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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싸게 만들어 맛있게 즐기는 홈 메이드 맥주 |
집에서 맥주를 만들어 먹는 데는 여러 가지 즐거움이 있다.
취향에 맞게 알콜 농도와 맛을 조절할 수 있고, 사서 먹는 왠만한 것보다 맛있으며,
리터 당 50센트에서 1불 정도로 싸게 만들 수 있으며,
배우고 발견하며 만드는 즐거움과 자기만족이 있고,
맛을 함께 나눌 손님에게 자랑거리가 되며,
가족 모두가 즐기는 소일거리가 되기도 하고,
맥주를 만드는 과정에서 좋은 습관과 사고력이 생기기도 한다.
맥주는 밀이 싹을 틔울 때 자연히 생기는 당분을 효모의 작용으로 발효시켜 만드는데, 원재료가 되는 밀의 종류와 싹을 틔우는 정도, 싹 틔운 밀의 건조나 훈연, 쓴 맛을 내고 맥주의 안정도를 높이려고 첨가하는 호프의 종류와 양, 호프 첨가 과정, 효모의 종류, 발효 온도와 시간, 그 외의 첨가물 등에 따라 고유의 맛이 생기며 종류가 구분된다.
맥주의 종류는 워낙 많아서 자세한 설명은 지금 다 할 수 없지만, 크게 작용하는 효모의 종류에 따라 "에일(ALE)"과 "라거(LAGER)"로 나눈다.
에일 이스트는 섭씨 21-27도 정도에서 활성이 있는 효모로서 발효 재료인 맥아 추출 액의 표면에서 주로 활동하며 일 주일 정도의 단기간에 발효를 끝내는데, 그 결과로 만들어진 맥주를 통상 에일이라 부른다. 라거 이스트는 섭씨 13도 이하의 낮은 온도에서도 활성이 있으며 발효조의 바닥 부분에서 주로 활동하고 에일보다 훨씬 긴 발효 기간을 요하는데, 그 결과로 만들어진 맥주를 통상 라거라 칭한다.
에일은 맛과 향이 강하고 풍부한데 비해 라거는 맑고 산뜻한 것이 특징이다.
주로 날씨가 음습한 곳에서는 라거가 발달했는데, 라거가 독일이나 체코 등지에서 발달한 이유도 그러한 풍토 탓이다.
밀에 싹을 틔운 것을 몰트라 부르는데, 싹이 튼 몰트를 건조하고 거칠게 눌러 으깬 뒤 뜨거운 물로 당분을 추출하여 만드는 원조의 방법을 "WHOLE GRAIN METHOD"라 한다. 끓여서 농축하지 않은 원액을 바로 발효하므로 맛과 향이 풍부하다. 그러나 과정이 길고 도구와 장소가 많이 필요하며 기술도 많이 드는지라, 보통은 조청이나 건조 분말의 형태로 농축된 몰트 추출물을 쓰거나 아예 호프까지 첨가하여 농축한 키트를 써서 손쉽게 만든다.
여기서는 가장 쉬운 방법인 키트를 써서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WHOLE GRAIN METHOD"에 비해 맛과 향 그리고 거품의 질이 다소 떨어지기는 해도 별다른 도구 없이 손쉽게 만들 수 있으며 시중의 맥주보다는 훨씬 맛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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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퍼스 회사의 스토웃 키트와 알콜 농도를 높이기 위한 옥수수 당 분말 |
위 사진의 키트는 몰트와 호프의 추출물 그리고 나머지 첨가물이 배합되어 조청 형태로 농축된 내용물과 간단한 제조 지침서가 들어 있다. 그 옆의 옥수수 당 분말을 1Kg 더하면 약 4도 정도, 1.5Kg 더하면 약 6도 정도의 알콜 농도가 얻어진다.
