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오토폰 SPU 카트리지, 온갖 평가를 비웃는 정확한 소리를 낸다. |
오디오 미신과 정설에 관해 이곳저곳 눈팅을 하다 보니, 여러가지 문제에 대해 필자의 평소 생각과 같은 대답을 하는 분을 만나게 되었다. "실용 오디오"란 사이트의 "자주 보는 질문"이란 페이지에 가니 흔한 궁금증과 답변이 나오는데, 그 답변을 주신 분은 과학적인 지식과 원리에 철저하신 분임에 틀림없다. 오디오 미신을 멀리하며 낭비 없이 곧장 가는 오디오 생활을 하시려는 분들은 그곳에서 지식을 얻으시도록 권한다. "자주 보는 질문"의 페이지 주소는 http://www.enjoyaudio.com/zbxe/?mid=audiofaq 이다.
케이블 미신 외에도 거론이 필요한 다른 미신을 사정이 허락하는 대로 살펴보고자 한다.
1. 밸런스드 접속이 좋다?
일반의 오디오 신호는 그라운드를 기준점으로 하여 하나의 신호 선을 통해 음향 신호가 전달되는 데 비해, 밸런스드 접속에서는 또 다른 하나의 선을 통해 위상을 완전히 뒤집은 신호가 흐르도록 하고 그 두 선을 통해 전달된 정 위상 신호와 역 위상 신호의 차이(당연히 신호 크기는 두 배가 됨.)를 증폭한다. 이때 그라운드는 증폭 신호의 신호 기준점보다는 잡음 실드의 역할이 주된 것이다.
전통적인 확성 장치에서 마이크로부터 앰프까지의 길이는 흔히 십 미터가 넘고, 기다란 케이블은 여러가지 전기적 잡음에 쉽사리 노출된다. 마이크 보이스 코일의 출력을 바로 앰프에 접속하면 이러한 노이즈의 영향을 심각하게 받는데, 이러한 노이즈를 해결하고자 고안해 낸 것이 밸런스드 접속이다. 마이크에 트랜스포머를 내장하여 정확히 대칭된 정 위상과 역 위상 신호가 발생하도록 하고 두 개의 신호 선을 똑같이 대칭된 선과 조건으로 앰프에 연결하면 외부로부터의 전기적 잡음은 두 선호선에 똑같이 영향을 준다. 최종적으로 두 신호 선의 전압 차이만을 증폭하면 두 선에 똑같이 들어온 잡음 전압은 증폭에서 제외되어 잡음 신호의 영향을 피할 수 있는데, 이것이 밸런스드 접속이 탄생한 배경이자 원리이다. 한마디로 밸런스드 접속은 원래부터 신호 선 잡음을 피하려고 고안한 것이며, 기기 간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거나 주변의 환경이 복잡한 상업용 오디오에서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이에 반해서 케이블 유입 잡음이 별로 없는 가정용 오디오에서는 밸런스드 접속이 갖는 그러한 이점이 없다. 그뿐아니라 밸런스드 접속을 하려면 역 위상 신호를 만들기 위해 트랜스포머나 전자 장치를 써야 하는데, 신호의 왜곡이 전혀 없는트랜스포머나 전자 장치는 없다. 따라서 밸런스드 접속이 가정용 오디오에서 갖는 장점은 한마디로 없다.
혹시 같은 조건에서 밸런스드 접속을 했더니 소리가 좋아졌다면, 그것은 밸런스드와 언밸런스드의 차이가 결코 아니며 사용된 앰프의 언밸런스드 입력이 밸런스드 입력보다 취약하게 동작하게 하는 설계 상 문제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2.에이징?
에이징이라 하면 노화 즉 노화가 소리에 미치는 영향이다. 오디오에 관한 모든 것이 노화의 대상이 아니듯 노화의 결과가 좋은지 나쁜지도 상황에 따라 다를 것이다. 노화되는 부품의 경우 초기 노화 후의 노화는 아주 서서히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러한 경우 초기 노화가 경과한 안정기에 접어들었을 때의 특성을 기준으로 설계하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러한 기준으로 만들어진 경우에 있어서만 노화의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할 것이다.
