음이 있다. 대물림
받은 문제는 용서와 측은지심으로 치료해서 윤회를 고리가 반복되지 않게 해야 한다.

2.빚 없는 생활

물질적인 빚 뿐 아니라 마음의 빚을 지지 않고 살아야 된다.

예전에 진 빚은 진심의 성의로 갚는다. 직접 갚을 수 없는 상황이면 마음의 속죄를 하고,
다시는 그런 빚이 없도록 다짐하며, 세상에 대한 자애와 사랑으로 갚는다. 또한,
빚을 주지 않음으로써 남의 빚도 생기지 않도록 한다. 항상 빚 대신 사랑을 주어야
한다. 되돌려 받을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 빚을 주는 것이다. 되돌려 받을 마음이
있는 관계는 만들지도, 오래 갖지도 말아야 한다.

앞으로도 빚을 지지 않는 비결은 절약이다. 물질을 쓰는 것을 경계하라. 그것을 채워
넣으려면 여러가지 원치 않는 일을 겪게 되고, 그로 말미암아 다른 문제가 생기게 된다.
마음을 함부로 쓰는 것을 경계하라. 마음 역시 간직하면 더욱 풍부해진다.
조급하게 물질이나 말로서 마음과 사랑을 알리려 하지 말라. 잘 간직해서
굳게 커진 마음 그대로의 사랑은 바르게 주거나 알게 할 일이 반드시 생긴다.

3.사람으로부터의 것이나 불필요한 물질을 바라지 않는 생활

바라는 것이 있으면 부족한 마음이 생긴다. 꼭 필요하고 참되고 정당한 것이 아니면
바라지 않는다. 믿음과 사랑이 없이 즐거움이나 외로움으로부터의 도피를 바라서 생긴
인간 관계를 정리하고 더는 깊게 맺지 않는다. 대부분의 가장 힘든 문제는 서로에
대한 바람이 겹쳐진 인간 관계에서 생긴다. 사랑과 존경을 마음에 간직하여 관계의
책임을 다하는 것 이상을 바라거나 함부로 주지 말라. 절제되지 않은 물질적 바람은 
빚지는 지름길이며, 그것을 마련하는 모든 과정에서 연쇄적 문제를 일으킨다.

4.가족 중심의 생활

가능한 모든 일을 가족 중심으로 이루어 나간다. 가족 사랑의 실천은 거의 모든 문제를
없애는 특효약이다. 가족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무엇이든 함께 한다. 외식은 줄이고
가족이 먹는 것은 직접 함께 만들어서 즐거움과 질을 누린다. 지출 부담이 없는
가족 오락과 취미를 개발해서 함께 즐긴다. 단기 과정이나 특기 교육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지속된 생활의 일부로서 학원에 보내서는 안되며, 부모가 공부해서 자식에게 가르치거나
직접 깨우치도록 뒷바라지하고 동기부여한다. 말로 가르치려 하지 말고, 함께하는 동안
모범이 되서 깨닫게 한다. 위의 문제없는 생활의 원리를 더불어 깨우치게 한다.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 일을 주변 탓으로 돌려 허용하게 되면 문제는 여기저기에서 점점
커질 뿐이다. 꼭 필요한 생활을 할 이상의 돈을 벌기 위해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것을
당연시 하지 말라.

5.건강한 생활

몸과 마음의 건강과 활력이 없으면 어떤 것도 실천하기 어렵다.
스스로를 잘 보살피고 단련하며 피로를 간직하지 말라.

별리




당신의 뒷모습은 끝내 사라졌습니다.
아무것도 막을 수 없는 찬 바람이 모질게 스며들었습니다.

우리의 보금자리는 당신이 원하는 마지막이리라 의심치 않았습니다.
그만큼 보드랍고, 그만큼 따뜻했으며, 그만큼 달콤했습니다.

그러나 그 자리는 당신의 영혼이 잠시 쉬는 자리일 뿐이었습니다.
당신도 모르는 욕망은 당신을 망망한 곳으로 끌어가고야 말았습니다.

