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16일 목요일

나는 왜 단초점 수동 렌즈를 사용하는가? - II

Helios 44M-4 2.0/58, Sony A100

자동 렌즈는 카메라에 프로그램된 내용과 자동장치에 의해 적절한 노출과 초점을 선택하여 스스로 움직이므로 편리할 뿐아니라 큰 실수가 없고 순간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그러나 자동 장치에 의존하다 보면 작가 자신의 계획과 의도에 따라 조정하는 연습 과정이 간략화되거나 없어지고, 결과적으로 사진과 카메라에 대한 이해의 한계치가 낮아진다.

차근차근 화인더나 리뷰 화면에 보이는 초점 위치나 심도 변화를 관찰하며 수동으로 노출과 초점을 조절하고 시험 촬영하다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며 더욱 다양한 변화를 시도해보게 된다. 직업으로서의 사진과 취미로서의 사진은 각각 목적이 다른데, 즐거움을 계속 찾아나가는 취미 생활의 본질에는 능률을 따지기보다 즐거움의 범위가 넓고 연쇄반응이 큰 것을 선택하는 것이 더욱 맞는 듯하다.

근 백 년이라는 세월 동안 영상을 기록하는 중요한 도구의 일부로서 고안되고 인간과 늘 함께해온 만큼, 렌즈는 그 자체로서도 겉모습 이상의 즐길 가치가 있다. 사진을 생산하는 실용적인 기능체로서의 성능과 개성도 그러하지만 공업적인 미려함과 만지고 조작하여 느끼는 감각을 통해서 그것을 탄생시킨 시대와 인간에 대해 생각하고 배우고 즐길 기회를 준다. 시장에서 비교되는 말초적 성능과 원가구조에 집착하여 만들어진 요즘의 물건들을 볼 때, 그들과는 격다른 배경과 인간성이 숨쉬는 명품을 찾아내어 만끽하는 즐거움이 있다는 점에서도 내 선택은 타당하다.

Pentacon 2.8/135, Sony A100

나는 왜 단초점 수동 렌즈를 사용하는가? - I

Flektogon 2.8/35 렌즈를 장착한 소니 디지털 카메라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하는 이유는 더 설명이 필요없는 일이다. 그러나 노출과 초점을 일일이 조정해야하는 등 성가신 수동 렌즈를 왜 사용하는가?

그러한 작동 상의 성가심보다는 다른 즐거움이 더욱 크기 때문이다 - 최소한 나에게는.

폭이 넓은 배는 잘 뒤집히지 않는데 반해 저어나가기에 힘이 많이 들며, 폭이 좁은 배는 저어나가기엔 힘이 덜 들지만 기우뚱거리며 쉽게 전복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렌즈도 각각 특성과 장점이 달라서 모든 면에서 우수한 것은 없다고 할 수 있다.

렌즈의 발달 역사를 보면 밝기, 해상도, 왜곡, 수차, 색상 처리, 화상의 제시 성향 등등의 문제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진보되어 왔다. 그러나 모든 문제를 동시에 완결하는 것은 불가능했으며, 특정한 개선은 그러한 문제 중 몇가지만을 중점적으로 해결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1817년 "니세포르 니엡스 (Nicéphore Niépce)"가 자작 소형 카메라로 광화학 반응에 의한 사진을 인류 최초로 얻어낸 이래, 사진에 관련된 여러가지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진보해왔다. 그 중 렌즈 역사의 가장 큰 전기는 1893년 볼록, 오목, 볼록 순서로 세 개의 렌즈를 배치한 "트리플렛"(triplet, Cooke triplet))을 "Dennis Taylor"가 개발한 것일 것이다. 트리플렛은 초점이 또렷하게 잡히지 않는 "난초점 현상" (astigmatism)을 혁신적으로 개선하여 또렷한 영상을 얻는 성과를 올렸고, 그로 말미암아 사진의 실용성과 상업성이 한층 가속되었다.

