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앰프 횡설수설 - 부귀환 (네거티브 피드백) - 진공관' 편에서 부귀환에 대한 간이 모델에서의 증명 과정을 통해 보여드린 결론 중 가장 중요한 것을 환기시켜 드리면,
"앰프의 귀환이 없을 시에 증폭률을 올리면서 많은 부귀환을 걸면 앰프의 직선적 증폭 성능, 잡음, 댐핑 등 여러 면에서 성능이 올라간다는 것을 눈치 채실 수 있습니다. 단, 앰프의 증폭률을 올리려면 증폭 단수가 올라가서 비용이 증가하고 동작의 안정성이 떨어지므로 무한정 그렇게 할 수도 없고, 현실적으로도 효용과 경제성 면에서 합리적인 절충을 해야 합니다."
1940년경 소개된 차동 증폭 회로의 장점 및 티알을 포함한 부품의 품질과 설계 기술의 진보로 가능해진 고증폭의 경제적인 실현은, 앰프에 종전의 한계를 넘은 양의 부귀환을 걸어 성능을 올리는 것을 현실적으로 가능하게 했습니다.
-----------------------------------------------------------------------
차동 증폭 회로란 입력이 +/- 두 개인 증폭 회로로서 두 입력의 차이만 증폭하도록 고안되어 같은 신호가 +/- 두 입력에 동시에 들어올 때는 중폭을 하지 않습니다. 차동 증폭 회로는 +/- 두 입력의 차이를 가리는 정밀도가 매우 높아, + 입력에 신호를 인가하고 - 입력에 귀환된 신호를 인가하면 안정적으로 다량의 부귀환을 걸 수 있으며, +/- 두 개의 입력을 밸런스드 입력으로 구성하면 입력 연결의 +/- 두 선에 함께 들어온 잡음은 증폭이 되지 않는 점 등으로 현대 오디오용 앰프에 꼭 사용되고 있습니다.
좀 더 쉽게 상상하실 수 있도록 차동 앰프를 시소에 비유해 드리면, 시소의 양쪽에 걸린 힘(신호의 크기) 차이로 생기는 각도를 증폭한다고 생각하시면 되며, 같은 힘이 시소의 양쪽에 동시에 가해지면 각도 변화가 없고, 증폭할 대상이 없는 것과 같습니다.
(기술적인 관심이 더하시면 http://en.wikipedia.org/wiki/Differential_amplifier 를 보십시오.)
------------------------------------------------------------------------
이러한 배경에서, 오디오용 파워 앰프에 필요한 실효 전압 증폭률은 끽해야 100배 정도인데, 많은 부귀환을 걸어 성능을 높이고자, 귀환 없을 시의 증폭률은 약 수천 배에서 수십만 배에 달하도록 설계합니다. 그러면 이런 방법의 설계에서 부귀환은 어떻게 작용하는지 논리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입력이 I , 귀환 없을 시의 전압 증폭율이 G, 스피커로부터의 역기전압이 N이고, 최종단 신호의 F분의 1을 입력에 되돌려 빼주면 어떻게 종합된 결과로서 출력 P가 바뀌는지, 전편에 보여 드린 간이 모델을 이용해서 보여 드리면:
출력은
P=G(I-P/F)+N (입력 I에서 종단신호 P의 F분의 1 만큼을 빼고 G배 곱한 후 역기전압 N을 더한 식입니다.)
P=GI-GP/F+N
P+GP/F=GI+N
P((F+G)/F)=GI+N
P=GIF/(F+G)+NF/(F+G)
가 되므로 입력 신호 I는 GF/(F+G)배 증폭되며 스피커의 역기전압이나 기타 자체 잡음 N은 F/(F+G)배로 작아지도록
통제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때, 귀환 없을 시의 전압 증폭률 G가 수천에서 수십만에 이르도록 커지면 실효 증폭률 GF/(F+G)는 거의 F가 되고 최종 잡음은 거의 F/G가 되므로,
앰프는 부귀환 시키는 분압 비율 F 만큼의 실효 증폭률을 갖게 되고 F/G도 극히 작은 값이 됩니다. 결국에 실효 전압 중폭률과 근사값이 되는 F 의 값은 대략 10 에서 100 사이이고, 따라서 F/G는 아주 작은 값으로 움직이므로 이러한 범위 안에서 부귀환의 변화는 잡음이나 댐핑에 별 차이를 주지 못합니다.