당신을 잡을 수 있다면 어떤 것도 바쳤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알았습니다. 당신은 가고 다시 오지 않는다는 것을.

당신의 귀는 내 말을 들을 수 있어도, 당신의 영혼은 나를 들을 수 없었습니다.
당신을 사로잡은 욕망의 불길이 사라진 어느 날 당신은 눈을 뜰 겁니다.

그때 보이는 지금의 내 모습에 슬퍼하지 마세요.
그때쯤이면 나는 가벼운 깃털이 되어 저 하늘 어딘가에 있을 겁니다.

당신이 없는 자리는 견딜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고.
당신이 남긴 자리는 누군가 채울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당신이었기를 꿈꾸며 메우고만 그 자리는 되돌릴 수 없는 죄가 됐습니다.
내 자리는 아무 데도 없습니다. 나는 죽어갑니다.

마지막 목소리로 당신을 난처하게 하지 않으렵니다.
어차피 내 자리는 이 세상에 없습니다.

먼 훗날 당신은 지금 있는 나의 독백을 듣게 될 겁니다.
그러나 슬퍼하지 마세요.

나는 당신을 보고 있을 겁니다.
아무런 고통도 아무런 슬픔도 없는 곳에서.

방랑




/후두둑/ 내 머리 만한 장끼 한 마리가 바로 엎드린 눈앞에서 날갯짓하며 솟아오른다.

/어머!/ 하루 웬종일 헤매다 겨우 발견한 거물인데 눈앞에서 어처구니없이 놓쳐 버려
한심스럽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자, 그는 저 언덕 바투에서 박명을 등에 지고
/후/ 하고 웃어제끼곤 그만이다.

나무와 나무 사이의 공간 속에서 그는 우뚝 선 또 하나의 나무 같아 보인다.

과히 높지 않은 산이다.
간간이 펑퍼짐해진 무덤이나, 나뭇가지로 십자가를 만들어 꽂은 무덤, 봉분 가득
무성한 잡초가 엊혀진 무덤, 그런 것들이 눈에 뜨이곤 한다.
유난히 까치가 많은 건지 아님 딴 새들보다 더 극성스럽게 울어대는 건지, 어쨌든
내 귀엔 연방 까치 울음소리만 들린다.
그래 내가 /저기 있다./ 하면 /그건 까치야. 그걸 잡으면 사람들이 욕해. 까치는
길조잖아./ 까치 아니고 될 수 있으면 겨냥하기 쉬운 곳에 오래 앉아 있는 새를 찾자니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는 앞서서 새를 찾고, 난 뒤에서 낙엽 긁히는 소리를 최소한으로 하려고,
그의 발자국 소리에 내 발소리를 포개며 조심스레 따라 오른다.

/이제 좀 쉬자./

주변으로 갈대가 높다랗게 울타리 쳐진 바위를 골라 앉았다.
그의 엄마가 준비해주신 찬을 마치고 담배를 피워 문다. 곰실거리며 피어오르는
담배 연기가 해를 등져 서 있는 갈대 솜털과 같은 은빛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저게 물푸레나무야./ 그가 손짓해 보인다.
/응./

그건 가늘지만 야무져 보이는 줄기로 뻗어 올라간, 그리 높지 않은 관목이었다.
전혀 잎사귀가 안 날 듯싶은 매끄러운 표피를 갖고 있었고, 겨우 자세히 들여다봐야만
가지 끝에 하나쯤 매달려 있는 작은 이파리를 볼 수 있을 뿐인 그런 나무였다.
언젠가 내 좋아하는 시 속의 /물푸레나무 한 잎 같이 쬐그만 여자/라는 귀절을
읊어줄 때, 그는 그 나무를 알고 있다고 했었고, 그의 집에서 본 그가 만든
낚싯대도 바로 물푸레나무 줄기로 된 것이었다.

한참을 헤맸다. 여전히 그는 뒤도 안 돌아보고 앞서 가고, 난 뒤에서 열심히
기어오르고, 이제 장끼 한 마리를 인심 후하게 날려보내고 나니 온몸의 힘이 쭉
빠져나가는 듯싶다.