트리플렛

트리플렛이 혁신적인 진보이기는 하였으나 종합적인 면에서는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있었다.  그 후 9년만에 또 한차례의 커다란 진보가 있었으니, 바로 1902년 짜이즈 회사에서 일하던 물리학자 "폴 루돌프(Paul Rudolph)"에 의한 "테사"의 개발이다. 테사는 화상의 왜곡과 수차를 더욱 개선하였고 그 뛰어난 해상력으로 "독수리 눈"이라는 별명으로까지 불리기도 했다. 일반적인 성능이 충분할 뿐아니라 단 4개의 렌즈만으로 제작되어 경량화와 원가 상 이점이 있어서 현재까지도 보급형 렌즈에 실용되고 있다. 테사라는 이름은 렌즈가 네 개라는 의미에서 그리스어의 τέσσερα (téssera, four)에서 따온 것이다.

테사

그러나 트리플렛이나 테사 디자인에 대구경 렌즈를 적용하면 해상도와 수차 등의 성능 저하가 생겨서 렌즈 밝기의 한계는 1:2.8 정도였다. 또한 테사는 화면 중심부 해상도는 매우 좋지만, 조리개 개방 시 화면 주변부의 해상도가 저하되는 난점이 있으며 모든 종류의 왜곡과 수차가 완전히 제거되지는 않았다. 이러한 테사의 미흡한 점으로 "존나(sonnar)"와 "플라나(planar)" 계열의 개발이 촉진되었다.

명칭의 이해를 위한 사족을 붙이자면, 테사, 존나, 플라나 등은 짜이즈에서 명명한 렌즈의 이름으로 각각 다른 구조와 특성의 분류를 형성하는데, 각각의 렌즈 제조사 마다 그와 유사한 렌즈의 그룹이 있으며 서로 다른 이름을 붙여 구분하고 있다. 예컨데, Leitz의 Elmar, Voightlander의 Color- Skopar, FED의 Industar 등은 테사 계열이며, Leitz의 Xenon이나 Summicron은 "더블 가우스" 디자인인 플라나 계열이다. 여기서 테사니 존나니 하는 고유 명사를 일반화하여 쓰는 까닭은 짜이즈의 렌즈 개발 역사가 보다 선도적이고 그들이 명명한 이름들이 보편적으로 알려져 있기에, 설명의 편의를 취하기 위함이다.    

존나는 1924년 "루트윅 베르텔레 (Ludwig Bertele)"에 의해 개발되어 "짜이즈 이콘" 사의 특허로 등록되었다. 빛을 더욱 많이 받아들여서 모으기 위한 대구경의 볼록 렌즈를 테사의 기본 얼개에 추가했다고 보면 된다. 존나 계열의 밝은 렌즈가 등장함으로써 빠른 셔터 속도와 어두운 환경에서의 촬영이 더욱 가능해졌다. 존나는 밝다는 것을 뜻하여 태양을 뜻하는 독일어 Sonne에서 따온 이름이다.

존나

렌즈 전반부 구조를 뒤집어서 후반부에 배치하면 렌즈 전체의 수차와 왜곡이 현격히 줄어든다는 것을 발견하였는데, 이러한 발견을 실용한 디자인을 "더블 가우스"라 한다. 짜이즈 회사에서 화면 전체의 왜곡과 수차를 줄이고 화상의 중심부와 주변부 모두에 걸쳐 초점의 변화나 직선성 왜곡이 최소화된 화상을 얻으려 개발한 제품 군이 있었으니 바로 플라나(planar)이다.

예컨데, 건축물의 직선 부위가 휘어지는 왜곡이 없이 촬영한다든가 한 평면이 균일하게 초점이 맞고 고르게 묘사되도록 하는 점 등이 플라나의 개발 목표에 들어가 있었을 것이다. "플라나"라는 이름도 "평면" 또는 "평탄"을 뜻하는 독일어에서 따왔으며, 필름 면 전체에 고르고 정확한 상을 맺는 렌즈의 개발 의도를 담고 있다.

