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1일 토요일

원양 낚시를 다녀와서

작년에도 그랬지만 바다 낚시의 초 절정 고수인 친구를 따라 먼 길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원래 저의 낚시 전문 분야는 강낚시입니다.) 5월 22일에 밴쿠버를 떠나 LA에서 맡겨논 원양 낚시 장비를 찾고 보충하여 출항지인 샌디에고에 도착했습니다.
큰 고기와 씨름해야 하는 중장비이기에 13벌의 낚시대와 릴, 그리고 루어 등을 합하면 부피와 무게도 상당합니다. 모든 장비는 미리 정비를 하고 새 낚시줄을 감아놓은 상태로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승선을 기다리며 샌디에고에서 첫 밤을 보냅니다.

타고 갈 원양 낚시 선박은 인디펜던스 호이고 길이가 112피트에 폭이 32피트입니다. 염수를 담수로 바꾸는 시설, 최신식 어탐기, 전자 항해 장비, 통신장비, 고기를 영하 1-2도 이내로 얼기 직전의 상태로 보관하는 2기의 어창 등 최신 설비를 갖춘 낚시 전용 보트입니다. 이번에는 낚시꾼 32명, 선원 8명 등 모두 40명이 여정을 함께했습니다. 8박 8일의 총 경비는 미화 1650불 정도인데 숙식과 미끼, 멕시코 영해 입어료는 물론 선원들이 떠맡는 모든 서비스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중에 약 15% 정도의 팁을 주면 좋겠다고 하는데, 아시다시피 팁은 개인 재량입니다. 음식은 하루 3끼의 정식과 2회의 간식이 제공되고
음료수와 스넥은 항시 준비되어 있습니다. 음식의 질과 내용은 일류 호텔 수준으로, 양식을 싫어하는 제 입맛도 잘 달래주었습니다. 이층 침대로 2-3인이 쓰는 객실은 좀 좁은편이나 식당 겸 휴게실은 불편이 없을 정도로 넓고 편안합니다.

샌디에고에서 8시 30분에 승선하려고 일찍 일어나 산타나라는 멕시칸식 간이 음식점에서 브리또를 먹었습니다. 나름 꽤 명성이 있다는데, 맛도 좋고 저렴합니다. 식당 앞 자카란다 나무의 보라색 꽃과 파란 차의 색상이 마음에 들어서 찰칵했습니다.




승선 신고를 하면 주는 이름표를 가슴에 달고, 장비와 짐을 수레에 싣고 기다리며 서로 자기 소개를 하고 잡담을 나눕니다. 절반 이상은 일년에도 여러차례 이런 낚시를 나오는 골수 낚시광들입니다. 이 중에는 신부님도 있었습니다.




출항 후 첫걸음이 미끼를 옮겨 담는 일입니다. 많은 양의 정어리를 살림 미끼 칸에 옮겨 담습니다.




각자 짐을 선실에 풀고 장비를 선복에 정돈합니다. 장비는 첨단 소재와 공법을 도입한 최신 고가 장비가 주류인데, 알루미늄을 통째로 절삭 가공한 몸체에 스텐레스 재료의 기어와 부품을 쓴 2단 기어의 엄청 강한 릴을 주로 씁니다. 여기에 낚시줄은 15-50 킬로그램의 파괴 장력의 것을 다양하게 감아 준비합니다.




낚시터는 샌디에고 항에서 470해리, 10노트의 속도로 지루하게 항해하는 동안 낚시꾼들은 서로의 관심과 지난날의 뻥을 교환하며 조바심나는 마음을 달랩니다. 그 동안 철모르는 정어리들은 닥쳐올 운명도 모르고 살림 미끼 칸에서 평화로운 한때를 보냅니다.