맥주를 만드는 것은 이스트 즉 효모이다. 사람은 미생물인 효모가 당분을 분해해서 알콜을 잘 만들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할 뿐인데, 그 조건은 효모의 먹이인 맥아 추출물 상태와 온도와 멸균 환경이다. 맥아 추출물은 이미 키트로 마련된바, 남은 것은 온도와 멸균 환경이다. 여기서 온도는 어느 정도의 오차를 허용하고 중간에 가감할 수 있으나 멸균은 한 번 실수하면 그것으로 끝장이다. 즉 맥주 만들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멸균과 청결이다. 잡균이 침입하면 효모를 공격하여 피해를 주는 것은 물론, 맥아 추출물에 번식하여 알콜이 아닌 엉뚱하거나 해로운 것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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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조용 세척 살균제 "새니 브루 (SANI-BREW)" |
맥주 만들기의 시작은 모든 도구를 잘 세척 살균하는 것이며 만드는 사람의 청결과 위생도 포함된다. 중간에 빠진 것을 허겁지겁 보충하려다 실수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 모든 필요한 것을 적재적소에 잘 준비해야 함도 물론이다. 세척 및 살균제로서 널리 쓰이는 것이 위에 보이는 "새니-브루"이다. 1리터 당 1티스푼의 비율로 상온의 물에 희석해서 필요한 용기나 도구를 담그거나 스폰지에 적셔 세척한다. 그 후 약 20분 경과하면 충분히 살균되는데, 효모나 인체에 해롭기 때문에 사용 직전에 더운 물로 말끔히 헹궈내어야 한다.
자 이제 준비물을 확인하고 맥주를 만들어 보자
1차 발효 준비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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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키트 1깡통
옥수수 당 분말 1- 1.5Kg
스테인레스 스틸 냄비 큰 것
플라스틱 발효조 (23리터를 발효할 수 있는 용량)
에어록(AIR LOCK)과 고무 마개
세척/소독제
온도계
비중계 (없어도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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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조 내부에서 함께 소독 중인 에어록, 온도계, 비중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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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척, 소독, 멸균은 가장 중요한 양조의 기본 |
모든 도구와 용기는 미리 세척하고 소독하여 멸균 상태로 대기시킨다. 작업할 장소도 미리 청소하여 청결히 유지하고 손을 비누나 소독 액으로 깨끗이 씻는다. 새 수건을 미리 대기시켜서 작업 중 손의 물기를 씻어야 할 필요에 대비한다. 작업 중에는 말을 삼간다. 입에서 침이 튀어 잡균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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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트 내용물과 옥수수 당을 2리터의 끓는 물에 녹인다. |
냄비에 2리터의 물을 꿇이고 거기에 키트 내용물과 옥수수 당을 녹여서 준비한다. 옥수수 당 1Kg을 추가하면 나중에 완성되는 맥주의 주정 농도는 약 4도 정도가 되며 1.5Kg을 추가하면 약 6도 정도의 주정 농도가 된다.
발효 액이 분비되면 플라스틱 발효조의 절반을 찬 물로 채운다. 정제수나 미네랄 워터이면 더욱 좋지만, 수질이 좋으면 수돗물을 그냥 써도 된다. 물을 채울 때는 발효조 내부에 물이 흩어지며 튈 정도로 떨어뜨리며 채워서 산소가 녹아들게 한다. 산소는 발효 초기에 이스트가 왕성히 번식하는 것을 도와준다. 최초 이스트 증식 이후의 모든 발효 과정에서는 산소를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위의 키트 내용물과 옥수수 당 용액을 찬 물이 반 쯤 들어찬 발효조에 붓고 골고루 저은 다음 온도를 잰다. 발효에 최적인 온도는 21-27도 범위 이므로 남은 분량의 물을 냉수 또는 온수로 그 온도가 되도록 확인하며 적당히 맞추어 23리터 표시까지 채운다.
물이 차가운 겨울에는 용액을 식히지 않고 혼합해도 적정 온도를 얻을 수 있으나, 여름에는 용액을 어느 정도 식히고 섞어야 발효 적정 온도로 마감할 수 있다.
