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체색은 그저 그렇고 크기가 작은 편인데도 손맛은 아주 좋았습니다. |
11시경 칠리왁 터주 베더님과 만나 최근에 뜬다는 포인트로 갔습니다.
지금껏 4번 모두를 완전한 꽝으로 도배했기에 지난 한 주 내내 작전 구상에 몰입한 결과 낚시 방법을 바꿔 보기로 했습니다. 최근엔 날씨가 좋았으며, 물이 맑고, 수위가 낮아졌으니 고기를 속이려면 가볍고 예민한 채비에다 생 미끼를 쓰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읍니다. 그리고, 다양한 수심과 흐름을 이동해가며 고기가 숨어 있을 바닥 층을 탐색하는 데는 바텀 바운싱 (일명 "바닥 굴림" 또는 "정통 끝보기") 기법이 우세해 보였습니다.
가벼운 추를 던지려면 스피닝 릴을 써야 될텐데, 스틸헤드를 대적할 만한 중형 스피닝 장비가 없었으므로, 아쉬운 대로 송어 낚시용으로 쓰던 울트라 라이트 대와 8 파운드 줄이 감겨있는 작은 스피닝 릴을 가져가게 되었습니다.
![]() |
바닥을 훑으며 떠내려 가던 미끼에 반응이 옵니다. |
베더님과 함께 도착한 포인트는 화창한 날의 빛을 받아 더없이 평화롭고 아름다웠습니다. 포인트를 먼저 훑고 내려가도록 배려해주신 베더님을 뒤로 하고 얕은 급류를 따라 내려가니 깊이가 꽤 되는 묵직한 흐름이 나왔는데, 마침 낚시하고 있던 세 분들이 막 떠나고 있었습니다. 그 흐름의 아래쪽에 이르러 11시 방향의 상류로 캐스팅 한 후 릴의 베일을 닫고 낚시대를 40도 정도로 세워 톡...톡... 하며 바닥과의 접촉을 느끼고 있었는데 낚시줄이 뭔가 색다른 충격을 전해 주었고, 그 순간 얼른 챕니다.
![]() |
애처로우리만치 한껏 휘어진 송어용 낚시대와 방울만한 릴...긴장이 고조됩니다. |
![]() |
조심스럽게 버티면 결국은 항복할 것입니다. |
바닥인가...하는 의문이 잠시 스친 후 묵직한 움직임이 전해졌고 곧 몇번의 도약과 트위스트...그리고 여러 방향으로 도망하려는 고기와 짜릿한 데이트를 갖게 되었습니다. 송어나 잡던 경량 장비로 스틸헤드와 한판 씨름을 벌이자니 줄이 곧 끊어질듯한 긴장감으로 가슴조이는 승강이가 쉽게 끝나지 않습니다. 이윽고 머잖은 곳에서 보시곤 내려오신 베더님의 도움으로 끝내 수줍어하던 스틸헤드를 뭍으로 끌어내어 기념 촬영을 하고는 각자 속한 세계로 헤어졌습니다.
![]() |
작고 귀여운 넘을 고생시킨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합니다. |
베더님이 먼저 하류로 내려 가신 후 미련이 남아 같은 자리에 몇번을 더 던지니 이번에는 살이 통통이 오르고 화려한 무늬가 선명하기 짝이 없는 불 트라웃이 인사 나옵니다.
크기는 오십 정도밖에 않되지만 이렇게 살찌고 색이 예쁜 것은 이제껏 본 적이 없습니다. 작별 인사를 늦추려, 펄펄 나르듯 힘찬 저항을 한 것은 물론이었지요! (고맙다, 아름다운 물의 선녀들아!)
오늘은 오랫만의 불황을 벗어 제끼고 스틸헤드와 불 트라웃을 포함한 세 마리의 고기와 벌인 놀음도 좋았지만, 그들과 만나기 위해 짜낸 궁리가 잘 맞아 떨어졌다는 데서 더욱 큰 희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매주 반갑게만 맞아주는 낚시 친구와 자연이 함께해서 그러하기도 했음은 더 말할 필요가 없지요!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그리고 지금까지 느끼는 가슴속의 간질 간질한 기분은 젊었던 어느 날 짝사랑하던 처녀에게 한 데이트 신청에 응락을 받았을 때 느꼈던 그 기분과 그저 꼭 같았습니다. 몇 년 만인지....
1. 날씨 : 종일 화창
2.시간 : 2/25일 11:00-16:003. 장소 : 윌슨 로드 근처의 칠리왁 강
4. 물 상태 : 수위 낮고, 가시거리는 약 1-1.3 미터
5. 미끼 : 시베리안 레드 슈프림 #2000 연어알 (알 한개를 바늘에 떡밥 끼우듯 했슴)
6. 채비 : 감성돔 2호 가마카즈 금침--#8 막시마 카본 목줄 1 미터 -- #15도래
-- 구슬 --펜슬 추 10-12 밀리미터 -- #8 버클리 XT 원줄
7. 장비 : 낚시대 : 샌 크로이 PS60ULF-2 울트라 라이트 스피닝 대
릴 : 아부 가르시아 카디날 702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