올해 69세의 노익장인 모디 영감은 아픈 허리에 복대를 두르고까지 낚시할 만큼 열심입니다. 부인과 함께 왔는데, 부인의 최대어 기록이 더 높습니다. 이번 여행 동안 저에게 낚시에 관한 많은 경험과 생각을 전수해주었습니다. 무덤에 억지로 밀려 들어가기 전까지는
계속하겠다고 합니다.




두 밤이 지난 25일 오전 11시경, 드디어 목적한 알리호스 암초에 당도했습니다. 이 암초 외에는 물과 하늘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도착하자 마자 드리운 낚시에 노랑 지느러미 참치와 부시리가 쉬지 않고 물어주어 항해의 고단함을 잊게 해줍니다. 한번 씨름에 5분에서 20분 정도 승강이를 벌이는데, 온 몸으로 벌이는 싸움 뒤에는 피로와 흥분으로 범벅이되어 떨리는 사지와 흥건한 땀, 거친 맥박이 온몸을 흔듭니다.




그런 흥분의 순간 뒤에는 승리와 수확의 기쁨이 담긴 웃음이 입이 찢어져라 터져나옵니다. 평균 크기는 참치가 23킬로, 부시리가 12킬로 정도 되었습니다.





이렇게 잘 잡히는 경우는 지난 15년간의 낚시 중 처음이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드문 호황이었습니다. 미처 고기를 어창에 넣을 틈이 없어서 고기와 피로 범벅이 된 광경이 살벌한 느낌마저 줍니다.




낚시 첫날의 호황은 621마리라는 조과가 말해줍니다.




이렇게 분주하고 흥분된 하루를 마감하며 맞는 저녁은 더욱 신비하면서도 평화롭게 느껴집니다.




알리호스 암초에서 이틀을 낚시하자 일 인당 30마리의 참치와 부시리 포획 한도가 꽉 찼습니다. 그래서 세드로스 섬으로 15시간을 항해해서 자리를 옮겨 다른 고기들을 낚고자 했습니다. 가운데 미끼 살림 칸 위에 서있는 선원은 고기가 흩어지지 않도록 하는 밑밥으로 산 정어리를 흩뿌려줍니다.

세드로스 섬에서 잡은 붉은 우럭, 아감막에는 각자의 번호표를 붙여서 나중에 분류할 수 있게 합니다. 다른 모든 고기에도 각자의 표식이 같은 방법으로 붙여집니다. 귀항 후에는 번호 별로 일괄 분류해서 각자의 수확물을 챙깁니다.




저는 운 좋게 광어를 올렸습니다.





제 친구는 실력이 무색하지 않게도 가장 큰 다금바리를 잡았습니다. 가격으로 따지는 것은 고상한 방법이 아니지만, 30킬로가 넘었으니 킬로당 15만원하는 한국 시세 대로 평가한다면 450만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 보물을 건진 셈입니다.




이 즈음의 풍경입니다. 이번 낚시로 총 20여 톤의 고기가 잡혔으니 일 인당 약 700킬로의 고기를 잡은 셈입니다. 저는 그리 많은 고기를 해치기 싫어서 조금만 잡고 경치 감상과 명상을 하거나 친구들을 돕는데 더 많은 시간을 썼습니다.





귀항 후 분류한 고기는 저희가 계약한 화이브 스타 고기 처리장으로 갔습니다. 두 미녀가 운영하는 이곳에서 고기는 살이 발려지고 진공 포장되어 아이스박스에 넣어집니다. 훨씬 많은 잔량은 냉동 후 항공편으로 부쳐집니다.




집에 돌아와서 지금껏 회와 초밥의 맛으로 낚시의 맛을 매일 연장하고 있습니다. 직접 잡고 철저히 피를 뺀 고기를 얼리지 않고 가져와 먹는 맛은 음식점에서 맛보는 회의 맛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두껍게 썰었는데도 투명히 비치는 광어 초밥입니다.




쫄깃함과 씹을수록 입안에 감도는 고소한 풍미에서 다금바리를 당할 것은 없을 듯합니다. 그야말로 명불허전입니다.




