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24일 목요일

종교는 善인가?

"That religion is a force for good in the world"라는 명제를 놓고 한 유명인사 간의 찬반 토론에 흥미가 모이고 있다.

전임 영국 총리이자 "토니 블래어 신앙 재단"의 대표자이기도 한 능변가 토니 블래어가 찬성론의 연사로, 비평가이자 저술가로서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야말로 진짜 악의 축"이라는 발언을 한 바 있는 크리스토퍼 힛친스가 반대론의 연사로서 캐나다 토론토에서 한판 토론을 붙었다.

전반적으로 논리 정연한 힛친스의 주장과 반박에 대해서 반복된 주장과 궁색한 반박을 펼치던 블래어의 토론이었다.

토론 참관 전 주제에 대한 참관자들의 의견은 찬성 22% 반대 56% 미정 22%였던 것이 토론 참관 후에는 찬성 32% 반대 68%의 결과로 바뀌어 힛친스가 승리하였다.

토론 진행자 측은 이 토론 직전에 "종교는 선인가 악인가?"라는 표제의 여론 조사를 행했는데, 결과는 다음과 같다.






참고 - BBC 뉴스 : http://www.bbc.co.uk/news/world-us-canada-11843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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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밥의 견해 - 1

남에 대한 존중과 자신의 겸손이 모자란 믿음이라면 사람 간의
반목과 불화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으니 옳은 믿음이 아닙니다.

나의 믿음만이 옳다며 남에게도 믿기를 강요하고 그를 위한 싸움을
정당화하는 뻔뻔함 때문에 얼마나 많은 죄 없는 사람들이 계속 피를
흘려야 합니까?

예수 서거 300여 년이 지나고 나서 제국 이념에 이바지하도록
로마가 각색하여 집대성한 성경!

제국주의 나라들이 무엇보다 앞서 성경과 전도사를 보내 갈등을
일으키고 약소국 침탈과 말살을 합리화한 역사는 제국 로마가
의도한 성경의 본질을 보여줍니다.


밑밥의 견해 - 2

원래는 좋다고 하던 약들도 오용, 남용되면 "나쁜 약 - 마약"으로 불립니다.
약 자체야 사람을 돕는 쓸모를 가졌으니 "나쁘다." 할 수 있겠습니까?

마찬가지로 종교의 선과 악에 대한 판정도 결과적 사회 현상을 보고
생각해야 할 것인데, 그런 점에서 "종교는 악"이라고 봅니다.

가르침, 교회, 성직자, 신도 등 요소를 따로 구분해서 생각하는 것은
현실적 의미가 없습니다. 원래의 가르침이 구구절절 옳다고 해도 나머지
요소에서 그 가르침을 빙자하여 해악을 만든다면 그 가르침은 단지
해악의 씨앗이 될 뿐이지요.

2011년 2월 16일 수요일

오디오 미신 3편 - 잡다한 미신

필자의 오토폰 SPU 카트리지, 온갖 평가를 비웃는 정확한 소리를 낸다.


오디오 미신과 정설에 관해 이곳저곳 눈팅을 하다 보니, 여러가지 문제에 대해 필자의 평소 생각과 같은 대답을 하는 분을 만나게 되었다. "실용 오디오"란 사이트의 "자주 보는 질문"이란 페이지에 가니 흔한 궁금증과 답변이 나오는데, 그 답변을 주신 분은 과학적인 지식과 원리에 철저하신 분임에 틀림없다. 오디오 미신을 멀리하며 낭비 없이 곧장 가는 오디오 생활을 하시려는 분들은 그곳에서 지식을 얻으시도록 권한다.  "자주 보는 질문"의 페이지 주소는 http://www.enjoyaudio.com/zbxe/?mid=audiofaq 이다.

케이블 미신 외에도 거론이 필요한 다른 미신을 사정이 허락하는 대로 살펴보고자 한다.


1. 밸런스드 접속이 좋다?

일반의 오디오 신호는 그라운드를 기준점으로 하여 하나의 신호 선을 통해 음향 신호가 전달되는 데 비해, 밸런스드 접속에서는 또 다른 하나의 선을 통해 위상을 완전히 뒤집은 신호가 흐르도록 하고 그 두 선을 통해 전달된 정 위상 신호와 역 위상 신호의 차이(당연히 신호 크기는 두 배가 됨.)를 증폭한다. 이때 그라운드는 증폭 신호의 신호 기준점보다는 잡음 실드의 역할이 주된 것이다.