케이블의 에이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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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은 도체와 절연체로 되어 있으며 도체는 금속, 절연체는 보통 합성수지이다. 도체로 쓰이는 구리나 은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노화나 전기적 특성의 변화가 전혀 없고, 합성 수지는 노화는 있더라도 절연체나 유전체로서의 성질 변화는 거의 없다. 따라서 케이블의 에이징 운운은 무지 아니면 사기이다. 케이블 판매자가 에이징되면 소리가 좋다고 말하는 것은 케이블에 따른 변화를 너무 속단하지 말고 참을성과 기대를 갖고 사용해보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진공관의 에이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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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관은 사용함에 따라 내부 구조물이 가열과 냉각을 반복하여 미세한 변형이 일어나고 극판 표면에 화학적 변화가 생겨서 전기적 특성의 변화가 일어난다. 이러한 원리의 초기 노화는 약 10-100 시간 정도에 걸쳐서 일어나고, 그 다음의 변화는 사용 불가능한 싯점까지 서서히 진행된다. 진공관의 노화와 수명은 진공관의 품질과 사용 조건에 따라 비교가 불가능한 차이를 보여서 어느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요즘 구입 가능한 진공관들을 서로 비교해보면, 같은 형번이라도 증폭율은 약 20%, 츨레이트 전류는 약 30% 정도의 범위에서 각각 다른 값을 지시하는 것을 불 수 있다. 이러한 특성 값의 차이는 진공관의 초기 노화에 따른 차이보다 훨씬 큰 값이다.
이러한 현상에 의하면, 진공관에 따라 노화의 결과가 설계 시 가정한 진공관의 특성에 더욱 근접할 수도 있고 멀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노화의 결과는 앰프의 동작과 소리에 좋게 작용할 수도, 나쁘게 작용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진공관이 에이징에 따라 무작정 좋은 소리를 내리라 기대하는 것은 허황된 일이며, 그보다는 초기의 진공관 선택과 선별, 그리드 바이어스 접압의 조정 또는 캐소드 저항 값의 조정 등을 통해 진공관이 최적 상태로 동작하여 최대의 음향적 결과를 낼 수 있도록 고려하는 것이 더욱 현실적이다.
콘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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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덴서의 초기 에이징은 주로 화학적 안정 단계로서 10시간이면 충분하다. 그 다음엔 전해 물질의 증발과 불순물에 의한 극판의 변화로서 용량과 절연율의 감소, 등가 직렬 저항 값의 증가가 서서히 일어나는데 이러한 변화는 앰프의 동작에 아무런 긍정적 변화를 줄 수 없는 변화이다.
앰프를 구성하는 음질과 관련된 부품 중 진공관과 콘덴서를 제외한 다른 부품의 노화는 특별히 고려할 만큼 빠르거나 현저하게 일어나지 않는바, 앰프를 비롯한 기기의 경우 진공관 계는 생산 후 100시간, 솔리드 스테이트는 10 시간의 일상적 사용을 지나면 충분히 안정된 성능과 특성을 보여주며 그 이후의 변화는 기대할만한 의미가 없다.
스피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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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커의 특성에 직접 관련된 계수는 자석의 세기, 각 부품의 질량, 댐핑, 탄성, 강도 등이다. 이 중 자석의 세기와 복합 비금속 소재의 댐핑, 탄성, 강도는 노화에 영향을 받는다. 이들의 노화는 구체적인 소재와 설계 및 제작, 사용 환경에 따라 다르므로 스피커의 에이징은 메이커의 권장 사항을 참고해야 한다.
카트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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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리지는 물리적 원리가 스피커와 흡사하므로 스피커의 에이징에 준해서 생각해야 한다. 단 항간의 오해를 바로잡자면 다른 소재는 몰라도 다이어몬드 스타일러스는 마모되지 않는다. 그러나 다른 부분의 물리적 손상이나 캔틸레버를 지지하는 고무 댐퍼의 연화나 경화 등 주변 부품의 변화로 인해 한계 수명이 있는데 그것은 메이커와 모델에 따라 다르다. 실제로 오토폰 SPU 카트리지의 바늘 수명에 관한 공식 자료는 어디에도 없었는데, 40년간 사용한 SPU의 소리가 새것과 구별할 수 없이 나오는 것을 직접 확인하기도 하였다. 중 침압 무빙 코일 카트리지의 댐핑계와 탄성계는 경 침압 카트리지나 무빙 마그넷 카트리지보다 구조가 크고 견고하므로 노화가 더디고 수명이 길다고 할 수 있다.
3. 중 침압 카트리지는 음반을 상하게 한다?
지난 20년 동안 오토폰 SPU 카트리지를 4g 전후의 침압으로 사용해 온 필자에게 그런 현상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카트리지를 장착할 때는 침압, 안티 스케이팅, 오버행, 오프셋 각, 암 수평, VTA 등을 전용 도구로 정확히 맞추고 턴테이블의 수평을 가끔 확인한다.
조정이 정확하지 않다면 중 침압은 경 침압보다 심한 음반 손상을 초래할 것이지만, 모든 것이 정확한 상태에서 중 침압이라는 이유만으로 음반 손상이 생길 수 없다.
오히려 중 침압은 톤암을 다루기가 수월하며, 음반 표면에 앉은 약간의 섬유성 먼지 등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고, 노화가 더디며 견고한 장점이 있어서 즐겨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