피가 쪽 빠지고 얼리지 않았던 노랑 지느러미 참치는 부드러운 입 느낌과 고소히 퍼지는 맛으로 언제 먹어도 살살 녹습니다.




소식을 전하려는 것이 주 목적이었는데, 본의 아니게 종국엔 극심한 염장질로 넘어간 점 정말로 정말로 죄송하게 느끼며, 언젠가는 여러분과 이 맛을 직접 나눌 날이 있기를 바랍니다.

애청 음반 목록

최근 2년간 손이 자주 간 LP들입니다. 뮤지션쉽이나 레코딩에서 마음에 들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정리하는 김에 여기에도 올려 놓으면, 뭔가 유익한 점이 생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막연히 들어서 올려봅니다. 한 두 곡만 뽑아서 듣는 LP는 제외했습니다.

Rock/P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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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ep Purple - Deepest Purple - Warner / 1980
Dire Straits - On Every Street - PolyGram / 1991
Doors - Hard Rock Cafe - Elecktra / 1970
Elton John - Tumbleweed Connection - Uni Records / 1970
Golden Earring - Moontan - MCA-2352 / 1973
Jefferson Airplane - The Worst - RCA LSP-4459
Neil Young and Crazy Horse - Everybody Knows This Is Nowhere - Reprise 6349
Neil Young - Decade - Warner / 1976
Rolling Stones - Some-Girls - Warner / 1978
Ry Cooder - Bob Till You Drop - Warner / 1979
Seals & Crofts - Summer Breeze - Warner / 1972
Steely Dan - Pretzel Logic - EMI SPBA 6282
Steely Dan - Can't Buy You A Thrill - MCA - 37040 / 1972
T. Rex - Electric Warrior - Reprise 6466
Joni Mitchell - Blue - Reprise MS 2038
Chet Atkins - For The Good Times - RCA LSP-4464
Jose Feliciano - The Voice and Guitar of H. F. - RCA LSP-3358
Z. Z. Top - Fandango - London / 1975

Ja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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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ll Evans - Portrait in Jazz - Riverside / 1959
Chick Corea - Touchstone
Chet Baker - My Favorite Songs - Enja / 1988
Chet Baker - Chet - Fantasy / 1987
Basie/Peterson - Night Rider - Pablo / 1980
Billy Holiday - Lady in Satin - CBS / 1958
Gary Burton Trio - Passengers - ECM / 1977
J. J. Johnson - Vivian - Concord / 1992
John Coltrane - Soultrane
Dave Brubeck - Back Home - Concord / 1979
Jim Hall - Concierto - CTI 6060
Weather Report - Heavy Weather - CBS / 1977
Pat Metheny - Watercolors - ECM / 1977
Mixed - Celebration of Duke - Pablo / 1980

Clas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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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ethoven - op.24 Spring Sonata / Kempf/Menuhin - DG 2530205
Beethoven - op.97 Archiduke / Kempf / Szeryng / Fournier - DG 2530147
Beethoven - Triple Concerto - Anda / Fournier / Schneiderhan - DG 136236
Schubert - Trout / Emil Gilels / Amadeus Quartet - DG 2530646
Dvorak - Dumky / Suk Trio - DG 138996
Schumann - The Horowitz Concerts 1975,1976 - RCA / 1976
Richard Strauss - Four Last Songs / Schwarzkopf - EMI 36347
Bach - Glodberg Variations / Gould - CBS 1982
Tschaikowsky - Der Schwanensee / Andre Previn - EMI 063-02997
Smetana - Aus Meinem Leben / Amadeus Quartet - DG 2530994
Wagner - Wagner - Toscanini - Victor / 1967
Pierre Fournier - Rendezvous Musical Avec P. F. - DG 1530132
Izhak Perlman - Violin Recital - EMI 1974
The Baroque Chamber Orchestra - RCA AGL 1-4218
The Piano Classics - DG 2545003
Stockholm Guitar Quartet - Transkriptioner - OPUS3 / 1978