전통적인 확성 장치에서 마이크로부터 앰프까지의 길이는 흔히 십 미터가 넘고,  기다란 케이블은 여러가지 전기적 잡음에 쉽사리 노출된다. 마이크 보이스 코일의 출력을 바로 앰프에 접속하면 이러한 노이즈의 영향을 심각하게 받는데, 이러한 노이즈를 해결하고자 고안해 낸 것이 밸런스드 접속이다. 마이크에 트랜스포머를 내장하여 정확히 대칭된 정 위상과 역 위상 신호가 발생하도록 하고 두 개의 신호 선을 똑같이 대칭된 선과 조건으로  앰프에 연결하면 외부로부터의 전기적 잡음은 두 선호선에 똑같이 영향을 준다. 최종적으로 두 신호 선의 전압 차이만을 증폭하면 두 선에 똑같이 들어온 잡음 전압은 증폭에서 제외되어 잡음 신호의 영향을 피할 수 있는데, 이것이 밸런스드 접속이 탄생한 배경이자 원리이다. 한마디로  밸런스드 접속은 원래부터 신호 선 잡음을 피하려고 고안한 것이며, 기기 간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거나 주변의 환경이 복잡한 상업용 오디오에서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이에 반해서 케이블 유입 잡음이 별로 없는 가정용 오디오에서는 밸런스드 접속이 갖는 그러한 이점이 없다. 그뿐아니라 밸런스드 접속을 하려면 역 위상 신호를 만들기 위해 트랜스포머나 전자 장치를 써야 하는데, 신호의 왜곡이 전혀 없는트랜스포머나 전자 장치는 없다. 따라서 밸런스드 접속이 가정용 오디오에서 갖는 장점은 한마디로 없다.

혹시 같은 조건에서 밸런스드 접속을 했더니 소리가 좋아졌다면, 그것은 밸런스드와 언밸런스드의 차이가 결코 아니며 사용된 앰프의 언밸런스드 입력이 밸런스드 입력보다 취약하게 동작하게 하는 설계 상 문제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2.에이징?

에이징이라 하면 노화 즉 노화가 소리에 미치는 영향이다. 오디오에 관한 모든 것이 노화의 대상이 아니듯 노화의 결과가 좋은지 나쁜지도 상황에 따라 다를 것이다. 노화되는 부품의 경우 초기 노화 후의 노화는 아주 서서히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러한 경우 초기 노화가 경과한 안정기에 접어들었을 때의 특성을 기준으로 설계하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러한 기준으로 만들어진 경우에 있어서만 노화의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할 것이다.

케이블의 에이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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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은 도체와 절연체로 되어 있으며 도체는 금속, 절연체는 보통 합성수지이다. 도체로 쓰이는 구리나 은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노화나 전기적 특성의 변화가 전혀 없고, 합성 수지는 노화는 있더라도 절연체나 유전체로서의 성질 변화는 거의 없다. 따라서 케이블의 에이징 운운은 무지 아니면 사기이다. 케이블 판매자가 에이징되면 소리가 좋다고 말하는 것은 케이블에 따른 변화를 너무 속단하지 말고 참을성과 기대를 갖고 사용해보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진공관의 에이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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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관은 사용함에 따라 내부 구조물이 가열과 냉각을 반복하여 미세한 변형이 일어나고 극판 표면에 화학적 변화가 생겨서 전기적 특성의 변화가 일어난다. 이러한 원리의 초기 노화는 약 10-100 시간 정도에 걸쳐서 일어나고, 그 다음의 변화는 사용 불가능한 싯점까지 서서히 진행된다. 진공관의 노화와 수명은 진공관의 품질과 사용 조건에 따라 비교가 불가능한 차이를 보여서 어느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요즘 구입 가능한 진공관들을 서로 비교해보면, 같은 형번이라도 증폭율은 약 20%, 츨레이트 전류는 약 30% 정도의 범위에서 각각 다른 값을 지시하는 것을 불 수 있다. 이러한 특성 값의 차이는 진공관의 초기 노화에 따른 차이보다 훨씬 큰 값이다.

이러한 현상에 의하면,  진공관에 따라 노화의 결과가 설계 시 가정한 진공관의 특성에 더욱 근접할 수도 있고 멀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노화의 결과는 앰프의 동작과 소리에 좋게 작용할 수도, 나쁘게 작용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진공관이 에이징에 따라 무작정 좋은 소리를 내리라 기대하는 것은 허황된 일이며, 그보다는  초기의 진공관 선택과 선별, 그리드 바이어스 접압의 조정 또는 캐소드 저항 값의 조정 등을 통해 진공관이 최적 상태로 동작하여 최대의 음향적 결과를 낼 수 있도록 고려하는 것이 더욱 현실적이다.

콘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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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덴서의 초기 에이징은 주로 화학적 안정 단계로서 10시간이면 충분하다. 그 다음엔 전해 물질의 증발과 불순물에 의한 극판의 변화로서 용량과 절연율의 감소, 등가 직렬 저항 값의 증가가 서서히 일어나는데 이러한 변화는 앰프의 동작에 아무런 긍정적 변화를 줄 수 없는 변화이다.

