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1일 토요일

하워드와 함께 한 ESL-57 감상


"쿼드 ESL 57" 스피커가 집에 들어온 지 두 주가 넘었다.

처음엔 대충 듣다가 처분하려는 생각이었는데, 듣다 보니 점점 좋아져서 시집보내기가
싫어진다.

어제는 푸얼차와 음악을 함께 즐기는 친구인 "Howard Able"(
http://www.howardabel.com/html/about.html )이 집에 들렀다. 작업장에 수리 대기 중이던 스피커를 보고 관심을 보이기에 함께 듣자고 청한 이유도 있지만, 한국식으로 생간을 먹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한 까닭도 있다.

하워드는 이 도시에서 잘 알려진 기타리스트로서 다양한 종류의 음악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전업 연주가와 기타 선생으로 활동하고 있다.

참기름과 소금, 그리고 농장에서 특별 주문한 방목 암소의 간을 한 봉지 들고 나타난 하워드에게 간을 손질하고 썰어 접시에 올리는 것을 보여주고 깨소금을 넉넉히 뿌린 다음, 참기름 소금과 함께 밥상에 올렸다. 물론 소주 한 잔도 곁들여서.

상상했던 맛과는 비교할 수 없이 좋다며, 함께 차린 마당에서 갓 딴 상추에 밥과 집된장으로 쌈을 싸먹으며 간 한 접시를 뚝딱 해치운 하워드는 한국 음식의 다양함, 현명함 그리고 그 오묘한 맛을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며 매우 흡족하다고, 그리고 앞으로 생간을 즐겨 먹겠다 했다.

장소를 옮겨 음악을 들었다.

Kenny Drew - Paul's Pal
Clark Terry and Joe Pass - Main Stem, I Can't Sleep Tonight
Herb Ellis and Joe Pass - Seven Come Eleven
Bud Shak, Laurindo Almeida and Ray Brown - Dindi
Billy Holiday - But Beautiful
Wagner / Glen Gould - Meister Zinger Prelude
Wagner / Solti / Vienna State Philharmony - Meister Zinger Prelude

첫 마디의 평은, 마치 현장에서 듣는 느낌이라는 것이다. 거의 매일 현장에서 연주하거나 듣는 연주가의 말이니, 보통 사람의 평가보다는 무게가 실린다.

그다음은 중고역의 표현이 아주 섬세하고 다채롭다는 것이다.

관악기에서 마우스피스나 리드의 조절에서 오는 변화라든지, 트라이앵글의 모듈레이션에 의한 음 변화, 드럼 채의 움직임과 치는 위치의 변화에 따른 표현의 차이 등등에서 지금껏 볼 수 없었던 부분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서 아주 재미있고 즐겁다는 것이다.

들으면서 점점 좋아진 나의 이유와 같은 평가인데, 막귀의 생각에 음악가의 평이 더해지니, 이제 쿼드 스피커의 자리를 영구히 마련해 주어야 하게 생겼다.

자신 있는 표현과 도도함이 있는 "사바", "모든 면에서 내가 표준이야."라고 당당히 외치는 "다인 오디오", 현장감과 표현력의 남다름에서 확실한 자리를 찍은 "쿼드", 이 삼총사에게 골고루 자리를 줄 만한 공간의 여유가 없다는 나는 "아, 어쩌란 말이냐."하는 고민이 절로 나오지만, 이것이야말로 행복한 고민의 극치가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

이런 상황에 이르니 "Chet Baker"의 "I Fall in Love Too Easily (난 너무 쉽게
뿅 가나봐^^)"라는 노래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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