/그만 하자./

개울가에 쭈그리고 앉았다.
손으로 물 한번 움켜쥐고, 피라미 뒤쫓아 가며 한번 휘저어 보고, 하늘 쳐다보고
키득대고, 그가 하늘 쳐다보고 키득거릴 때. 그래 어떤 책에서 읽은 듯싶게 정말
우수수 소리가 날 듯한 웃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울 앞쪽 갈라진 틈새로 자그마한 잡초들을 업고 서 있는 커다란 바위가 있었다.

/'괴리'라는 단어 알아?/ /아니, '균열' 같은 건가?/ /응, 그런 거. 지금 막
생각한 건데, '균열'은 평면적 느낌이고 '괴리'는 입체적인 느낌이 든다./

..............
.........


지나온 발자국에 깔린 낙엽 하나를 들추니 이런 이야기가 쓰여있다.
이 이야기를 남겨 준 그 친구는 어디에서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떻게 살고 있을까?

숱한 발자국만큼의 낙엽에 담겼을 이야기 중 저절로 생각나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그리 앞을 보고 살지 않았으며, 뒤를 돌아보지도 않았다.

때가 되면 강을 찾아 오르는 연어처럼, 가을이 되면 색을 갈아입는 숲처럼,
발길 가는 대로, 부름이 있는 대로.

언제까지 그런 길은 계속 되는가? 지금 걷는 길도 어제의 그 길이런가?
이 길의 끝에는 저녁때마다 연기가 피어오르고 정든 얼굴들이 반기는 집이 있을까?

발자국과 함께 잊힌 낙엽의 이야기를 종종 들춰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수없이 들고 나가 반질반질해진 기억은 그 이야기를 다시 읽을 수 있을까?

세월에 닳아서 낡은 친구여, 까맣게 잊혀가는 우리만의 이야기들을 들려주게나.
아득한 그 기억 속 정다웠던 친구여.



GYPSY

I'm just a gypsy who gets paid
For all the songs that I have played
And all the records that I have made
I'm part of a caravan
I have travelled on the land
Making music for my fellow man
And every song I played or wrote
With a sad or happy note

Some are made to make you laugh
Some are made to make you cry
I don't know the reason why

But I'll continue to travel
Though my guitar's old and tiring fast

She just listens to me
Her music means more to me than any other woman I have known
She just listens to me
Her music means more to me than any other woman I have known

And I'll continue to travel though my guitar's old and tiring fast
She just listens to me
Her music means more to me than any other woman I have known
She just listens to me
Her music means more to me than any other woman I have known

사랑과 죽음




그 안에 있는 아무것도 사랑하지 못했던 세상이었기에

언제라도 미련없는 작별을 할 수 있었으며,

냉담한 가슴으로 덮어진 피부였기에

어떤 상처도 아픔을 남기지 못했다.


아픔을 느끼지 못했기에 두려움 없는 전사가 되었으며

저승사자도 이 겁없는 벙어리는 매번 비켜 다녔다.


애써 찾는 것이 없었기에 보이는 것도 없었으며

보이는 것이 없었기에 마음에 들여놓은 것도 없었다.


그렇게 차갑고 딱딱하게 굳어진 상처는 화석이 되었으며

들일 것 없는 마음의 공간은 태초의 진공에 머물렀다.


그러나 영원한 겨울은 없다.

얼어붙은 지옥에도 봄은 온다.


굳어서 화석이 된 상처에도 잊혔던 아픔은 피어나며,

진공뿐인 마음에도 봄볕은 지나간다.


언제 와도 그뿐이라 여기던 죽음 -

함부로 오지 말고 기다려 주렴아.


온갖 들리는 것의 선율과 박동에 무덤덤해질 때까지.

온갖 보이는 것의 멋들어짐에 대한 찬사를 다 뱉을 때까지.

코끝을 흐르는 대지의 향기가 감미롭지 못할 때까지.

가죽과 힘줄과 뼛골을 흐르는 짜릿함이 시들 때까지.


그러나 그때까지 기다리기 정 어렵다면,

내 사랑하는 여인을 지켜보는 소임이 끝날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