앰프를 구성하는 음질과 관련된 부품 중 진공관과 콘덴서를 제외한 다른 부품의 노화는 특별히 고려할 만큼 빠르거나 현저하게 일어나지 않는바, 앰프를 비롯한 기기의 경우 진공관 계는 생산 후 100시간, 솔리드 스테이트는 10 시간의 일상적 사용을 지나면 충분히 안정된 성능과 특성을 보여주며 그 이후의 변화는 기대할만한 의미가 없다.

스피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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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커의 특성에 직접 관련된 계수는 자석의 세기, 각 부품의 질량, 댐핑, 탄성, 강도 등이다. 이 중 자석의 세기와 복합 비금속 소재의 댐핑, 탄성, 강도는 노화에 영향을 받는다. 이들의 노화는 구체적인 소재와 설계 및 제작, 사용 환경에 따라 다르므로 스피커의 에이징은 메이커의 권장 사항을 참고해야 한다.

카트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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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리지는 물리적 원리가 스피커와 흡사하므로 스피커의 에이징에 준해서 생각해야 한다. 단 항간의 오해를 바로잡자면 다른 소재는 몰라도 다이어몬드 스타일러스는 마모되지 않는다. 그러나 다른 부분의 물리적 손상이나 캔틸레버를 지지하는 고무 댐퍼의 연화나 경화 등 주변 부품의 변화로 인해 한계 수명이 있는데 그것은 메이커와 모델에 따라 다르다. 실제로 오토폰 SPU 카트리지의 바늘 수명에 관한 공식 자료는 어디에도 없었는데, 40년간 사용한 SPU의 소리가 새것과 구별할 수 없이 나오는 것을 직접 확인하기도 하였다. 중 침압 무빙 코일 카트리지의 댐핑계와 탄성계는 경 침압 카트리지나 무빙 마그넷 카트리지보다 구조가 크고 견고하므로 노화가 더디고 수명이 길다고 할 수 있다.  


3. 중 침압 카트리지는 음반을 상하게 한다?

지난 20년 동안 오토폰 SPU 카트리지를 4g 전후의 침압으로 사용해 온 필자에게 그런 현상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카트리지를 장착할 때는 침압, 안티 스케이팅, 오버행, 오프셋 각, 암 수평, VTA 등을 전용 도구로 정확히 맞추고 턴테이블의 수평을 가끔 확인한다.

조정이 정확하지 않다면 중 침압은 경 침압보다 심한 음반 손상을 초래할 것이지만, 모든 것이 정확한 상태에서 중 침압이라는 이유만으로 음반 손상이 생길 수 없다.

오히려 중 침압은 톤암을 다루기가 수월하며, 음반 표면에 앉은 약간의 섬유성 먼지 등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고, 노화가 더디며 견고한 장점이 있어서 즐겨 쓰고 있다.      

2011년 2월 10일 목요일

오디오 미신 2편 - 케이블

필자가 25년 이상을 애용하는 종류의 자작 입출력 케이블

오디오에 관한 미신의 정도를 꼽자면 정도와 양에서 케이블에 관한 미신을 당할 수 없다.

케이블은 재료와 구조가 간단하여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어서 다양한 상품이 각각의 특장점을 내세우며 시장에 나와 있다는 점, 그 특장점은 논리를 떠난 미신 수준의 광고 문구로 치장되어 있다는 점, 다른 요소에 비해 가격이 비교적 싸고 감가상각이 적으며 아예 못쓰게 되는 일이 별로 없어서 큰 부담 없이 사용해 본다는 점, 대부분의 오디오 애호가는 이미 몇 가지 케이블을 가지고 있어서 쉽게 교환하고 비교해 볼 수 있다는 점 등에서 매우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다.

그러함에도, 일반인의 상식 상 케이블은 전기를 전달하는 단순한 도체에 불과하므로 소리에 차이가 생겼다 할 때 그 이유나 원리 그리고 인과관계를 논리적으로 납득하기 어렵고, 그러한  까닭에 사람마다 제각기 만들어 낸 수많은 미신이 창궐한다.

이제부터 세간에 나돌아 다니는 온갖 미신을 하나하나 들여다 보고 미신의 피해에서 벗어날 궁리를 해보자.

먼저 가장 흔하게 거론되는 RCA 입출력 케이블 관련 미신부터 살펴 보겠다.


1. 케이블에 따라 소리의 차이가 있다? (혹은 없다?)

케이블은 다 알다시피 전기를 전달하는 전선이다. 전선의 속성은 몇가지 각도에서 설명할 수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직류 저항(앞으로 그냥 저항이라 부름.), 도체 간의 정전용량(캐패시턴스), 리액턴스(코일로서 갖는 유도용량), 공진 임피던스(예 - 50옴, 75옴 ...), 도체간 절연 저항, 정전 잡신호 차폐율 등이다. 리액턴스, 공진 임피던스, 도체간 절연 저항은 사람이 들을 수 있는 16-20,000 헤르츠 범위의 저주파와 일반 가정 오디오의 환경에 있어서는 전혀 차이를 나타내지 못하는 요소이며, 차폐율은 험과 노이즈에 대해서만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회로 동작과 소리에 차이를 줄 가능성 있는 요소는 저항과 정전용량 뿐이다.