"폴 루돌프"는 테사를 개발해내기 5년 전인 1897년 이미 플라나를 개발해 놓은 상태였다. 플라나는 왜곡이나 수차의 면에서 전반적으로 우수했으나, 여러 겹의 렌즈 표면에서 생기는 반사광으로 인한 빛 번짐 현상과 명암이 떨어지는 단점때문에 그리 선호되지 못하는 상태로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1935년 짜이즈 "T 코팅" 개발과 1950년대 다층 코팅 기법의 적용으로 그러한 단점이 보완되면서 보편화 되었고, 지금에 와서는 실용되는 렌즈의 주류를 차지하는 디자인이 되었다.  

플라나

테사, 존나, 플라나 등의 렌즈는 각각 다른 문제점의 인식과 목표에 따라 개발되었기 때문에 장단점이 서로 다르다. 이러한 장점과 단점은 목적하는 사진과 상황에 따라 다르게 작용한다. 즉, 대상물이나 환경과 조건, 그리고 작가의 의도에 따라서 최적인 렌즈는 그때그때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각 렌즈의 고유한 역사와 특성 및 차이를 알고 이해하여 즐기며, 그러한 지식을 잘 활용하여 결과적으로 작품의 질적 향상과 개성적 표현을 꾀하고 성취감을 얻는 것, 또한 모든 과정에 걸쳐 지적이며 창조적인 만족감을 얻는 것 - 이런 것들을 염두에 두고 궁극적인 취미로서 사진찍기를 즐기자면 단초점 수동 렌즈 사용은 나에게는 당연한 선택이다.

고려해야 할 렌즈 계열 별 특성은 간략히 다음과 같다.

테사 - 렌즈 수효가 적어 가격이 저렴하며, 렌즈 표면 반사에 의한 명암 손실이 적어 또렷한 화면이 나온다. 중심부 해상도는 태생적으로 뛰어나다. 조리개 개방 상태에서 주변부 해상도와 수차 특성이 떨어지지만 조리개가 f8 이하로 조여든 상태에서는 훌륭한 해상도와 수차 특성을 얻을 수 있다. "초점 외 부분의 묘사(일명 보케)"도 보기가 좋은 편이다. 일반적으로 어두운 렌즈라 다소 사용 제한이 있다.

존나 - 일반적으로 밝은 렌즈가 많고, 조리개 개방 상태에서의 해상도는 테사보다 낫다. 보기 좋게 느낌이 부드러운 보케를 보여준다.

플라나 - 열거한 세가지 중 가장 밝은 렌즈를 만들 수 있는 디자인이다. 조리개 개방 상태의 해상도는 가장 좋고 왜곡과 수차 특성도 가장 뛰어나다. 그러나 보케는 명암 교차가 어지럽고 보기에 좋지 않다. 렌즈 수효가 많아서 표면 반사의 악영향을 줄이려면 렌즈 표면 코팅이 좋아야만 한다. 결과적으로 가격이 비싸다.

자연 풍경을 적은 노출로 촬영할 수 있는 조건이라면, 테사 계열로서 20불 이내로 구입할 수 있는 구 소련제 "Industar 50-2" f3.5/50mm 렌즈로도 어느것에 뒤지지 않는 선명한 사진을 얻을 수 있으며. 조리개를 활짝 열고 초점 심도를 낮춰서 초점 범위의 주제인 인물이나 꽃만을  강조하고 나머지는 부드럽게 배경처리 하자면 존나 계열로서 f2.0/85mm인 구 소련제 "Jupiter 9"이나 f2.8/135mm인 구 동독제 Pentacon 렌즈를 써서 좋은 사진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넓은 화각 내의 인공 구조물을 왜곡과 수차 없이 선명하게 묘사하려면 f2.8/37mm로서 화각 확장용 오목 렌즈 뒤에 플라나 계열의 기본 구조가 있는 구 소련제 "Mir-1" 또는 구 동독 "칼 짜이즈 예나"에서 제조한 f2.8/35mm의 Flektogon 렌즈가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2012년 초 이베이 가격을 기준으로 "주피터 9"은 150불, 펜타콘은 80불, Mir-1은 75불 정도에 상태 양호한 렌즈를 구할 수 있는 바, 일세를 풍미하던 명품 렌즈들이 카메라에서 이탈되어 헐값으로 시장에 돌아다닌다.