O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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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orges Moustaki - G. M. - Polydor / 1973
Los Romeros - the Kings of the Spanish Gitar - Philips 6780-252
Andalucian Folk Songs of Spain - Olympic Records 6105
Ravi Shankar - Ragas Hameer & Gara - DG 2531216
The Mormon Tabernacle Choirs - Greatest Hits vol.2 - Columbia MS 7086
Rohs Male Voice Choir - Music From Welsh Mines - Delyse / 1957
Charlie Byrd - The Stroke of Genius - Columbia C 30380
Charlie Byrd Trio - the Bossa Nova Years - Concord / 1991
Stan Getz / Joao Gilberto - Getz/Gilberto - MGM / 1964
Stan Getz / Charlie Byrd - Jazz Samba - Verve 1962

오늘 선택한 음반


현재 영국의 북부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를 포함하는 지역 원주민인 켈트족의 민속 음악을 프랑스의 사 인조 "An Trikell"이 편곡하여 켈트 어로 노래하거나 연주한다. 1967년 출판. 회고적이고 순수한 느낌으로 마음을 정화해주는 힘이 있다. 고된 하루를 보낸 상태라면 불편한 마음을 부드럽고 차분하게 달래는데 이 음악이면 될 것 같다. 우리 정서의 "한"에 해당하는 듯한 느낌도 있어서 매우 드물게 접하는 음악인데도 느낌은 그리 멀지 않다.



유씨 비욜링이 작고하기 1년 전인 1959년에 출판된 판이다. 수많은 잡음이 있음에도, 한번 듣기 시작하면 중간에 그만둘 수 없다. 선천적으로 아름다운 음성에다 절묘한 감정 표현과 통제가 더해진다. 다른 사람의 같은 노래보다 훨씬 많은 느낌을 경험하게 해준다. 마음에 일어나는 감정의 변화가 시시각각 섬세하고, 그 섬세한 변화가 팽팽하고 질긴 줄을 따라 소리에 연결된 것 같다. 청취자로서 전율을 느끼는 정도를 넘어서 노래에 실린 감정의 주체인 듯 숨이 멈추거나 울컥하고 치밀어오름을 느낀다. 그가 표현하는 감정의 세밀함을 따라가다 보면, 파바로티나 델 모나코의 표현은 너무 즉각적이고 촌스럽거나 공연한 허세가 있는 듯 느껴진다.



이 판을 듣기 전에는 소리의 배치와 지휘에서 앙드레 프레빈 지휘의 런던 심포니 연주 음반을 좋아했는데, 이 음반의 녹음과 효과가 압도적으로 좋다 보니 프레빈의 녹음이 밀려났다. 입체적이고 세밀하고 규모 있으면서도 각 악기의 개성과 표현이 살아난다. 상대적으로 1972년 카라얀과 베를린 필하모닉의 연주는 총화를 이루는 오케스트레이션에 치중한 나머지, 주제와 연결된 악기의 개성이 살아나지 못하고 러시아 특유의 과장된 맛과 무대와의 시각적 연결이 함께 떨어진다.



얼마 전에 이 음반에 있는 "너저리 튠의 변주곡"을 듣고 새로운 경험을 했다. 마치 수십 곡을 한 곡에 모아놓은 듯한 수많은 느낌과 장면이 변화무쌍하게 흘러가며 몰아닥쳤기 때문이다. 오늘 그 경험을 다시 살려보고자 선택했다. 바그너로 시작해서 모차르트, 차이콥스키, 브람스로 헷갈리게 느낌이 바뀌어 나가는데다, 영화를 보듯 시각적인 효과도 무쌍하게 바뀌고 순간순간 어리벙벙해진다. 상당히 특이한 작품인데, 소리의 순도와 다이내믹함을 보면 1959년에도 이미 상당한 녹음 기술이 있었음을 알게 한다.