주조용 비중계가 있으면 비중을 확인한다. 비중은 당도에 따라 달라지는데 옥수수 당 1Kg 첨가 시 1036, 1.5Kg 첨가 시 1046 전후가 나올 것이다. 비중 측정치는 용액의 온도에 따라 달라지는데, 정확한 비중은 비중계 사용 설명서 내용에 따라 가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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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트에 포함된 이스트 |
발효 액의 온도가 적정한 것으로 확인했으면 액의 표면이나 거품에 이스트를 골고루 뿌린다. 이스트를 뿌리고 나서는 휘젓지 말아야 한다. 이스트는 수분을 흡수하면서 산소를 받아들여야 더욱 잘 증식하기 때문이다. 수분을 흡수한 이스트는 저절로 가라앉으며 증식과 활동을 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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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 중인 발효조 |
이스트를 뿌린 발효조는 뚜껑을 덮어 잡균과 산소의 침입을 막는다. 더 이상의 산소 공급은 호기성 박테리아의 활동으로 맥주가 상하거나 망치는 원인이 된다. 뚜껑에 장착한 에어록은 보통의 것보다 튜브와 뚜껑의 공기 구멍을 넓혀 개조한 것이다. 발효가 왕성해지면 가끔 거품이 넘쳐 나오기도 하는데, 거품의 이물질이 좁은 구멍을 막으면 압력이 올라가서 발효조가 손상되거나 터지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에어록 내부의 물도 가스 배출을 확인할 수 있는 최소의 양 만을 채워서 이산화탄소의 배출이 쉽게 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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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의 설명과 같이 장착된 에어록 |
에어록은 발효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배출하되 외부의 공기 침입은 막을 수 있도록 고안된 장치이다. 개스 배출 상태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발효 진행 상태를 확인할 수 있기도 한다. 발효가 완료되면 개스 배출이 줄고 에어록의 움직임이 없어진다. 따라서 2차 발효조로 옮길 적절한 시기를 알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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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와 발효 액 온도, 이스트 종류, 비중 등의 정보를 기록해 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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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 환경의 적정 온도는 섭씨 18도에서 32도 |
발효 장소가 너무 추운 경우는 난방을 해서 섭씨 18도 이상이 되도록 한다. 주변 온도가 높으면 발효 속도도 빨라지는데 발효가 너무 빠르면 발효조가 거품으로 넘치기도 하고 맛에도 나쁜 영향이 오는데, 경험 상 21도 정도가 가장 좋은 듯 했다. 21도 전후에서 1차 발효가 끝날 때까지는 4-6일 정도 걸린다.
2차 발효 준비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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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갤런(23리터) 카보이(CARBOY, 커다란 유리 병)
사이폰(비닐 호스와 플라스틱 관을 연결한 것)
사이폰 집게
에어록
세척/소독제
4-6일 경과 후 일차 발효조에서 개스 발생이 정지되면 1차 발효가 끝난 것이므로 2차 발효조로 옮긴다. 2차 발효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병입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나는 꼭 2차 발효를 한다. 2차 발효를 거치지 않으면 미처 침전되지 않은 이스트가 병입 후 병 바닥에 많이 고일 뿐아니라, 먹이인 당분이 고갈된 뒤 이스트가 서로 잡아먹거나 침전물을 변화시키는 현상이 심해져서 맛이 깔끔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술이야 잘 익어야 맛있으니 어차피 2차 발효에 걸리는 시간은 손해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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랙킹하는 장면 |
발효조에서 다른 용기로 옮기는 과정을 랙킹(RACKING)이라 한다. 1차 발효조에서 사진에서 보이듯 비닐 파이프에 연결된 플라스틱 관을 1차 발효조에 넣고 2차 발효조인 카보이에 흘러들어오도록 해서 옮긴다. 이때 관 높이를 관 집게로 조절하여 바닥의 침전물이 2차 발효조로 빨려 들어가지 않도록 한다. 관에서 맥주가 빨려나오도록 관을 위스키로 소독한 입으로 빨아서 시작하기도 하는데, 나는 소독과 헹굼이 끝난 사이폰에 행굼 당시의 물을 그대로 채웠다가 그대로 빨려 나오게 한다. 입을 댈 필요가 없으니 잡균 오염의 위험이 없다.
