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밥
살며 생각하며
2011년 1월 5일 수요일
사랑과 죽음
그 안에 있는 아무것도 사랑하지 못했던 세상이었기에
언제라도 미련없는 작별을 할 수 있었으며,
냉담한 가슴으로 덮어진 피부였기에
어떤 상처도 아픔을 남기지 못했다.
아픔을 느끼지 못했기에 두려움 없는 전사가 되었으며
저승사자도 이 겁없는 벙어리는 매번 비켜 다녔다.
애써 찾는 것이 없었기에 보이는 것도 없었으며
보이는 것이 없었기에 마음에 들여놓은 것도 없었다.
그렇게 차갑고 딱딱하게 굳어진 상처는 화석이 되었으며
들일 것 없는 마음의 공간은 태초의 진공에 머물렀다.
그러나 영원한 겨울은 없다.
얼어붙은 지옥에도 봄은 온다.
굳어서 화석이 된 상처에도 잊혔던 아픔은 피어나며,
진공뿐인 마음에도 봄볕은 지나간다.
언제 와도 그뿐이라 여기던 죽음 -
함부로 오지 말고 기다려 주렴아.
온갖 들리는 것의 선율과 박동에 무덤덤해질 때까지.
온갖 보이는 것의 멋들어짐에 대한 찬사를 다 뱉을 때까지.
코끝을 흐르는 대지의 향기가 감미롭지 못할 때까지.
가죽과 힘줄과 뼛골을 흐르는 짜릿함이 시들 때까지.
그러나 그때까지 기다리기 정 어렵다면,
내 사랑하는 여인을 지켜보는 소임이 끝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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