"가변 초점 렌즈"(일명 줌 렌즈)로서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특정 목적에 맞춰 최고의 성능을 갖춘 것이라면 가격이 너무 비쌀 뿐아니라, 무게나 크기도 상당하고, 제각각의 주제와 표현에 맞게 렌즈의 장점과 개성을 살려 사용할 만큼 선택 범위가 넓지도 않다.

Flektogon 2.8/35, Sony A100 -- 화면에 클릭하면 확대 됨

2012년 1월 30일 월요일

1/30 케이츠 팍 산책

사진 촬영을 목적으로 잠시 산책했는데, 카메라를 들고 있으니 시간이 빨리 가고 더욱 보람을 느낀다.


Sears Macro 2.8/28

Pentacon 2.8/135


Sears Macro 2.8/28

Sears Macro 2.8/28

Sears Macro 2.8/28 


Pentacon 2.8/135

Pentacon 2.8/135

Pentacon 2.8/135

Pentacon 2.8/135

Pentacon 2.8/135

2012년 1월 19일 목요일

굴 따고 조개 줍기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굴 줍고 조개 파내기"라고 하는 것이 맞다. 이곳 굴은 다른 굴 껍질이나 자갈에 붙어있는 것을 바닷가에서 주워서, 그리고 조개는 주로 모래와 뻘이 혼합된 곳에서 파내어 채취하기 때문이다.

얼마전 중고로 장만한 캐논 20D의 작동 상태를 확인할 겸해서 친구 내외와 밴쿠버섬으로 굴과 조개 채취를 나섰다.

2박 3일간 멋지고 아늑한 통나무집에서 지냈는데, 그야말로 잘 쉬고, 잘 먹고, 잘 놀다 왔다.

캐논 20D는 아직 익숙치 않아 다루기가 서툴지만 손아귀에 쥐어지는 느낌과 작동감이 매우 좋고 믿음직스럽다. 한편 소니 A100은 작동감은 캐논에 뒤져도 화면의 질감과 색감은 뒤지지 않는 것같다. CCD 센서는 CMOS에 비해 화소 균질성이 좋다던데, 그 말에 공감이 간다. 원래 생각은 소니 A100을 처분할까 했는데, 그런 생각이 없어졌다.

이번 여행은 친구의 제안이었을 뿐아니라 묵은 장소도 그가 마련했는데, 이렇게 좋은 기회와 경험을 갖게해준 친구가 무척 고맙다.

여행의 간단한 경과 소개는 아래의 사진으로 대신하는데, 캐논과 소니의 사진을 구분해 보시기 바란다.

설레는 마음으로 기분좋은 친구

조개야 어딧니?

어떤 가족의 나들이

바닷가의 아늑하고 멋진 주택

조개가 있음직한 바닷가, 그러나 이곳은 채취 금지 

겨울답지 않게 좋은 날씨

썰물이 진행되는 동안 경치 구경과 촬영

분위기 있는 바닷가 집

촬영에 몰두하는 친구

야들야들하게 쪄낸 삼겹살

즉석에서 까 낸 향긋한 굴

튼실한 조개

상큼한 굴 무침과 친구가 조리한 별미 정종 조개찜 

배불리 먹은 다음날 아침 느긋한 산책

또 조개 찾기?

'조개 반 국수 반'인 조개 칼국수 - 국물이 끝내줌

못말리는 칼국수 때깔

환상적인 날씨를 만난 여행

떠나오기 아쉬운 장면들

2012년 1월 13일 금요일

시험 촬영한 사진들


시험 촬영한 사진들을 게시하려고 적절한 방법을 찾다 보니 텀블러 블로그가 보기좋을 뿐아니라 사용하기에도 편리한 듯했다. 10Mb 크기의 사진까지 올릴 수 있을 뿐아니라 소소한 관리 기능도 내 목적에 잘 맞는다.