케이블은 기기와 기기 사이를 연결하여 신호의 통로가 되는데, 이때 앞에서 신호를 보내는 기기를 통칭 구동부라 부르고 뒤에서 신호를 받아 쓰는 기기를 부하라 부른다. 이때 케이블은 구동부와 부하 사이를 이어주므로 회로의 일부가 되며 구동부와 부하의 특성에 따라 케이블의 저항과 정전용량이 필터 회로를 구성하여 신호 전달 특성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면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구동부의 내부 저항과 케이블의 저항을 합한 구동 저항이 R이고, 부하로서 작용하는 케이블의 정전용량을 C라고 하면 이 케이블은 R과 C값에 따른 고역 감쇠 필터로 작용한다.

이러한 R과 C값을 가상된 몇가지 조건에 대입하여 감쇠 기준 주파수 (roll-off frequency)를 산출해 본다. 대략 50K-1000K 옴 범위인 부하 측 앰프의 입력은 의미있는 영향을 주지 못하므로 계산의 편의를 위해 무시한다.

정의) 감쇠 기준 주파수 (이후 F라 표시함) = 1/(2 * 3.14 * C * R)
          (감쇠 기준 주파수는 필터를 거친 신호 전압이 1/2이 되는 주파수)

가정) 케이블의 직류 저항 = 1옴, 정전용량 = 200 피코 패럿
          (저항을 동축 케이블의 공진 임피던스인 50옴, 75옴 등과 혼동하지 말 것,)

-47킬로 옴 내부 임피던스의 무빙 마그넷 형 카트리지가 장착된 턴테이블의 출력선으로 쓰이는 경우:

F = 1/(2 * 3,14 * 0.0000000002 * 47001) = 16939 (헤르츠)

-600옴 출력 임피던스인 프리앰프의 출력선으로 쓰이는 경우:

F = 1/(2 * 3.14 * 0.0000000002 * 601) =1324784 (헤르츠)

위의 예를 보면 현실적으로 가정된 RCA 케이블을 쓸 때, 턴테이블의 출력은 케이블을 거치면 가청주파수 범위인 16939 헤르츠에서 이미 절반의 신호량으로 떨어지는데 반해, 내부 임피던스가 낮은(드라이브 능력 또는 구동력이 좋다고도 함.) 프리앰프에 연결해 쓰는 경우는 1324784 헤르츠나 되는 높은 주파수에서 반감되므로 가청주파수 영역에서의 변화는 거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용 예와 더불어 감쇠 기준 주파수를 결정하는 산출 식을 잘 음미하면 다음의 몇 가지를 요약해 낼 수 있다.

- 거의 모든 경우 1옴 이내로서 케이블의 저항은 중요한 요소가 전혀 아니다.
- 케이블의 정전용량이 크거나 구동부의 출력 저항이 높으면 고역 감쇄가 크다.
- 케이블의 정전용량이 작거나 구동부의 출력 저항이 낮으면 고역 감쇄가 작다.

즉, 케이블 자체의 정전용량과 케이블이 접속된 구동부의 출력 저항에 따라 고역이 감쇄될 수 있으며, 그러한 작용으로 소리가 변화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출력 저항이 낮은 구동부 출력에 연결한  케이블은 청감상의 차이를 주기 어렵다는 결론도 얻을 수 있다.

상황에 따라 고역의 감쇄는 중후하거나 곱거나 차분한 느낌을 더해 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해상력이 둔해지고 약동감이나 공간감 또는 화사함이 떨어지는 느낌도 줄 수 있다. 따라서 같은 변화라도 주변 기기의 여건과 듣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는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녹음에서 재생까지 모든 면에서 표준적이고 충실하다면 굳이 케이블에서 고역이 감쇄되도록 조작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고역 감쇄가 큰 케이블을 썼더니 소리가 더 좋게 느껴지는 현상이 심하다면 어디에선가 고역이 불필요하게 강조되거나 일그러지고 있지 않은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고역의 감쇄 현상을 최소화하려고 정전용량이 미터당 50피코 패럿 정도에 불과한 동축선으로 커넥터 케이블을 자작하여 사용한다. 일반 기성품은 보통 100에서 400피코 패럿 정도로 실측되는데, 정전용량은 극판 면적에 비례하고 극간 거리에 반비례하므로 신호선인 심선이 가늘고 심선과 쉴드 망 사이의 절연체가 두꺼운 케이블의 정전용량이 일반적으로 낮다. 실제 정전용량은 LCR 미터에 의한 실측이나 제조 회사의 발표 자료로 알아낼 수 있다.

