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31일 금요일

촌놈 재즈 페스티발에 가다 - 1

일요일 아침, 날씨가 찌부두하니 몸도 날씨를 흉내냅니다. 15분만 더 있다 일어나자고 게으름을 핍니다. 전화 신호음에 잠이 깨어 일어나니 11시. 잠깐 더 눈붙이자던 15분이 두 시간으로 둔갑했습니다.

"전에 말한 밴쿠버 재즈 페스티발 무료 공연에 함께 가겠는가", 데니스의 전화입니다. 데니스는 손님이자, 음악을 함께 듣는 친구이자, 아들 학교 동무의 아버지입니다. 견인선 선장이자 도선사인데, 조상이 우크라이나에서 온 캐나다인입니다. 대학에선 문학을 전공했는데, 음악에 관심이 깊어서 녹음과 편집에 관한 직업 교육을 받기도 했고, 학창 시절엔 오디오 기기 판매점에서 일하기도 했습니다.

한 시간 정도 후 데니스가 집으로 데리러 왔습니다. 데니스가 일하는 견인선 회사가 계약한 주차장이 노스 밴쿠버 선착장에 있어서, 거기에 차를 두고 페리로 내만을 가로질러 다운타운의 재즈 페스티발 장소로 가려는 것입니다.

노스 밴쿠버 선착장에 매어진 데니스의 3번 견인선입니다.


선착장에서도 일요일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소규모 공연이 있습니다. 엘비스 아류를 복고한 한 무명 가수가 흥에겨워 춤추는 아줌마 아저씨에 둘러싸인 간이 무대에서 한껏 폼을 잡고 있습니다.


데니스 설명을 들으니 오늘이 페스티발의 마지막 날이고 "The Roundhouse"라는 장소에서 종일 무료 공연이 있답니다. 나중에 자료를 보니 유월 이십오 일부터의 행사에는 조지 벤슨, 칙 코리아, 존 스코필드, 스탠리 클락, 페기 리 등의 잘 알려진 아티스트를 비롯 세계 각처에서 온 수 십 그룹의 재즈 음악가들이 오늘까지 십 일 간 공연해 왔다고 합니다. 레코드에만 만족하며 음악을 즐기다 보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The Roundhouse"라는 이름은 옛날 기차의 종착점인 이곳에 기차의 방향을 180도로 돌려 놓아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시설이 커다란 둥근 건물 안에 있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랍니다.

오른 쪽에 등이 보이는 가죽 조끼를 걸친 인물이 데니스입니다. 나이는 이제 육십 초입인데 스타일은 꽤 젊습니다.


2시 반 쯤에야 도착한 공연은 "The Chet Doxas Quartet"이라는 모레알(몬트리올) 출신의 그룹인데 그들의 창작곡을 연주합니다. Chet은 색소폰을, 동생은 드럼을 맡아 음색과 기량이 뛰어난 연주를 펼치는데, 음색과 기교에 치중하고 소울은 얕은 편이어서 느낌은 크게 오지 않았습니다. 그런 중 소득이라면 집에서 듣던 오디오 음의 톤이 실제 음과 별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고, 그 점에서 흐뭇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단, 다이내믹 레인지 만큼은 절대로 실황에 미칠 수 없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레코딩과 재생의 한계일 것입니다.

이 그룹과 공연장 주변의 사진입니다.





원래 공공 장소에서 음주는 법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만, 재즈와 술은 찰떡 궁합이니 한편에 금줄을 쳐서 격리하고 술을 팔고 있습니다. 매사에 법을 칼같이 적용하지만, 사람 사는 맛을 우선하는 융통성도 잘 발휘합니다. 당근, 수익금은 이 페스티발과 음악가를 지원하는 기금으로 쓰입니다.


나머지는 후편에 이어집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