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앰프 메이커가 주장하는 하이브리드의 장점
일부 제작자는 하이브리드 앰프가 진공관의 장점과 트랜지스터(앞으로는 티알이라 줄여 부르겠습니다.)이 각각 갖는 장점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라 주장합니다. 특히 진공관 앰프에서 보이는 소리의 온기와 자연스러움을 트랜지스터의 구동 능력과 결합한다는 의미에서...
과연 그럴 수 있을까요?
그 부분을 논리적으로 이해하려면 진공관 앰프의 소리는 티알 앰프에 비해 따스하고 자연스럽다는 통념이 생겼는지 부터 알아보겠습니다.
2. 진공관 앰프의 소리는 왜 따뜻하고 자연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가?
음향적으로, 진공관 앰프를 쓸 때에 나오는 결과로서의 소리가 따뜻하고 자연스러운 원인은 배음, 그중에서도 짝수차 배음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해서 그런 음향적 결과가 진공관 앰프에는 티알의 경우보다 더 생기는 것일까요?
첫째, 이미 전편에서 설명드렸듯, 댐핑이 비교적 낮은 진공관 앰프는 스피커와의 상호 작용으로 배음을 많이 발생합니다.
둘째, (이 이론은 순전히 제가 만들어낸 것이므로 믿으셔도 되고 아니어도 그만입니다.) 물리계에서의 배음은 기준 음파를 받은 물체가 음파에 의한 운동 에너지를 저장하였다가 다시 방출하면서 지연되어 나온 진동의 결과입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운동 에너지의 저장은 주로 탄성과 관성이라는 물리적 성질로 이루어집니다. 전자의 영역에서는 용량과 인덕턴스가 물리계의 탄성 및 관성과 비교됩니다. 즉, 콘덴서와 코일은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다른 시간적 흐름에서 분출합니다.
앰프에서 신호 경로의 어느 위치든 앞쪽은 드라이브, 뒤쪽은 부하의 개념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어느 회로 부분에서든 작든 크든 간에 용량과 인덕턴스는 등가적으로 꼭 존재합니다. 이러한 신호 경로의 한 점에 전기적 에너지가 흘러들어오면 대부분은 바로 거기에 연결된 부하를 움직이는 에너지로 소모되지만, 일부는 이 점에 존재하는 용량과 인덕턴스에 의해 다른 시간적 흐름으로 분산됩니다.
티알 앰프의 회로 임피던스는 낮으므로 이렇게 방출되는 에너지에 대해 무거운 전기적 부하로 작용하여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만, 진공관은 놓은 회로 임피던스를 가졌으므로 이러한 에너지에 대한 회로 내의 움직임이 크고 길게 생깁니다. 즉 물리계의 배음에 해당하는 전기적 신호가 진공관 앰프 안에서는 더욱 큰 크기와 지속성으로 존재합니다.
이러한 배음 성격의 부차적 전기 신호는 진공관 앰프이더라도 종단에서 초단으로 많은 부귀환이 있는 경우는 부귀환 작용에 의해 소멸하여 배음이 적은 앰프가 됩니다. 그 결과 "진공관 앰프에서 부귀환은 나쁜 것이다."라는 단편적 오해가 생겼을 것입니다.
3. 하이브리드 구성 시 오는 일반적 문제점
좋아보이는 점이 있다면 그 반대편에는 무엇이 있는지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진공관은 고압 전원이 필요하고 티알은 저압 전원이 필요하므로 두가지 계통의 전원부를 제작하려면 비용이 올라간다.
둘째, 티알은 전류에 의해 구동되므로 자체 임피던스가 높은 진공관으로 구동하면 전력 전달 효율이 낮다.
셋째, 진공관은 비교적 높은 전압의 교류 신호로 구동되어야하므로, 저 전압 출력인 트랜지스터로 구동하는 이점이 없다.
넷째, 티알과 진공관은 작동 전압의 차이가 커서 결합 콘덴서나 변압기 없이 직결 회로 구성이 곤란하다.
다섯째, 내전압이 낮은 티알은 주변 진공관 회로의 고압 누설시 쉽게 파괴된다.