이렇게 정전용량이 작은 케이블은 출력 임피던스가 높은 MC 카트리지의 승압 트랜스와 프리앰프 사이를 연결할 때 고역과 해상력의 확장에서 뚜렷한 차이를 느낄 수 있으며, 출력 임피던스가 비교적 높은 진공관 프리앰프의 출력단에 연결하는 경우에도 청감상의 차이가 나올 것이다.

턴테이블까지 특별히 작은 정전용량의 케이블로 바꾸는 것은 별로 권하고 싶지 않은데, MM 카트리지는 케이블 정전용량 평균값인 200 피코 패럿 정도로 부하가 걸려야 표준적 결과가 나오도록 설계하기 때문이다. 예컨데 톤암과 턴테이블 메이커로서 유명한 SME의 톤암 케이블을 보면, 카트리지 부하로 작용할 정전용량을 맞추기 위해 RCA 단자 내부에 보정용 캐패시터(콘덴서)를 접속해 놓은 경우가 있다.

2. PCOCC나 OFC로 만든 케이블의 소리가 좋다?

PCOCC : "Pure Copper by Ohno Continuous Casting Process" 일본 치바 기술 연구소 오노 교수의 특허품인 "연속 소성법으로 제련한 단결정 순수 구리"

PCOCC 선재로 케이블을 양산하는 Furutech 사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일반 전선에서 전자는 구리 결정과 결정 사이를 넘어서 흐르는데, 이때 전자의 흐름이 결정의 경계에 의해 방해되고 그 과정에서 잡음이 생긴다. 하나의 결정을 늘여서 만든 PCOCC 선은 이러한 문제가 없다."

그렇다면, 그 선이 다른 선에 비해 저항이나 잡음이 적다는 실험 결과나 측정치를 발표해야 할텐데, 메이커를 비롯한 어느 누구도 그러한 자료를 보여주지 못한다. 고작 메이커가 제시하는 자료는 PCOCC의 전기적 성질과는 전혀 상관 없는 결정 크기나 순도 등의 자료만을 제시할 뿐이다.

일반 구리선과 PCOCC 선 사이에 의미있는 저항의 차이는 한마디로 없다. 불순물의 집합인 니크롬 소재의 선을 전자가 통과할 때 잡음이 생겼다는 주장이나 연구 결과 조차도 본 적이 없으니, Furutech 사의 주장은 한마디로 근거 없는 거짓이다.

생각해보시라. 일반 구리선이 수 백 미터나 들어가는 트랜스포머를 써야 하는 진공관 앰프는 잡음 투성이의 쓸모없는 물건이어야 하지 않은가? 전자의 흐름을 고의적으로 방해하는 저항이 최소한 수 십 개 이상 쓰이는 모든 앰프는 다 잡음 투성이여야 할 것 아닌가?

만약 PCOCC 선을 써서 소리가 달라졌다면 그것은 PCOCC 때문이 아니라 그 선의 구조가 다르고 저항과 정전용량이 다른 까닭이다.

PCOCC 자체는 어떠한 변화의 원인도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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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C : "Oxygen-free Copper"의 약자. 산화 구리나 산소의 함량이 아주 적도록 정련된 구리.

OFC는 보통 구리에 비해 열 전도율이 우수하여 쓰이기 시작했으나 현재에 와서는 반도체 생산이나 실험실에서 미세한 산소의 확산이나 용출이 문제가 될 수 있는 경우, 즉 구리의 순수한 화학적 순도가 요구되는 경우에 주로 쓰인다.

PCOCC 선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순도가 높은 구리는 전기 전도율과 잡음 성능에서 더욱 우수하다고 광고된다. 그러나 일반 전선용 구리와 비교한 전기 전도율의 차이는 어떠한 경우에도 0.0001 퍼센트 이내로 측정되는데, 이미 계산을 하여 살펴본 바와 같이 그 정도의 차이는 전혀 의미가 없다. 잡음에 관한 실험과 측정 상의 데이터 역시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으니, PCOCC 선의 경우의 미신과 똑같은 각본이다. 오디오에서 OFC 자체가 가져올 수 있는 차이란 있을 수 없다.

오디오에 관한 한, PCOCC나 OFC에 관한 설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미신인 동시에, 오디오 애호자의 심리를 노린 새빨간 거짓의 장삿속이다.


3.무조건 굵은 케이블이 좋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굵거나 가늘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필요 이상으로 굵은 선이나 커다란 RCA 플러그는 기기의 접속 단자에 과다한 스트레스를 주어 단자 접속 부위가 쉽게 벌어지거나 손상되도록 한다. 오디오 수리점을 운영하는 필자의 경험으로 볼 때 이러한 종류의 손상은 상당히 자주 발생한다.


4. 은 선 계통은 소리가 화사하다?