그래서 촬영한 사진 중 공개하는 것들을 텀블러에서 제공하는 블로그에 따로 보관하기로 했다.

magichorseman.tumblr.com

2012년 1월 1일 일요일

디지털 사진 - RAW? JPEG?

카메라에서 RAW 화일로 기록하도록 하고 나중에 가공하여 사진을 얻는 잇점을 잘 이해하거나 느끼지 못했었다.

사실, RAW 화일이 무엇인지도 정확히 몰랐는데, 카메라 이미지 센서의 화소에 받아들여진 빛을 별 가공 없이 그대로 정보화 한 화일이라고 이해하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었다. 상대적으로 일반적인 JPEG 화일은 카메라 내부에서 이미 좋게보이기 위한 화상 처리와 데이터 압축을 거친 결과라는 것도 명확히 알게 되었다.

그러나 인터넷에 발표된 좋은 사진들을 보니 대부분은 카메라에서 RAW 화일로 생성된 사진 정보를 받아 다시 가공한 것으로 되어 있어서 나도 그리 해보았다. 소니의 "Image Data Lightbox SR"이라는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받아서 이것으로 카메라의 RAW 화일을 변환했는데, 결과적으로 카메라에서 이미 가공하여 JPEG으로 넘겨받은 사진보다 더욱 보기 좋게 되었다.

밝기, 명암, 색상, 선명도, 크기, 등등의 세세한 요소를 조절하여 입맛에 맞게 만들려면 원래의 정보가 잘 살아있어야 하는데 카메라의 이미지 센서에 받아들여진 정보를 그대로 간직해야 다음에 작업할 수 있는 여유가 많아진다는 것도 이러한 과정에서 이해하게 된 것이다.

카메라 제조 회사가 미리 작성한 카메라 내부의 변환 프로그램으로 가공 및 압축된 JPEG 파일로 보이고 출력되는 사진은 추가적 가공 노력 없이도 어느정도는 만족스러우며 편리하다. 그러나 작품으로서의 완성도는 물론 작가의 의도와 개성을 살리려면 초기부터 RAW 화일로서 저장하고 이용하는 것은 필수적이라 하겠다.


원래 크기로 보려면 사진에 클릭

RAW와 JPEG의 더욱 상세한 차이와 어느 것을 상황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 좋은가에 대해 아주 잘 논술한 내용을 http://www.slrlounge.com/raw-vs-jpeg-jpg-the-ultimate-visual-guide 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렌즈 정비와 도구


용기를 내어 직접 카메라 렌즈를 세척하고 정비해보니 큰 어려움은 없었다.

생각보다는 적은 도구로서 일을 마칠 수 있었으며, 기술적인 문제에 부딪히지도 않았다. 그러나 한번에 깔끔히 일을 마치기 위해서는 도구를 잘 준비하고, 렌즈의 얼개와 해결하려는 문제점의 위치를 잘 관찰하여 각본을 짜야하며, 렌즈를 떨어뜨리거나 방향을 바꿔 조립하거나 무리한 힘을 가해서 손상을 입히는 등의 실수를 피하기 위해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렌즈 앞면의 링을 마찰하여 돌려 뽑는 도구는 적당한 직경의 파이프 조각이나 병뚜껑을 찾아서 거기에 고무 밴드를 입히거나 고무를 접착해서 만들었는데, 직경이 맞는 싱크용 고무 마개를 사용하기도 한다.

렌즈 고정 링을 돌리다 렌즈에 흠집을 내는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든든한 렌즈 스패너가 필요하므로 평판이 좋은 "S. K. Grimes"사의 제품을 운송비 포함 50불에 구입했다. 때로는 끝이 뾰족한 스패너가 필요하기도 한데, 그것까지 함께 구입하는 것은 좀 사치인 듯해서 가지고 있던 다른 목적의 도구를 개조해서 썼다.

그 외 사진에 보이듯 정밀 기기용 드라이버, 핀셋, 렌즈 세척포, 윤활용 리튬 그리스, 페이퍼 타월, 먼지 없는 작업 환경, 밝은 조명 등이 필요하며, 사진에는 보이지 않으나 블로워와 먼지 털어낼 브러시가 꼭 있어야 하고, 분해 순서를 기록할 필기구나 카메라도 준비하면 유용하다.