3. 티알 앞단과 진공관 출력단으로서의 하이브리드
앞서 말씀드린 바 진공관 출력단에는 변압기가 필요하고 그것이 여러 가지의 장애 요인이 된다는 것을 말씀드렸습니다. 예를 들어 다시 강조하자면, 매킨토시의 진공관 앰프에는 '유니티 커플드 트랜스포머'라는 그들 특허의 변압기가 사용되었고, 그 결과 성능이 우수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유니티 커플드'라는 이름부터가 신호 강약이나 주파수 등에 비 직선적으로 작용하는 변압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매킨토시의 열망을 담고 있습니다. 완벽한 트랜스포머 제작은 결국 불가능하므로 변압기가 발생한 신호로 직접 출력관의 캐소드에 부귀환을 걸어 문제를 해결하도록 별도의 권선을 붙인 변압기를 고안하여 낸 특허품이 바로 '유니티 커플드 트랜스포머'의 정체입니다.
이렇듯 변압기 문제 때문에 진공관 출력단은 별 가치가 없어 보이는데,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진공관은 자체의 임피던스가 높아서 드라이브 능력 상의 단점이 있는 반면, 높은 자체 임피던스와 전기적인 견고함 덕택에 부하가 합선되거나 최대 출력 범위를 넘어 동작할 때에도 쉽게 파괴되지 않습니다. 거기에다가 최대 출력점을 넘어선 전류도 곡선을 그리며 포화하므로 과출력시의 소리 일그러짐도 듣기에 그리 거슬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과출력 상태에서는 2배수의 일그러짐 신호가 다량 배출되어 악기의 소리를 더욱 밝고 에너지감 있게 표현합니다. 이러한 '오버드라이브'에 의한 일그러짐은 기타 연주자들이 즐겨 이용하는 부분입니다.
파괴에 대한 내성과 오버드라이브 일그러짐으로 오는 장점은 프로 오디오의 출력단에서 진공관이 여전히 주목 받게 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이러한 프로용 앰프에서는 음질 조정이나 믹싱, 효과 음향의 발생 등에 복잡한 전자회로가 필요한데, 이 부분을 트랜지스터로 해결하면 크기와 제조 면에서 더할 나위 없습니다. 이 경우가 티알 초단과 진공관 출력으로서의 가장 성공적인 하이브리드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가정용 앰프에서는 이러한 구성의 장점이 별로 없어 보입니다.
일부 CDP는 출력단에 진공관 버퍼 앰프를 넣어 장점이 있는 것처럼 광고하는데, 소리의 변화는 다소 있겠지만 티알에 비한 드라이브 능력의 부족과 합목적성이 모자라는 고로 진공관 소리에 환상을 가진 소비자를 현혹하기 위한 광고나 마케팅의 일환일 뿐입니다.
4. 진공관 앞단과 티알 출력단으로서의 하이브리드
앞서 말씀드린 바, 하이브리드 구성 시 오는 일반적 문제점 중 네가지를 골고루 가진 예입니다.
'카운터포인트'를 비롯한 일부 메이커 제품에서 볼 수 있는데, 대개 드라이브 단과의 부조화에 의한 음향적 문제는 물론, 부귀환의 취약한 구성, 불안정한 바이어스와 열 보상, 발진, 잦고 심각한 고장 등등의 문제를 가진 종합 환자가 많습니다.
이런 형태의 하이브리드를 쓰느니, 별도의 진공관 프리 앰프와 티알 파워 앰프를 쓰는 것이 더 나은 방법입니다.
5. 기타 형태의 하이브리드
현대적인 모든 기능까지 진공관으로 구성하는 데에는 공간, 물자, 생산 공정의 면에서 비용 효율이 없습니다. 전원부, 앰프 회로 내의 정전류 장치, 무선 조종과 음향 조절을 위한 장치, 바이어스 자동 조정 회로 등에 트랜지스터를 이용하는 경우, 앰프는 진공관으로, 부수 기능은 티알로서 각자 유리한 점만 잘 살려 쓸 수 있습니다. 여전히 위에 언급한 일반적 문제점 중 두 가지 정도는 피할 수 없어서, 고장 발생 빈도가 순 진공관, 순 티알 경우보다는 높지만, 전반적으로는 합리적인 방법입니다.
'오디오 리서치' 앰프에서 흔히 쓰이는 방향입니다.
6. 결론
앰프 내 증폭 회로 자체에 진공관과 티알을 섞어 쓰는 것은 일반적으로 득보다 실이 많을 뿐 아니라, 합당한 이유도 없습니다. 하이브리드가 유용하다는 가설이 '진공관이 쓰여서 따스하고 자연스러운 소리'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따스하고 자연스러운 소리'가 나는 진공관 앰프나 위 4항에서 예시한 정도의 하이브리드 앰프로서 타협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결론입니다. 아니면 각각의 진공관 앰프와 티알 앰프를 프리와 파워 또는 파워와 프리로 조합하여 쓰는 것도 일반적인 대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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