은은 구리보다 가격이 비싸다. 따라서 실드까지 순 은인 경우는 없으며 심선만 은 또는 은 도금한 구리이다. 소재의 가격이 높으므로 은 소재의 심선은 대개 가늘게 쓰는데, 그러한 까닭에 보통 실드 선보다 정전 용량이 작다. 정전 용량이 작으니 고역 감쇄가 적고 상대적으로 화사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은 선의 소리가 대체로 화사한 이유는 은 소재이라서가 아니라 심선의 굵기가 가늘기 때문이다.


5. 전원 케이블은 굵은 것으로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

가정용 전원 주파수인 60헤르프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18게이지 전원 케이블이 갖는 저항은 100m 당 4.27옴으이다. 전원 케이블의 길이가 2m라면 왕복 4m인 셈이고 따라서 케이블의 총 저항은 0.17옴이다. 200볼트의 전압을 쓰는 경우 앰프가 조용히 있다가 100W의 전력을 소리로 바꾸게 된다면,  조용할 때와 100W의 전력이 소리로 바뀌어 나오는 경우 케이블에 의한 전압 강하는 "(100W/200V)*0.17옴=0.085V"의 계산으로 0.085 볼트이며 총 전압에 대해서는 "0.085/200"으로서 0.0425%이다. 앰프와 앰프 내부 전원 공급 장치의 설계를 볼 때 0.0425%의 전원 전압 차이로 생길 수 있는 음량이나 음질의 차이는 절대 있을 수 없다.

가느다란 선이 굵은 선보다 인덕턴스가 더 커서 잡음이 더욱 침입하기 쉬운 것은 사실이지만 앰프용 전원 케이블의 범위인 "18-14게이지"와 앰프 내부의 전원 필터의 최소 성능을 보더라도, 선의 굵기가 낼 수 있는 차이는 있을 수 없다.

한편, 오래되거나 품질이 나쁜 플러그와 콘센트 간의 접촉 저항은 크게는 5옴까지도 나가는 경우를 보았다. 앞의 경우와 같은 논리에 5옴을 대입하면 컨센트-플러그 사이에 10옴, 그리고 케이블과 앰프의 커넥터 사이에 10옴으로서 총 20옴의 접촉 저항이 있는 최악의 경우를 가정할 수 있다. 이 경우 전압 강하는 10볼트가 되고 전압 강하율은 5%가 되어서 케이블이 줄 수 있는 최대 영향인 0.0425%와 비교하면 약 118배나 된다.

케이블을 굵게 하는 것 보다는 플러그나 콘센트의 품질이나 접촉점의 상태를 잘 관리하는 데 실제적 효과가 있다. 즉 녹슬거나 재질이 조악한 플러그와 콘센트를 교환한다든가, 접촉 부위의 산화막을 고운 샌드페이퍼나 쇠 솜 또는 연마재 등으로 갈아낸다든가, 때로 오염된 표면을 알콜 등으로 세척한다든가, 닦아낸 접촉 부위에 산화 방지 오일을 도포한다든가 하는 것이 훨씬 효과를 볼 수 있는 일이다.

대부분의 주택은 인입선에서 시작하여 실제로 사용하는 콘센트로 오기까지 전선이 여러 개의 콘센트나 접속 단자를 통하게 된다. 이때 모든 접속점은 단단히 나사로 조이는 것이 최선인데, 실제로는 시공의 편의를 위해 "간이 접속구"에 눌러서 접속하는 경우가 더욱 흔하다. 선을 벗기고 누르는 것만으로 간단히 접속되는 이 "간이 접속구"는 노화에 따라 접촉 저항이 높아지는 경우가 흔한데, 전등이나 전열기를 작동하면 앰프 파일럿 램프의 불빛이 흐려진다든가 앰프가 연결된 콘센트에 함께 접속된 스텐드가 껌벅인다든가 하는 현상이 생기며, 또는 앰프에서 갑자기 큰 소리가 나올 때 다른 전등이 어두워진다거나 하여 알 수 있다. 이러한 경우는 인입선에서 부터 주변의 모든 콘센트나 접속구에 이르는 접속 상태를 확인하고 단단히 조여야 한다.

접촉 저항이 최소이고 안정적이어야 한다는 것은 전원 뿐아니라 입출력 및 스피커 연결을 포함한 모든 단자나 접속구에 적용되는바, 좋은 품질의 단자나 접속구를 사용할 뿐아니라. 불필요하게 여러 단자를 경유해서 복잡하게 연결하는 것을 피하고, 접촉 점 점검과 세척 및 조이기를 잊지 말고 해주어야 한다.

2011년 2월 9일 수요일

오디오 미신 1편 - 정체

미신 - 종교적·과학적 관점에서 헛된 것으로 여기는 믿음

1. 미신이 왜 창궐한가?

오디오 같이 미신과 맹종이 난무하는 곳도 없다. 오디오 하면 얼핏 과학과 기술이 결집된 기기를 사용하니까 과학적이며 이성적인 분야 같건만, 왜 그런 일이 벌어지는가?