이 모든 과정을 시작하기 전에 모든 도구와 용기를 세척/소독해두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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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폰에 달린 하얀 플라스틱은 집게식 잠금 장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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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발효조에 남은 침전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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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발효 중인 맥주 |
2차 발효조에 옮긴 후 카보이 윗 부분의 공간이 많이 남으면 사진에 보이는 정도로 깨끗한 물을 채운다. 공기의 양이 많으면 맥주 일부가 산화해서 맛이 시큼하거나 탁해지기 때문이다. 2차 발효부터는 산소의 차단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대부분의 당분이 1차 발효시 알콜로 변했지만 여전히 남은 당분이 있어서 느리지만 계속 발효가 진행되고 개스도 계속 발생한다. 그래서 완전 밀봉하지 않고, 에어록을 장착하여 개스가 배출되도록 한다. 2차 발효 장소는 1차 발효보다는 다소 서늘한 곳이 좋다.
10-15일간의 2차 발효 후에는 발효도 거의 중지되고 대부분의 효모가 침전되어 맥주가 맑아진다. 이것으로 병입할 준비가 되었다.
병입 준비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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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발효조 또는 카보이
병 - 23리터가 들어갈 수량
병 세척용 분사 노즐 (아래 사진 참조)
사이폰 (병입 용 자동 밸브를 부착하면 더욱 좋음)
옥수수 당 200그램
주전자
비중계 (선택 사항)
2차 발효가 끝난 맥주는 불순물이 모두 가라앉고 맑은 상태이다. 이 원액에 개스 발생을 위한 추가 당분을 리터당 6-8그램을 추가해서 단단히 밀봉된 병에 보관하면 추가된 당분이 발효해서 생긴 이산화탄소가 음용시 청량감을 더하고 거품을 내준다.
병입 작업을 시작하기 전 모든 도구와 병을 완벽히 세척, 소독, 헹굼하여 대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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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소독은 기본. 1차 발효조 대신 여분의 카보이를 쓰기로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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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 밑바닥에 닿으면 열리는 병입용 자동 밸브와 사이폰 집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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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척 살균 후, 헹굼 대기 중인 병들 |
모든 도구와 병은 "새니-브루"로 세척하고 대기시켜 놓는다. 약 20분 경과 이후의 사용 직전에 헹구어 써서 감염 위험을 최소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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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스 발생용 당분 200그램과 1컵의 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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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된 옥수수 당 시럽 |
원하는 거품의 양에 따라 리터 당 6-8그램의 당분을 추가하는데, 거품을 좋아하는 나는 시럽에 추가되는 물의 양까지 감안하여 보통 23리터 당 200그램을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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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전물로부터 맥주를 분리하려고 다른 용기에 옮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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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맛도 확인하고 원한다면 비중도 잰다. |
이번의 처방 대로 만들면 알콜 농도는 약 6-6.5% 정도로 나오게 되는데, 발효 과정 시작과 끝의 비중을 재면 정확한 알콜 농도를 다음의 식에 의해 계산할 수 있다.
(OG-FG)/7.46 + 0.5
시작 비중과 마지막 비중의 차이를 7.46으로 나눈 계산 값에 개스 추가용 당분에 의한 알콜 증가분 0.5%를 더하면 맥주의 주정 농도가 된다.
이 경우의 시작 비중은 1047, 마지막 비중은 1004였는데, 계산하니 주정 농도는 6.26%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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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준비한 시럽을 초기에 첨가해서 옮겨지는 과정 중 골고루 섞이도록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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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발효조에 남은 침전물 - 주로 이스트. 냉장고에 보관하면 한 달 이내 재활용 가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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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폰에 맥주가 남아있는 상태로 완료해야 다시 빨아낼 필요가 없어서 병입이 쉽다. |
이젠 병 헹굴 장소로 올겨서 병입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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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 세척 용 분사 노즐, 철사 부위가 눌리면 밸브가 열려 자동 분사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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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사 헹굼 장면 1 - 병의 겉은 옆 수조에서 이미 헹군 상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