이미 아시는 바와 같이 앰프의 기본적 설계 외에도 부품의 품질, 전원의 품질, 배선 방법 등등이 앰프의 성능에 영향을 미치지만, 차동 앰프의 성능에 특히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차동 회로 자체에 공급되는 전원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차동 회로는 시소와 같이 동작해야 합니다. 시소의 한쪽이 올라가면 꼭 같은 만큼 다른 한쪽이 내려가며, 양쪽에 같은 만큼의 무게가 더해지는 경우에는 변화가 없어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도 차동 회로를 시소와 같이 이상적으로 움직이게 하려면 차동 출력의 양쪽 합이 항상 일정하게끔 (시소의 올라간 만큼과 내려간 만큼이 똑같도록) 차동 회로에 공급되는 전원이 정전류이어야 합니다.(시소의 받침점이 단단히 유지되어야 하는 것에 비유할까요?)
차동 회로에 공급되는 정전류의 품질이 나쁘면 두 입력의 차이가 정밀하게 차감되지 않을 뿐더러, 두 입력에 같은 크기의 신호가 들어오더라도 출력의 변화가 생겨서 차동 회로가 가설과 같이 정확하게 동작하지 않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부귀환이 더해진 결과로서 앰프의 최종 출력도 기대한 만큼 정확하지 못 합니다.
차동 회로에 공급되는 정전류의 결과적 성능은 CMRR(common mode rejection ratio, 동상제거비)로 나타나는데, 차동 입력 시의 출력을 동상 입력 시의 출력으로 나눈 값이고, 이것이 클수록 차동 회로 전원의 정전류 성능이 좋다는 말이 됩니다. 차동 입력이란 차동 회로의 +/- 두 입력점 사이에 신호를 주는 것을 말하고, 그 신호는 당연히 모두 증폭되어 증폭률을 곱한 만큼의 출력이 발생합니다. 한편, 동상 입력이란 +/- 두 입력점을 서로 연결하여 합친 입력점과 접지점 사이에 신호를 주는 것으로서, 모든 것이 가정 대로 완벽하다면 +/- 두 입력의 차이가 '0'이므로 출력이 없어야 합니다. 물론, 이 경우의 완벽이란 없으므로 미세한 출력이라도 나오는데 차동 회로 전원의 정전류 특성이 좋을수록 출력이 '0'에 가까워지고 CMRR은 높아집니다.
보통 굴러다니는 오디오 앰프의 차동 회로에는 단지 저항만으로 차동 전원의 임피던스를 높인 것에 그친 경우가 허다합니다. 예컨대, 이 저항을 FET나 커런트 미러 회로를 이용해 만든 정밀한 정전류 회로로 대체하면 부귀환의 작용이 정교해지면서 성능과 음질의 현격한 향상이 옵니다.
--------------------------------------------------------
네 차례에 걸친 횡설수설을 마치면서--
전자에 관한 배움은 '무학'수준인 분수를 지키지 않고, 붓을 들어 횡설수설한 저의 치기에 대해 너그러운 용서를 바랍니다. 이곳을 들러주시는 분들 중에는 전자에 대해 학문적으로 높은 배움의 길을 마치신 분들도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모자른 점이나 틀린 점이 발견되면 비웃음에 그치지 마시고, 부디 고치고 가르치셔서 새로이 배우는 기회를 주시기 바랍니다.
서툴고 편협한 졸필에 지금껏 보여주신 관심과 인내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