첫째, 소리에 대한 평가와 판정이 주관적이며, 그 좋고 나쁨을 평가할 수 있는 개개인의 지표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저마다의 다른 주관에 자리잡은 오만가지의 평가와 판정은 통합된 원리로 현상을 밝히는데 장애가 된다.

둘째, 귀로 듣는 소리 이전에 작용하는 요소가 많아서 문제의 원인을 찾아야 할 범위가 넓을 뿐아니라, 눈에 보이지도 않아서 찾기가 어렵다. 특히 아날로그의 경우 소리의 문제가 음반, 바늘, 카트리지, 헤드셀, 톤암, 턴테이블, 헤드 앰프, 프리 앰프, 파워 앰프, 스피커, 음향실 상태, 옥내 배선, 주변 전기 잡음 등 어디에서도 올 수 있어서 한번에 알아내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모래밭에 보석을 떨어뜨린 사람은 미신에라도 매달려서 찾아내고자 할 것이다.  

셋째, 소리에 대한 평가는 주관적일 뿐 아니라, 상황과 기분에 따라서도 몹시 바뀐다. 어제까지 좋게 느꼈던 소리가 오늘은 갑자기 싫어지는 경우를 흔히 경험하는데. 왜 그런가 하는 답을 떠올리기 쉽지 않다. 미혹한 마음이 있을 때 미신은 판친다.

넷째, 오디오를 취미로 하는 사람들은 조그만 차이의 원인도 밝히고 싶어 하는데. 실제로 그 원인을 정확히 규명할 통합적 지식과 추론을 갖룬 사람은 매우 드물다. 즉 오디오를 제대로 이해하는데 필요한 지식의 심도와 범위에 비해 대부분 사람들의 지식은 거의 무지 수준이다. 미신은 무지를 먹고 산다.

다섯째, 오디오는 자기만족이 강한 취미이다. 추론이 잘못된 결론이라도 스스로 만족스러우면 옳다고 고집하며, 종종 만병통치 처방처럼 쓴다. (어디에 은 도금 선을 썻더니 소리가 좋아졌다며 모든 선을 은 도금 선으로 도배하는 등.)  이러한 오류와 자기만족이 동일 유형으로 여러 사람들에게서 발생할 때, 부분적이거나 잘못된 결론이 정설로 둔갑하고 미신으로 자리잡는다.

여섯째, 오디오 세계엔 미신으로 돈버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미신을 바탕으로 남다른 기기를 설계하고 만드는 사람, 자신이 만든 기기에 있지도 않은 원리와 이름을 꾸며 붙여 무지몽매한 믿음을 얻으려는 사람, 미신 가득한 설명으로 홀려서 판매 이윤을 남기는 사람, 미신을 설파하여 그 미신에 감복하거나 그 덕으로 한몫 챙긴 사람들이 주는 찬사나 적선으로 생활의 도움을 받는 사람 등등.

2. 미신의 폐해는 무엇인가?

첫째, 문제의 종합적 해결을 방해한다. 미신의 덕을 보았다고 해서 그 처방을 다른 병에 적용하여 나을 리 없으며, 더욱 혼란스런 원점으로 돌아갈 뿐이다. 발견과 학습의 진전이 없을 뿐아니라 생각의 혼동만 더해지니 근본적 해결이 점점 어려워진다.

둘째, 잘못된 처방이나 해결책을 이것저것 바꾸어 들이는 동안 시간과 금전이 헛되이 쓰인다. 지출의 즐거움은 잠시일 뿐, 곧 원점으로 돌아가서 문제와 불만을 늘 껴안고 산다.

셋째, 가정 불화를 일으킨다. 소리에 대한 문제와 불만을 껴안고 사는 것은 물론, 남의 집 소리를 부러워하며, 오디오 구입 자금의 사용에 대해 툭하면 거짓으로 둘러대니 부부 관계는 하락 곡선으로 들어간다.

넷째, 정신이 피폐해진다. 이것 저것 다 믿어보다가 해보지 못한 것이라곤 비싼 미신만 남는다. 비싼 미신에 쓸 돈이 없으니 금전이 원망되고, 생업과 처지가 한스럽다. 비싼 장비가 있는 집에 귀 동냥이라도 갔으면 하는 비굴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원하는 것에 대한 조바심과 패배감이 지배하여 매사에 소심하고 확신이 없어진다. 계속 헛손질하며 속다 보니 의심만 깊어지고 즐거움이 없다. 결국, 오디오고 무엇이고 다 집어치우고 싶어진다.

다음편: 오디오 미신 - 케이블

2011년 2월 5일 토요일

2월 어느 날의 스틸헤드 낚시

체색은 그저 그렇고 크기가 작은 편인데도  손맛은 아주 좋았습니다.

11시경 칠리왁 터주 베더님과 만나 최근에 뜬다는 포인트로 갔습니다.