렌즈를 실수없이 들어냈다가 다시 제자리에 놓아 조립하려면 렌즈 흡입기가 매우 효과적인데, 미처 준비되지 않은 상태여서 렌즈를 손가락으로 받치고 렌즈 틀을 위에서 덮는 식으로 조립하고 손가락 자국은 다시 마무리 세척하는 방법으로 조립을 마쳤다. 블로워 모양의 고무 공에 빨판이 달린 렌즈 흡입기는 약 20-30불 정도 하는데, 같은 원리로 작동하는 흡입기를 직접 만들어 쓸 계획이다.

3개의 렌즈를 세척하고 나서 배운 것 중의 가장 중요한 것은, 분해하기 전에 어떤 구조로서 렌즈가 조립되어 있는지 사전에 충분한 여유를 갖고 살피며 생각해보는 것이다. 몇 개의 렌즈가 하나의 집합으로 조립되어 있는 경우가 자주 있는데, 이러한 집합 뭉치의 내부까지 세척할 필요가 없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그런 경우는 집합된 렌즈 뭉치를 한 덩어리로서 떼어내고 노출된 렌즈 표면만 세척하면 된다. 그러므로, 분해 가능하다고 보이는 렌즈 부터 하나하나 해체하는 식으로 성급히 작업하다보면  쓸데없이 시간과 일손을 낭비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요, 렌즈에 흠집을 내는 등 실수를 할 위험이 커진다.

브러시로 먼지부터 털어낸 렌즈들을 클리닝 액이 스며진 일회용 세척포로 잘 세척하여 가지런히 준비해 놓고, 조립 시 다시 블로워로 먼지를 털어내며 신속히 작업하니 먼지가 들어가는 것을 방지할 수 있었다  

너무 많은 힘을 주어 나사를 조이며 조립하면 렌즈나 나사가 손상되거나 다음번 해체 시 어려움이 생기므로 처음 분해할 때 느낀 것보다 많은 힘을 가하지 않도록 절대 주의해야 한다.

"camera lens repair", "lens cleaning" 등의 검색어와 렌즈 모델 명 등을 조합하여 탐색하다 보면, 사진을 곁들인 경험담을 접할 수 있으니, 유사한 렌즈 정비 사례를 몇 차례 읽는다면 더욱 자신감이 생길 것이다.  

카메라 렌즈 세척

날씨가 추워지며 낚시를 가기가 귀찮아졌다. 해가 갈수록 추위에 민감해진다.

추운 동안 낚시를 대신해 집중할만한 것으로 사진을 선택하고서 장비를 모으기 시작했다. 처음엔 세일 중인 니콘 D90 키트를 사려고 했으나, 조사 과정 중 수동 렌즈를 DSLR 카메라 바디에 붙여 촬영한다는 것에 매력을 느끼게 되고는 니콘을 포기했다.

니콘 몸체에 붙일 수 있는 수동 렌즈는 별로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수동 렌즈 사용 시의 편의성과 중고 가격을 고려해서 소니 A100을 선택했고, 이 카메라 바디에 명품 중고가 풍부한 M42 사양의 나사식 렌즈를 결합할 수 있는 아답터를 구했다. 곧 이어서 각각 다른 6개의 렌즈를 구입했는데, 사용해보고 나서야 카메라 바디와 렌즈에 숨겨진 결함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카메라 바디에는 S.S.S. (Super Steady Shot) 기능이 있었는데 이 기능의 구동장치가 손상되어 이미지 센서를 중립 위치에 바르게 고정하지 못했고, 그 결과 아래로 늘어진 이미지 센서  때문에 뷰화인더로 보이는 장면보다 더 윗 부분이 촬영되는 것이었다. 속아서 샀다는 것에 화가 나기는 했으나 불과 200불 정도의 물건에 크게 승강이하기 싫어서 이미지 센서가 중립 위치에 고정되도록 구동 장치를 접착하여 개조했더니 뷰화인더와 실제 촬영 영역의 차이 문제가 해결되었다. 물론 S.S.S. 기능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수동 카메라로 회귀하는 입장에서 손떨림을 보정해주는 첨단 기능에는 애초부터 미련이 없었다는 것은 뻔한 일이다.

