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고기와 씨름해야 하는 중장비이기에 13벌의 낚시대와 릴, 그리고 루어 등을 합하면 부피와 무게도 상당합니다. 모든 장비는 미리 정비를 하고 새 낚시줄을 감아놓은 상태로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승선을 기다리며 샌디에고에서 첫 밤을 보냅니다.
타고 갈 원양 낚시 선박은 인디펜던스 호이고 길이가 112피트에 폭이 32피트입니다. 염수를 담수로 바꾸는 시설, 최신식 어탐기, 전자 항해 장비, 통신장비, 고기를 영하 1-2도 이내로 얼기 직전의 상태로 보관하는 2기의 어창 등 최신 설비를 갖춘 낚시 전용 보트입니다. 이번에는 낚시꾼 32명, 선원 8명 등 모두 40명이 여정을 함께했습니다. 8박 8일의 총 경비는 미화 1650불 정도인데 숙식과 미끼, 멕시코 영해 입어료는 물론 선원들이 떠맡는 모든 서비스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중에 약 15% 정도의 팁을 주면 좋겠다고 하는데, 아시다시피 팁은 개인 재량입니다. 음식은 하루 3끼의 정식과 2회의 간식이 제공되고
음료수와 스넥은 항시 준비되어 있습니다. 음식의 질과 내용은 일류 호텔 수준으로, 양식을 싫어하는 제 입맛도 잘 달래주었습니다. 이층 침대로 2-3인이 쓰는 객실은 좀 좁은편이나 식당 겸 휴게실은 불편이 없을 정도로 넓고 편안합니다.
승선 신고를 하면 주는 이름표를 가슴에 달고, 장비와 짐을 수레에 싣고 기다리며 서로 자기 소개를 하고 잡담을 나눕니다. 절반 이상은 일년에도 여러차례 이런 낚시를 나오는 골수 낚시광들입니다. 이 중에는 신부님도 있었습니다.
출항 후 첫걸음이 미끼를 옮겨 담는 일입니다. 많은 양의 정어리를 살림 미끼 칸에 옮겨 담습니다.
각자 짐을 선실에 풀고 장비를 선복에 정돈합니다. 장비는 첨단 소재와 공법을 도입한 최신 고가 장비가 주류인데, 알루미늄을 통째로 절삭 가공한 몸체에 스텐레스 재료의 기어와 부품을 쓴 2단 기어의 엄청 강한 릴을 주로 씁니다. 여기에 낚시줄은 15-50 킬로그램의 파괴 장력의 것을 다양하게 감아 준비합니다.
낚시터는 샌디에고 항에서 470해리, 10노트의 속도로 지루하게 항해하는 동안 낚시꾼들은 서로의 관심과 지난날의 뻥을 교환하며 조바심나는 마음을 달랩니다. 그 동안 철모르는 정어리들은 닥쳐올 운명도 모르고 살림 미끼 칸에서 평화로운 한때를 보냅니다.
올해 69세의 노익장인 모디 영감은 아픈 허리에 복대를 두르고까지 낚시할 만큼 열심입니다. 부인과 함께 왔는데, 부인의 최대어 기록이 더 높습니다. 이번 여행 동안 저에게 낚시에 관한 많은 경험과 생각을 전수해주었습니다. 무덤에 억지로 밀려 들어가기 전까지는
계속하겠다고 합니다.
두 밤이 지난 25일 오전 11시경, 드디어 목적한 알리호스 암초에 당도했습니다. 이 암초 외에는 물과 하늘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도착하자 마자 드리운 낚시에 노랑 지느러미 참치와 부시리가 쉬지 않고 물어주어 항해의 고단함을 잊게 해줍니다. 한번 씨름에 5분에서 20분 정도 승강이를 벌이는데, 온 몸으로 벌이는 싸움 뒤에는 피로와 흥분으로 범벅이되어 떨리는 사지와 흥건한 땀, 거친 맥박이 온몸을 흔듭니다.
이렇게 잘 잡히는 경우는 지난 15년간의 낚시 중 처음이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드문 호황이었습니다. 미처 고기를 어창에 넣을 틈이 없어서 고기와 피로 범벅이 된 광경이 살벌한 느낌마저 줍니다.
낚시 첫날의 호황은 621마리라는 조과가 말해줍니다.
이렇게 분주하고 흥분된 하루를 마감하며 맞는 저녁은 더욱 신비하면서도 평화롭게 느껴집니다.
알리호스 암초에서 이틀을 낚시하자 일 인당 30마리의 참치와 부시리 포획 한도가 꽉 찼습니다. 그래서 세드로스 섬으로 15시간을 항해해서 자리를 옮겨 다른 고기들을 낚고자 했습니다. 가운데 미끼 살림 칸 위에 서있는 선원은 고기가 흩어지지 않도록 하는 밑밥으로 산 정어리를 흩뿌려줍니다.
저는 운 좋게 광어를 올렸습니다.
제 친구는 실력이 무색하지 않게도 가장 큰 다금바리를 잡았습니다. 가격으로 따지는 것은 고상한 방법이 아니지만, 30킬로가 넘었으니 킬로당 15만원하는 한국 시세 대로 평가한다면 450만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 보물을 건진 셈입니다.
이 즈음의 풍경입니다. 이번 낚시로 총 20여 톤의 고기가 잡혔으니 일 인당 약 700킬로의 고기를 잡은 셈입니다. 저는 그리 많은 고기를 해치기 싫어서 조금만 잡고 경치 감상과 명상을 하거나 친구들을 돕는데 더 많은 시간을 썼습니다.
귀항 후 분류한 고기는 저희가 계약한 화이브 스타 고기 처리장으로 갔습니다. 두 미녀가 운영하는 이곳에서 고기는 살이 발려지고 진공 포장되어 아이스박스에 넣어집니다. 훨씬 많은 잔량은 냉동 후 항공편으로 부쳐집니다.
두껍게 썰었는데도 투명히 비치는 광어 초밥입니다.
쫄깃함과 씹을수록 입안에 감도는 고소한 풍미에서 다금바리를 당할 것은 없을 듯합니다. 그야말로 명불허전입니다.
피가 쪽 빠지고 얼리지 않았던 노랑 지느러미 참치는 부드러운 입 느낌과 고소히 퍼지는 맛으로 언제 먹어도 살살 녹습니다.
소식을 전하려는 것이 주 목적이었는데, 본의 아니게 종국엔 극심한 염장질로 넘어간 점 정말로 정말로 죄송하게 느끼며, 언젠가는 여러분과 이 맛을 직접 나눌 날이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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