지금껏 4번 모두를 완전한 꽝으로 도배했기에 지난 한 주 내내 작전 구상에 몰입한 결과 낚시 방법을 바꿔 보기로 했습니다. 최근엔 날씨가 좋았으며, 물이 맑고, 수위가 낮아졌으니 고기를 속이려면 가볍고 예민한 채비에다 생 미끼를 쓰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읍니다. 그리고, 다양한 수심과 흐름을 이동해가며 고기가 숨어 있을 바닥 층을 탐색하는 데는 바텀 바운싱 (일명 "바닥 굴림" 또는 "정통 끝보기") 기법이 우세해 보였습니다.  
가벼운 추를 던지려면 스피닝 릴을 써야 될텐데, 스틸헤드를 대적할 만한 중형 스피닝 장비가 없었으므로, 아쉬운 대로 송어 낚시용으로 쓰던 울트라 라이트 대와 8 파운드 줄이 감겨있는 작은 스피닝 릴을 가져가게 되었습니다.

바닥을 훑으며 떠내려 가던 미끼에 반응이 옵니다. 

베더님과 함께 도착한 포인트는 화창한 날의 빛을 받아 더없이 평화롭고 아름다웠습니다. 포인트를 먼저 훑고 내려가도록 배려해주신 베더님을  뒤로 하고 얕은 급류를 따라 내려가니 깊이가 꽤 되는 묵직한 흐름이 나왔는데, 마침 낚시하고 있던 세 분들이 막 떠나고 있었습니다. 그 흐름의 아래쪽에 이르러 11시 방향의 상류로 캐스팅 한 후 릴의 베일을 닫고 낚시대를 40도 정도로 세워 톡...톡... 하며 바닥과의 접촉을 느끼고 있었는데 낚시줄이 뭔가 색다른 충격을 전해 주었고, 그 순간 얼른 챕니다.

애처로우리만치 한껏 휘어진 송어용 낚시대와 방울만한 릴...긴장이 고조됩니다.

조심스럽게 버티면 결국은 항복할 것입니다.
  
바닥인가...하는 의문이 잠시 스친 후 묵직한 움직임이 전해졌고 곧 몇번의 도약과 트위스트...그리고 여러 방향으로 도망하려는 고기와 짜릿한 데이트를 갖게 되었습니다. 송어나 잡던 경량 장비로 스틸헤드와 한판 씨름을 벌이자니 줄이 곧 끊어질듯한 긴장감으로 가슴조이는 승강이가 쉽게 끝나지 않습니다. 이윽고 머잖은 곳에서 보시곤 내려오신 베더님의 도움으로 끝내 수줍어하던 스틸헤드를 뭍으로 끌어내어 기념 촬영을 하고는 각자 속한 세계로 헤어졌습니다.

작고 귀여운 넘을 고생시킨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합니다.

베더님이 먼저 하류로 내려 가신 후 미련이 남아 같은 자리에 몇번을 더 던지니 이번에는 살이 통통이 오르고 화려한 무늬가 선명하기 짝이 없는 불 트라웃이 인사 나옵니다.
크기는 오십 정도밖에 않되지만 이렇게 살찌고 색이 예쁜 것은 이제껏 본 적이 없습니다. 작별 인사를 늦추려, 펄펄 나르듯 힘찬 저항을 한 것은 물론이었지요! (고맙다, 아름다운 물의 선녀들아!)

오늘은 오랫만의 불황을 벗어 제끼고 스틸헤드와 불 트라웃을 포함한 세 마리의 고기와 벌인 놀음도 좋았지만, 그들과 만나기 위해 짜낸 궁리가 잘 맞아 떨어졌다는 데서 더욱 큰 희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매주 반갑게만 맞아주는 낚시 친구와 자연이 함께해서 그러하기도 했음은 더 말할 필요가 없지요!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그리고 지금까지 느끼는 가슴속의 간질 간질한 기분은 젊었던 어느 날 짝사랑하던 처녀에게 한 데이트 신청에 응락을 받았을 때 느꼈던 그 기분과 그저 꼭 같았습니다. 몇 년 만인지....


1. 날씨 : 종일 화창
2.시간 : 2/25일 11:00-16:00
3. 장소 : 윌슨 로드 근처의 칠리왁 강
4. 물 상태 : 수위 낮고, 가시거리는 약 1-1.3  미터 
5. 미끼 : 시베리안 레드 슈프림 #2000 연어알 (알 한개를 바늘에 떡밥 끼우듯 했슴)
6. 채비 : 감성돔 2호 가마카즈 금침--#8 막시마 카본 목줄 1 미터 -- #15도래
             -- 구슬 --펜슬 추 10-12 밀리미터 -- #8 버클리 XT 원줄
7. 장비 : 낚시대 : 샌 크로이 PS60ULF-2 울트라 라이트 스피닝 대
             릴 : 아부 가르시아 카디날 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