이베이를 통해 중고로 구입한 6개의 렌즈 중 절반인 3개의 렌즈에 결함이 있었는데, 6개 모두가 결함이 전혀 없노라고 판매자들이 장담한 물건들이었다. 중심 부 렌즈에 누런 때가 옅고 고르게 껴서 얼핏 문제를 알기 어려웠던 하나는 판매자에게 악의가 없었을 것 같았고 워낙 싸게 낙찰됐으므로 그냥 용서하였고, 나머지 두 개는 판매자와 절충하여 수리비조의 부분 환불을 받아내었다.

손수 수리를 작정하고 주문한 도구인 렌즈 스패너와 일회용 렌즈 세척포가 도착하여 어제와 그제는 렌즈를 세척 수리했다.


렌즈의 이름과 사양이 새겨진 앞 부분의 링은, 직경이 비슷한 병뚜껑 둘레에 넓적한 고무 밴드를 둘러 안으로 조금 오그라들게 한 임시 기구를 만들어 링과 접촉시킨 뒤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리니 쉽사리 열 수 있었다.

그리고 나서 렌즈 가장자리로 보이는 두 조의 렌치 구멍 중 바깥 쪽 구멍에 작은 드라이버 두개를 걸어 조심스레 돌려 3 개의 렌즈가 포함된 앞 뭉치를 빼어내고, 위에 보이는 렌즈 스패너와 대체 공구로 고정 링을 돌려 렌즈를 모두 빼냈다. 렌즈는 짜이즈의 일회용 세척포로 포장지에 안내된 내용에 따라 세척했다. 흠집이 나지 않도록 극도의 주의를 기울였고 조립 시 렌즈 방향이 바뀌지 않도록 순서에 맞춰 늘어놓았음은 물론이다.

연장의 뒤에 보이는 플래스틱 통은 자작한 헤파 필터의 후드 부분이다. 박테리아까지 걸러지는 헤파 필터를 통과한 공기가 불어져 나오므로 이미 세척한 렌즈를 이 후드 아래에서 솔과 블로워로 먼지를 털어내며 조립 작업하면 먼지를 완벽히 제거할 수 있다. 이 헤파 필터는 미생물 배양을 위한 개인 프로젝트에 필요해서 7년 전 쯤 만들었는데, 이렇게 다른 목적으로 활용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개략 설명된 바에 따라 앞 뒤 모든 렌즈 군의 렌즈를 세척하고 다시 조립했다. 양쪽 방향에서 번갈아 확인해보니 이물과 때가 전혀 없이 맑고 투명하게 변했다. 동독의 최대 렌즈 메이커였던 "Carl Zeiss Jena"의 Flektogon f2.8/35mm 렌즈는 명품의 반열에 드는 성능임에도 아직 저렴한 가격에 거래된다. 장차 많이 써보아야 확실한 의견이 생기겠지만, 다른 렌즈와 해상도 및 왜곡의 비교에서 한 눈에 알아볼만한 차이를 보여주었다. 정성들여 세척하여 새것과 같이 변하니 더욱 애착이 생긴다.


아래는 결과 확인을 위해 렌즈의 조리개를 f2.8로 완전 개방한 상태로 촬영한 사진들이다. 세척 전에는 누런 기운이 돌면서 빛 번짐이 있었는데 더는 보이지 않는다.

사진은 RAW 화일 상태에서 약간의 가공만 하고 크기를 줄였기 때문에 때깔은 그저 그렇지만, 원래의 촬영 상태를 확인하는데는 더 좋은 기준을 제공하리라 생각한다.

선명도 짐작을 위해 사진마다 100% 확대한 부분이 함께 보이도록 사진을 올린다.

(저장된 크기의 사진을 보시려면 사진에 포인터를 올리고 클릭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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