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물과 장애물 사이 다소 느리게 연결된 물골에 신경을 바짝 세워 미끼를 흘린다.
세차디세찬 강물은 바위와 자갈을 험하게 넘어 거품과 물방울을 뿜으며 용트림한다.
그 거친 흐름의 밑 걸림에 추와 바늘을 빼앗기지 않으면서도 미끼가 바닥을 스칠 듯
곡예 하며 흘러가게 찌 낚시를 한다.
이토록 험한 강이라도 바닥의 흐름은 표면의 흐름보다 훨씬 느리다. 그래서 표면의
흐름만 보고 흘리면 미끼가 자연스럽게 흐르지 않아 고기가 잘 물지 않거나, 미끼와
낚싯대 사이의 줄이 팽팽히 유지되지 않아서 어신을 감지하지 못한다.
그뿐인가? 조금만 더 못하면 고기를 걸기는커녕 바닥에 걸어 뜯긴 바늘과 추를 고쳐
매는 데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같은 장소에서 낚시하더라도 바닥 흐름의 속도에 맞춰 장애물을 피해가며 낚싯대 끝에서
바늘 끝까지 낚싯줄이 긴장된 상태로 흘러가도록 하는 감각과 기술에 따라 고기를 거는
승부가 판가름난다.
찌의 움직임을 보고 어신을 감별하기도 하지만, 모든 것이 정확하다면 대부분은 손의
감촉이 보는 것보다 빠르다.
손에 전해지는 심상치않은 느낌에 맞춰 재빨리 채었더니 강한 몸부림이 뇌와 심장에
타격과 전율로 다가온다.
거는 것이 한 가지라면, 이런 급류에서 걸은 고기를 끌어올리기란 전혀 다른 또
한 가지의 일이다.
고기의 필사적인 몸놀림에 바늘이 빠지지 않도록 팽팽하면서도 간신히 줄이 끊어지지
않을 만큼만의 얇은 여유를 주며 빠른 걸음으로 고기를 따라가며 줄다리기를 한다.
귀에 오로지 들리느니 당장 멈출 듯 방망이질해대는 내 심장 소리뿐이다.
마지막이 가까워지면 미물로만 보이던 고기도 별별 꾀를 다 부리고, 오랜 싸움으로
낚싯줄이 헐어 있어 더욱 많은 긴장이 필요하며, 혹시나 고기를 놓칠까 하여 빨리
끝내고 싶은 조바심도 멀리 참아내야 한다.
1960년대 영국에서 제조된 것을 나름대로 부품을 깎아 손수 튜닝한 릴은 어느
메이커의 상품보다도 믿음직스럽다. 감는 속도를 높이는 기어나 제동을 주는
장치인 드랙이 없이 간단하므로 고장의 우려는 없으나, 모든 것을 기계 장치의
도움이 최소인 상태에서 기량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래서 고기의 움직임에
즉각적인 맞수를 두어 대응해야 하는 긴장감과 즐거움이 더하며, 성공에 대한
스스로 만족도도 여느 장비를 쓸 때보다 높다. 이 릴에서 보이는 축 고정 덮개는
원래 플라스틱이었는데, 알루미늄을 선반으로 직접 깎아서 더욱 정밀하게 개량한
것이다.
이 날 낚아올린 여러 마리 연어 중 두 마리인데, 큰 것은 약 90cm 정도이다.
자연이 베풀어 준 모든 것을 최고의 정성을 들여서 갈무리하고 고마움을 잊지
않으며 먹거나 쓰는 것은 포획자의 양심이다.
살은 gravlax라 하는 스칸디나비아식 향료를 곁들인 절임을 했고, 남은 머리, 뼈,
가죽은 튀김을 했다. 집에서 직접 빚은 포도주와 맥주를 곁들여 먹는 기분은 단순한
미각의 만족을 넘어 추수 감사 의식과 같이 신성한 기분을 불러 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