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2일 일요일

한강



내 젖어미 한강은 오늘도 말없이 흐른다.

이놈 저놈에게 겁탈당한 모진 세월

상처의 신음도 없이 억울한 외침도 없이 흘러간다.

달빛 받아 곁에 비추어 주는 하얀 강변의 자장가도 없이

함께 따라 흐르는 모래의 속삭임도 없이

겁탈의 상처를 지고 느리고 힘겹게만 흘러간다.

허리를 간질이며 놀아주던 온갖 빛깔과 생김의 바위들

노래를 함께 불러 달라고 칭얼대던 여울목의 자갈들

모두 다 떠난 지금, 더럽혀져 냄새 나는 몸을 이끌고

외롭게 지쳐서 흘러간다.

좋은 벗들과 아름다웠던 옛날만 되새기며 흐르는

내 젖어미는 한마디의 말도 없다.

용서할 수밖에 없는 운명의 침묵밖에는.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